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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imple life Jan 01. 2020

나의 1조 몽상기 1

꿈은 없고요 놀고 싶어요


월요일엔 출근하기 싫고 화요일도 일하기 싫고 수요일엔 늦잠자고 싶고, 목요일은 술이나 마시고, 불금엔 홍대 이태원 강남을 쓸고, 토요일 일요일은 집에서 배달의 민족과 함께 하고 싶다.  엽떡에 중국당면 세 번이든 네 번이든 돈 걱정 안하고 추가하고 싶고, 쇼핑할 때 쿠팡에서 내가 가지고 싶은 물건은 장바구니 거치지 않고 바로 결제하고 싶다. 길가다 예쁜 옷 눈에 띄면 잔액 걱정 없이 사고 싶고, 피부에 고민될 때 돈 걱정 없이 보험 안되는 피부과 시술을 받고 싶다. 불금에 술 마시고 핸드폰 잃어버려도 고민 없이 다음날 아무 대리점이나 들어가서 바로 최신폰 사고 싶고, 택시비 걱정 되서 술 마시다가 지하철 막차 시간을 머릿속에서 떠나보내지 못하고 부랴부랴 뛰어가지 않았음 좋겠다. 이런 생활 속의 바람들과 함께 언제부턴가 나한테 현금 1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슬며시 들어왔다. 세상에 1조라니.


사실 처음부터 1조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체감하고 1조를 바란 것은 아니다. 어느 날부터 무슨무슨 연예인이 어디어디 건물을 샀는데 그 건물 시가가 몇백억이라는 연예 기사인지 부동산 기사인지 아리까리한 그런 류의 인터넷 기사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부러웠다. 조금 지나니 부자였던 연예인이 방탕한 생활과 사업실패로 몰락하여 찜질방을 전전하며 생활비를 걱정한다는 기사도 몇 번 봤다. 도대체 얼마가 있으면 방탕한 생활을 하고 사업에 몇 번 실패해도 여유롭게 살 수 있을까


몇백억이 한평생 놀고먹기에 충분한 돈이 아닐 수도 있다.  몇백억짜리 건물에 불이 나서, 천재지변으로 건물이 파괴될 수도 있고, 세입자와 분쟁이 있을 수도 있고, 사기를 당한다든가, 건물이 노후되면 리모델링도 해야 하고 등등 수백억이 있어도 평생 안전하게 놀고먹질 못할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그래서 평생 써도써도 줄어들지 않을 돈을 생각했는데 그 돈이 바로 1조였다.


1,000,000,000,000

10¹²


1조면 은행이자를 연 2%라고 해도 1년에 이자가 20,000,000,000이다. 숫자라서 체감이 잘 안되면 글자로 1조의 일 년 이자율을 2%라고 했을 때 이백억 이다. 나누기를 사용하면 한 달에 16억 정도를 사용할 수 있단 걸 알 수 있다. 정말 대단한 돈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 달에 16억이라 일주일에 4억, 하루에 5천 7백만원씩 쓸수 있다. 더 좋은 건 이렇게 사용해도 은행이 망하지 않는 한 원금은 그대로 있다. 원금과 이자를 다 쓰고 죽으려면 하루에 얼마를 써야할지는 문과인 나는 계산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은행이 망하면 어쩌냐, 세계 각 은행에 원금 보호되는 만큼 나눠서 예금해야 하나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지만 외국에서 계좌 개설이 쉽지 않을 거란 생각에 일단 국내 은행 5개에 2천억씩 맡겨놓기로 했다. 아직 내게 1조는 없지만.


어떡하면 내 손에 1조가 들어올 수 있을까? 너도나도 상상하는 것이 로또다. 물론 대한민국 로또 당첨금액이 현재는 많이 줄어들어 1조에 택도 없으니 외국 로또에 당첨되는 걸로 하기로 했다. 미국 로또 슈퍼볼에 당첨되면 완전 신날것도 같다. 당장 이민가고 연금형으로 받아야겠다. 당장 인터넷 들어가서 슈퍼볼 복권을 살까. 사기만 하면 당첨!!! 어쨌든 이건 나의 상상이니까 내맘대로다.


어떡하면 가장 편하게 1조를 내품에 안을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만 자주 나오는 설정처럼 알고 보니 내가 재벌가의 상속녀였던 것이다. 지금 나를 키워준 부모님은 통속적인 드라마나 영화의 설정처럼 내 재벌 부모님의 유모나 집사였던 것이다.(부모님 상상이지만 어쨌든 죄송해요) 그렇지만 이 설정은 눈감아야지 가능하지 눈 뜨는 순간 현타가 온다. 우리집은 대한민국 평범한 집인 것이다. 우리 엄마는 그냥 우리 엄마이지 나의 유모일 가능성이 없고, 우리 아빠는 평범한 회사원이지 재벌가의 집사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상속세를 생각하니 이건 도저히 아닌 거 같다. 1조를 상속받을 경우 4천억이 상속세다. 내게 남은 것은 6천억이다.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나라가 지금까지 나한테 뭘 해줬길래 4천억을 줘야하나. 4천억을 준다고 뭐 더 해줄 거 같지도 않다.  


