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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May 17. 2023

오후의 인터뷰 5화: 김겨울

책을 사랑하는 북튜버 김겨울 인터뷰

2022년 1

일상비일상의틈 앱에서 진행했던 <오후의 인터뷰>를 옮깁니다.



책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 오직 책에 관한 애정으로 달려온 지 어느덧 5주 년을 맞이하였다. 글과 음악, 철학과 과학 등 경계를 넘나들며 삶을 이야기하는 겨울서점의 운영자이자 책에 관한 여러 권의 책을 펴낸 작가 김겨울을 만나 오직 책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책’하면 떠오르는 3가지 단어를 말해주시겠어요?

제가 『책의 말들』에 쓴 글 중에 ‘책은 나에게 안정, 삶, 집 같은 단어이다.’라는 문장이 있는데, 딱 그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책은 사람마다 참 다른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게 책의 재밌는 점이기도 하고, 제가 책을 좋아하는 점이기도 하거든요. 누군가에게는 책이 어떤 지식의 용도, 자기계발의 용도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어떤 재미를 주는 매체일 수도 있죠. 어떤 사람에게는 책이라는 존재가 삶에서 의지할 수 있는 존재. 혹은 위기의 순간, 절체절명의 순간이라고 느꼈을 때 나를 붙잡아주거나 도피의 장소가 되어주거나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안정, 삶, 집’이라는 비유를 썼던 거에요. 『책의 말들』에서 제가 그런 표현을 썼었어요. ‘책도 절도 없이 나는 헤매는구나.’ 라는 원래는 ‘집도 절도 없이’인데 의도적으로 바꿔서 썼어요. ‘책이 곧 나에게 집이다’라는 걸 표현하려고 썼던 구절이에요.


나와 닮은 결을 가진 책을 꼽아주신다면?

삶에 대해 추상적으로 보일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도 감수성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한 측면에서 ‘김진영’ 철학자의 『아침의 피아노』가 저와 공감하는 정서가 있다고 느꼈어요. 그리고, 저랑 완전히 결이 같지 않지만 ‘김홍중’ 사회학자의 『은둔기계』라는 책을 공감을 많이 하면서 읽었어요. 철학자나 사회학자의 단상집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이 저와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소설에서는. ‘테드 창’의 책들이 나와 비슷한 결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의 서사가 저의 관심사와 무척 비슷해요. 아무래도, 저와 닮은 책을 좋아하게 되는 것 같아요.


수많은 책을 읽으시면서 만날 수 없지만, 함께 책을 쓰고 픈 작가가 있다면요?

‘캐럴라인 냅’이요. 캐럴라인의 책에서 우정을 느끼는 독자들이 많거든요.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하고, 글을 쓰면 책에서 느꼈던 우정을 느낄까? 아니면 좀 다를까? 이런 게 궁금하기도 해요. 『명랑한 은둔자』 라는 책을 읽으면서 더이상 이 사람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게 슬펐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만나서 함께 글을 쓸 수 있다면 아주 좋겠어요.


영원히 책을 읽지 못하게 되어, 한 권의 책을 외워야만 한다면 어떤 책을 선택 하시겠어요?

처음 이 질문을 봤을 때는 이왕 무인도에 갇힌 거 긴 책으로 하자 싶어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책을 외우면 계속 지루해하면서 죽을 때까지 반복해서 읽을 수 있을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어차피 죽기전에 한 번 읽으면 성공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생각으로는 제가 워낙 ‘보르헤스’를 좋아하기 때문에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책을 외울 수 있다면, 영원히 그 의미를 탐구하면서 즐거워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을 읽을 때 유용한 도구들에 대해서 말해주시겠어요?

점점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게 되지 않는 것 같아요. 북다트도 요새는 잘 안 쓰는 게 되었고요. <책갈피 쓰는 9가지 유형>이 있는데 가름끈을 이용하거나, 굴러다니는 영수증을 꼽거나, 엎어두거나, 페이지를 외우거나 하는 식으로 책갈피를 사용하는 유형을 분류해 둔 유머 이미지가 있는데요. 저는 거기서 나뭇잎 빼고는 다 이용하는 것 같아요. 뭔들 어떠냐 하는 느낌으로 잡히는 대로 쓰고요. 굳이 꼽아보자면, 문진은 하나 있으면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허리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눈높이까지 올라오는 높은 독서대가 있으면 ‘아~주 좋다’ 정도입니다. (웃음) (김겨울 작가는 허리디스크로 한동안 고생한 적이 있다.)


전자책의 진화는 어떻게 이뤄지면 좋을까요?

현실적으로 구현이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제가 바라는 형태는 있어요. 책의 형태는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물리적인 책의 형태, 근데 그 안의 내용이 책마다 바꿨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가장 완벽한 전자책이 아닐까요?


자유롭고, 행복해 마지않는 독서의 시간을 이야기해주시겠어요?

