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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무 May 06. 2022

오늘따라 더 보고 싶어요

 머리가 무거워서 목을 똑바로 가눌 수가 없다. 휘어진 목과 어깨는 자꾸만 안으로 둥글게 말리고 온몸엔 힘이 빠져서 어딘가에 기대지 않으면 흘러내릴 것만 같다. 머리를 한번 쓸어 넘기고 책상 위로 쏟아지듯 엎드렸다가 명치 아래서부터 숨을 빼서 길게 뱉어낸다. 더 이상 내쉴 숨이 없을 때쯤 짧게 공기를 들이마시고 몸을 일으켜도 힘이 나지 않는다. 의자에 몸을 기대어 맞은편에 있는 벽을 초점 없는 눈으로 공허하게 바라보며 멍하니 생각에 잠긴다.


 아, 진짜 때려치울까?


 갈비뼈 안쪽에서부터 몽글거리는 열기를 느끼고 있자면 화가 나는 건지도 모르겠다.  감정인데도 정확히 어떤 것을 느끼고 있는 건지 모르는 때가 있다. 이것을 단순히 ''라고 정의 내리기엔 아쉽다. 억울함, 짜증, 분노, 경멸, 안타까움, 배신감, 허탈함,...  단어로 결론짓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정들이 한데 모여 끓어오르는 것이다. 모든 것을 태우고 나면 한숨이 되어 남은 열기와 함께  밖으로  꼬리를 그리며 .


 이런 날엔 정말, 엄마가 보고 싶다. 조금  정확하게 말하  감정에 동조해줄  있는 사람이 떠오른다. 어떠한 이유 없이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내편. 시시비비를 가르는 것은 둘째치고 그냥 느낀 그대로의 어려움을 공감해줄  있는 존재. 상황의 정리와 해결과는 별개로 무조건 나의 편을 들어줄  있는 사람 말이다. 말뿐이라도 내가 느낀 것을 그대로 인정해주면 격했던 감정도 바람 빠진 풍선처럼 작아진다.


소위 mbti에서 f의 퍼센트가 높게 나오기 때문일까? 단순히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가진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겠지만,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길을 제시해주는 건 말처럼 쉽지가 않다.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별개로 개인이 가진 상황을 이해해주고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치우친 감정이 균형을 찾는다. 비로소 이성적인 사고와 문제 해결을 위해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동의해주고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감정이 완화된다는 말을 다르게 보면 터져 나올 때까지 혼자 쌓아오게 두고 방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고 있는 걸지 모른다. 구멍을 발견했을 때 바로 조치를 취해야 했다.


 이유도 모르는 채 눈물이 차올라서 열심히 눈동자를 굴리며 말려야 하는 날이 있다.

 화장실 한 칸에서 소리 죽여 눈물을 찍어내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정리를 하는 날이 있다.


 건강하게 감정을 발산할  있는 방법을 찾아가기를 연습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나와 감정을 완전히 분리시킬  없다면 나를 보호할  있도록 조절하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매번 누군가를 찾아가서 도움은 받을  있지만 스스로의 노력 없이 모든 것을 맡길  없다. 치료를 받고 일어서서 걷는 것은 나의 의지가 필요하다. 자꾸만 굽어지는 몸을 쭈욱 펴내고 나가서 걸어야겠다. 몸도 마음도 환기가 필요하다. 때려치울  때려치우더라도 다른 무언가는 시작할 테니 말이다. 괜찮다. 소리 내어 감정을 뱉어내도 괜찮다. 후련해진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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