누군가 내 집 앞에 1조를 현금으로 두고 간다면 어떨까? 높은 사람들이 이렇게 현금 1조를 받을 경우엔 뇌물이라 부르지만 청년백수인 나에겐 선물이다. 이 글의 커버이미지가 150억 가량 되는 5만원 권인데, 1조면 이 뭉치가 66개이다. 우리집은 아파트 3층인데 누가 우리집 앞에 1조를 두고 간다면 3층 엘리베이터는 사용할 수 없게 되고 계단도 그 역할을 못한다. 왜냐하면 5만원 뭉치가 1층 공용현관까지까지 가득 차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돈뭉치를 아무도 보지 못할만큼 빠르게 집안으로 나르려니 우리집에 둘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은행 금고를 빌려야하고, 은행까지 1조를 나르기에 내 힘으론 어림 없다. 그래, 용역을 부르자. 내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부작용일 수도 있지만 내가 용역이라도 돈 앞에서 땀흘리며 맡은 바 역할만을 다 할 거 같지는 않다. 돈 뭉치를 본 용역 중에 누군가는 강도로 변해 나를 죽여버리고 1조를 가로챌 수도 있다. 간절하게 1조를 원하지만 난 내 목숨과 1조를 맞바꿀 생각은 없다. 우리집 앞에 그만한 돈을 두고 갈 거면 제발 택배상자 여러 개에 소분하여 돈이 보이지 않게 두고 갔으면 좋겠다. 아니면 날마다 우리집으로 1억 택배가 날라와도 좋을거 같다. 계산해보니 날마다 우리집으로 1억 택배가 날아온다면 한달이면 30억이고 1조가 될 때까지 27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이것도 성에 안찬다.


그럼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어떨까? 누군가 나에게 2009년 비트코인이 발명된 그 해에 비트코인을 준다면 그때는 0원이었을 것이다. 사실상 거래가 없었다고 한다. 2010년에 1 비트코인은 0.39달러가 된다 아직 1달러도 안된다. 그리고 2019년 말엔 1BTC=8,300,000원이다. 누군가 나에게 2010년에 미래를 보여주며 비트코인에 투자를 하라고 한다면 땡빚을 내서라도 1억을 투자할 것이다. 그렇다면 2017년 내 기억에 비트코인 거래소가 서울 곳곳에 생겼을 때 7년을 묵힌 나의 비트코인은 10,000배로 뛴다. 즉 1조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깊이 깨닫게 된다. 돈을 벌려면 자본금이 필요한 것이다. 비록 그것이 10,000배 장사라 해도 말이다. 칠년전이면 내가 십대인데 자본금 1억이라니 언감생심이란 이럴 때 안성맞춤이다.


갑자기 외부에서 내게로 떨어지는 1조 말고 내가 스스로 벌어보는 것은 어떨까. 청년 백수인 내가 한 달에 2,000,000원씩 월급을 받는다고 하자. 한 푼도 쓰지 않고 숨만 쉬며 모으면 얼마나 걸릴까? 4만 1천년 이상이 걸린다. 4만년전이면 구석기시대인데 내가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리면서 받은 조개껍데기 월급과 피라미드 건설현장에서 나무위에 돌을 나르면서 받은 급여(왠지 음식일 거 같다), 만리장성을 쌓으면서 돈을 받을 것이란 확신은 없지만 혹시라도 준다면 받고, 일제시대 경성의 화신백화점에서 일한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으면 현재 1조를 모을 수 있다는 결론이다.

내가 청년 백수가 아니라 청년 벤처 사업가라면 1조를 모으는데 얼마나 걸릴까. 내가 창업에 성공하여 기업가치가 1조원 이상인 비상장스타트업을 가르키는 말인 유니콘 기업으로 키워내면 이번 생에서 가능하다.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우버, 우리나라는 쿠팡, 배달의 민족, 무신사 등이 있다. 상상의 동물하면 용, 해태, 여자친구, 유니콘이다. 스타트업이 상장도 하기 전에 기업 가치가 1조원이 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고 현실성이 희박해서 유니콘 기업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건국이래 2019년 12월까지 대한민국엔 유니콘기업이 11개다. 내가 잡스도 아닌데, 어렵거나 힘들 거 같다는 겉치례적인 말을 싹 버리고 말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생망이다.


1조

1,000,000,000,000

10¹²


골치아프게 1조의 경로를 따지진 말자 어쨌든 나에게 현재 1조가 있는 걸로 하고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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