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simple life
Feb 23. 2021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상처에대한 나의 생각
장을 담근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대한민국의 중요한 일상이자 행사이다. 장담그는 때도 정해져 있는데 대부분 입춘전 정월장을 담그니 양력 2월인 지금은 조금 늦은 감이 있어 소금을 조금 더 넣어 장을 담글 때다.
일상적인 일에는 일상적인 부작용도 따를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영양가 듬뿍인 장위에 생기는 구더기다. 구더기는 우리가 아는 파리나 등에의 유충인 징그럽게 꾸물대는 그것이다.
내가 담근 매실액에 구더기가 생긴적이 있는데 하얀것 수백수천마리의 꿈틀거림에 너무도 놀라고 징그러워 그 뒤로는 매실액을 마트에서 구입하고 집에서는 절대로 담지 않는다. 당시 손도대기 싫던 매실액을 모두 버리면서 생긴 트라우마(?)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만해도 징그러운 구더기가 생길수도 있는 장 담그기라는 일을 구더기가 생길지라도 해나가는 것이 마땅하다는 듯한 속담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랴"이다.
이런 속담이 생겼다는 것은 누군가는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지 않겠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여튼 장담그기라는 일은 속담이 생긴 예전에는 오늘날보다 훨씬 중요한 일상이었을테고 구더기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서운 것이었다. 사실 나는 지금도 구더기 무섭다.
나같이 구더기 무섭다고 장을 포기하겠다고 하는 사람에게 구더기가 무서워도 장을 담가야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하는 속담이 바로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랴'이다.
식량이 귀한 예전에 일년 혹은 수년 먹을 귀중한 식재료인 장을 구더기가 생겼다고 통째로 버린다는 것은 입밖으로 꺼내지도 못할 금기였을 것이니, 이 속담은 장속에 구더기가 생겼다면 구더기를 걷어내면 된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알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에 장 위에 소금을 뿌린다든지, 햇볕이 좋은 날 장독대의 항아리 뚜껑을 열어 일광소독을 한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구더기 생긴 장을 지키면서 계속 숙성시켜 다시 그냥 맛있는 장으로 밥상 위에 올리면 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구더기가 무서워서 또는 구더기를 걷어내는 수고로움이 귀찮아서 혹은 내일이 아니라고 생긴 구더기를 못본체 해버리면 그 해에 담근 장은 모조리 구더기의 먹이가 되어버릴 것이다.
중요한 일은 부작용을 이겨내면서 해내야하고, 부작용을 이겨낼 여러가지 방법을 반드시 제때에 해줘야한다. 아니면 부작용의 먹이가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삶은 타이밍이니까.
요즘 학폭이나 미투가 당시보나 몇년이나 몇십년이 지난 후에 문제가 불거지는 것을 보니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