학창 시절에는 두 번 있었는데, 중3 기말고사 끝나고, 고3 수능 끝나고 예요. 특히, 제가 다니던 중학교는 도서관이 좋았어요. 한 번에 6권까지 대출이 됐었는데, 중3 기말고사 끝나고는 하루 만에 6권을 빌려서 다 읽고, 다음 날에 다시 6권을 빌려서 하루 종일 읽고 그랬었죠. 그때가 너무 좋았던 기억이 있어요. 아무 걱정 없이 한정된 시간 동안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어요. 

지금은 쫓기듯이 책을 읽기는 하지만, 오로지 책만 읽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연말, 연초에는 스케줄을 비워 두고 신나게 책을 읽었어요. 책에만 집중해서 읽는 시간이 저에게는 필요하기도 하고, ‘책 읽는 시간을 안 가질 거면 뭐 하러 이런 직업을 가지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하기도 하고, 반대로 책 읽는 시간을 가져야 그게 또 제가 일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해서 일 년에 한두 번 정도는 다른 것을 생각하지 않는 독서 시간을 확보하려고 하는 편이죠. 그리고 독서의 좋은 중의 하나가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 주는 거잖아요. 그 시간 동안 누구도 나를 방해할 수 없고, 내가 다른 세계로 건너가는 것을 붙잡을 수도 없고, 그런 시간을 갖는 게 저의 중심을 잡는 데 있어서 중요하고, 그 자체로 엄청난 희열이기도 하죠.


천 페이지가 넘는 책을 읽고서도 요약, 정리를 잘하시잖아요. 책을 읽고 요약하는 방법을 말해주신다면?

워낙 많이 물어보셔서 저는 항상 이 영상을 추천해요.


N잡러로서, 정말 다양한 관점으로 책을 읽어야 하잖아요. 유튜버 겨울서점, 작가 김겨울, 라디오 DJ, 독서 탐닉자로서의 책읽기의 자세는 어떤가요?

기본적으로 독서 탐닉자의 자세로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은 후에 어떤 책은 유튜브에 할당하고, 어떤 책은 자연인 김겨울을 위한 것으로 남겨놓아요. 책덕후 김겨울이 책을 읽다가 이건 유튜브에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면 유튜버의 눈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다시 보면서 이 책을 어떻게 소개하면 재밌을까 고민을 해요. 작가로서 책을 읽을 때는, 작가라는 자의식 없이 책을 읽으려고 해요. 순수한 독자로서 김겨울을 누리려고 하는 편이에요. 특별히 제가 작가라는 걸 인식하면서 읽진 않는 것 같아요. 라디오 DJ로서 책을 읽을 때는 게스트 분이 책을 소개를 해주실 테니까. 그때그때 맞는 리액션을 해야 되잖아요. 기본적으로 내용 숙지를 하고요. 다만, 제가 직접 소개하는 건 아니라서 약간 마음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즐기듯이 책을 읽어요. 조금씩 책을 바라보는 눈이 다르긴 한데요. 기본적으로 어떤 책이든 재밌게 읽는 재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책을 쥐여주던 재밌게 읽는 편이에요.


마지막으로 책과 친해지고 싶지만,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방법을 추천해주신다면?

책을 읽는 것이 고상하고, 나를 바꿔주는 그런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접근하셨으면 좋겠어요. 말하자면 넷플릭스나 유튜브 보듯이 편안한 마음으로요. 넷플릭스는 보다가 재미없으면 끄면서, 책은 못 그러시는 분이 많잖아요. 샀으면 끝까지 읽어야 될 것 같고, 책을 읽고 뭔가 기억 속에 남겨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가지는 데, 드라마를 보고 ‘왜 내 머릿속에 아무것도 안 남아있지?’ 이런 생각 아무도 안 하잖아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 꼭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이에요.

책 읽기는 당장 당신을 바꿔주지도 않을 거고, 당장 머릿속에 뭔가 심어주지도 않을 거지만, 책 읽기를 즐기다 보면 다른 매체와는 다른 어떤 곳에 도달에 있을 것이라는 점만 알고 계시는 상태로,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시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김겨울

22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채널 <겨울서점>의 운영자. 『독서의 기쁨』,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 『책의 말들』 등의 책을 썼다. MBC FM 「라디오 북클럽 김겨울입니다」 DJ로 활동 중이다.

https://www.youtube.com/@winterbooks


인터뷰, 사진_오후




오후의 인터뷰 | 아티스트의 날 것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아티스트라는 직업적 특성을 보유하고, 작품에 뚜렷한 경향성을 나타내며 사회적 자아실현을 실천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삶의 방향을 대화를 통해 엿보고, 소개하는 인터뷰입니다. 이 작은 대담이 대중의 작가 발견에 요만큼 기여하고, 다음 신인 아티스트의 자아 창조에 스리슬쩍 참고되길 바라는 인터뷰어의 마음이 있습니다. 오후의 인터뷰는 아티스트를 넓은 범위에서 칭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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