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굳이 돈을 내고 낯선 장소로 가려고 하는 것일까? 낯선 장소에 간다고 해서 특별히 다른 일을 한다거나, 갑자기 멋진 일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예를 들어, 집에서도 침대에 누워 쉴 수 있는데 굳이 호텔로 간다거나, 집에서도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돈을 내고 커피숍에 가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에는 아예 멀리 여행을 떠나는 대신, 근처 호텔 머물며 바캉스를 즐기는 '호캉스'가 인기다. 김영하 작가는 사람들이 호캉스에 열광하는 심리에 대해 아래와 같이 명쾌하게 설명하였다.
호텔에는 우리 일상의 근심이 없어요.
집에서는 가만있다가 세탁기만 봐도
'저거 돌려야 하나?' 이런 생각도 들고
'설거지를 해야 하나?
집에선 여러 가지 근심들이 있어요.
- 김영하 작가, tvN <알쓸신잡 3> -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특히 아이를 둔 엄마들이라면 크게 공감할 것이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혼자 남은 시간에 엄마들은 더 바쁘다. 집 안에서 조용히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집에서는 나만의 시간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100% 나를 위해 쓸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된다. 마음이 분주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일상과 익숙함을 떠나 낯선 곳에 들어설 때 느껴지는 편안함이 있다. 그 장소와 환경에 대해 근심할 필요가 없다. 오로지 내 감정에 집중하면 된다.
그렇다면, 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찾으면 되는데, 굳이 돈을 쓰면서 제3의 공간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보상 심리로 인한 집중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원고를 쓰는 일이 쌓이면 호텔에 방을 얻어 한 번에 끝내고는 한다
호텔의 방이라면 외부로부터 단절되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것과 더불어 돈을 지불하고 숙박한다는,
즉 시간을 돈으로 샀다는 의식을 갖고 좀 더 열심히 일하려는 자세를 끌어내기 위해서이다
- 니시무라 아키라, <CEO의 다이어리엔 뭔가 비밀이 있다> -
나는 하루에도 1-2시간 여유가 생길 때면, 주저없이 아이패드를 옆구리에 끼고 스타벅스로 달려가고는 한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소음 제거(노이즈 캔슬링) 에어 팟을 귀에 꽂으면 완전한 나의 공간이 생성된다. 마치 호텔방에 체크인한 것처럼 말이다.
주문한 스타벅스 커피 한잔은 나에게 테이블 한 칸의 합법적인 사용을 허용하기도 하지만, 나에게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가늠자 역할도 한다. 따뜻했던 커피가 점점 식어가는 것이 느껴지면,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나 싶어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곳이 호텔 방이라면 더 좋겠지만, 스타벅스는 커피 한잔만 시키면 되니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고 편리하다. 지금 이 글도 스타벅스의 아메리카노 한잔을 홀짝이며 구석 테이블에서 쓰고 있다. $5로 한 시간이라도 확실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만하다.
나중에 과감히 호텔을 예약할 수 있는 날을 꿈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