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알처럼 스르륵 빠져나가다
가랑비에 옷이 젖어간다는 걸
모른 채 방치하다가
결국엔
흠뻑 젖어버리고 말았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이제는
다시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하겠지만
인간은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왜
나는
또
이기적이지
못했는가…
수많은
실패의 경험은
왜
또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은
하나다.
내가
여우이고 싶지만
여우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곰과 여우
그렇다
나는
미련한 곰이기에
약아빠진
여우가
될 수없었던 거다.
늘
이기고 지는 싸움에서
항상 나는
져 주는 사람..
마음을 찢기고
내 모든 것을
내어주어도
돌아오는 건
생채기 나고
얼룩져버린
너덜한
가엾은 마음뿐
고장 나서
고치고
또
여기저기
고쳐봐도
이제는
가망 없는
낡아빠진
오래된 시계 같다
마음속에
자욱한
안개를
헤집고
뭉게뭉게
거대한
우울감이
나를
감싼다..
또
몇 번이나
더
나는 지옥으로
떨어져야만
이 모든 악몽이
끝나는 걸까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시련만
계속
반복되는 것인가
지지리도
운이 없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라고
칭찬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남들처럼
내 마음 안 다치고
챙길 거 챙기는
여우들이
부럽다
곰은 죽었다
깨어나도
여우가
될 수는
없는 걸까?
1초라도 좋으니
여우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