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찾아 삼만리
유방암 치료과정 중 가장 무서운 것으론
항암과 전절제 (유방 조직을 모두 들어내는 것)를 꼽는다.
그런데 그 둘을 다 하라고?
어느 드라마에서는 이 기회에 가슴 확대해서 좋다며 멘탈 승리를 하는 모습도 보였지만
난 내 가슴을 좋아한다.
우리나라에 수술 없이 D컵은 많지 않기에
많이들 "혹시... 수술했어요?"라고 물었고
"아니오, 자연산이에요." 답할 때 묘하게 뿌듯했다.
그런데 그걸 싸악 도려내고 보형물을 넣는다고?
그럼 앞으론 같은 질문에 "네. 보형물입니다."가 대답이 되는거다.
물론 내 암덩어리가 정말 크거나
다른 부위에 전이가 됐다면 겸허히 받아들이겠지만
고작 2cm, 0.5cm의 덩어리.
가슴 크기에 비하면 정말 너무도 작은 범위인데 그것 때문에 그 많은 희생을 치룬다는 건
인정할 수가 없었다.
살아온 30여년을 돌아봤을 때
유방암을 유발한다는 생활 습관은 없었다.
피임약을 복용하지도, 담배를 피지도 않았고 폭음을 하지도 않았고, 비만인 적도 없다.
심지어 유전자 검사에서도 유발인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물론 암이 걸린 사람들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운이 나빠서가 이유라고도 하더라.
참 나...
그래, 운 나쁘게 암이란 게 생긴 것만으로도 억울한데
치료 방법까지 왜 이리 잔혹하냐고!
넋 놓고 당할 순 없었다.
진단받은 직후 예약한 대학병원 외에 다른 병원들도 더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그 때부터 굵직한 병원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나 뿐 아니라 가족,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너무 쇼킹한 일이라
모두가 한 마음으로 사돈의 팔촌, 잠시 스쳤던 인연 등 모두를 동원해
예약을 도와줬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 정도냐면 아빠 친구분 중
내가 원하는 대학병원 암센터 교수님으로 계시다 은퇴한 분이 계셨다.
심지어 내가 원하는 선생님이 아빠 친구분께 명절에 감사 선물을 보내는 사이더라.
그런데도 소위 끼워넣기는 불가능...
하지만 취소 자리는 나는 법!
일단 예약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시기에 예약을 걸고
이후 지속적으로 혹시 당길 수 있는 날이 생겼는지 끈질기게 알아보면
자리가 나게 되더라. (지성이면 감천이란 속담은 이럴 때 쓰는 거겠지?)
그렇게 나는 소위 유방암 명의로 소문난 분들을 영접할 수 있었다.
다섯 손가락에 드는 대학병원 교수님들 다수, 그리고
굵직한 병원 센터장을 지낸 후 본인 병원을 개원한 선생님들까지.
(이 경우 예약은 좀 더 수월하다.)
덕분에 각종 병원의 가운을 원없이 입어봤다.
이색 OOTD 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