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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 May 17. 2023

오후의 인터뷰 4화: 이연

창작을 위한 유튜버 이연의 루틴

2021년 12월

일상비일상의틈 앱에서 진행했던 <오후의 인터뷰>를 옮깁니다.



그림 유튜버 ‘이연’. 주로 크로키하는 법이나 드로잉 꿀팁 등 미술 콘텐츠를 주로 소개하다가 이제는 그림을 넘어, 삶을 대하는 자세를 말한다. 이연의 담담한 목소리로 전해지는 꾸밈없는 생각은 많은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창작자로서 이연은 어떤 삶의 태도로 하루를 맞이하고, 꾸려갈지 궁금한 마음으로 오후의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신의 하루를 3단어로만 표현하자면 어떻게 말씀하시겠어요?

아침 7시, 이기적인 시간, 함께하는 시간. 이렇게요.


각 시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겠어요?

프리랜서는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잖아요? 늦잠을 자도 되고요. 처음에는 그 즐거움을 흠뻑 만끽하다 보니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시간은 돈이라는데 어느새 막 쓰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아침 7시에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이젠 주말에도 7시에 눈이 떠져요. 그때 일어나면 아무리 하루가 바빠도 목표한 일은 다 할 수 있더라고요. 늦게 잠들더라도 아침 7시에 일어나는 것만큼은 꼭 수호하고 있어요.

저의 오전은 혼자 보내는 이기적인 시간이에요. 핸드폰도 방해금지 모드로 해두고, 저한테 가장 좋은 일들만 하거든요. 이를테면 창작이나 건강을 챙기는 일들이죠. 밥을 직접 해 먹는 것도 계획의 일부예요. 제가 차린 점심을 먹고 산책까지 하는 게 오후 1시까지의 일과입니다.

오후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에요. 제가 하는 일이 대부분이 외부와 함께 하는 프로젝트거든요.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일을 하고, 그 이후는 친구를 만나는 시간으로 보내요. 다음날 아침은, 전날 저녁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되도록 하루의 마감을 부지런히 하려고 해요. 밤 10시나 12시에는 꼭 침대에 눕는 편입니다.


이렇게 자신만의 루틴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직장을 다닐 때의 효율을 가져가고 싶었어요. 그게 되게 효율적이기도 하잖아요. 회사일만 할 때는 비효율적이라고 느낀 순간도 많았지만, 내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제대로 시간을 쓸 수 있는 루틴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식을 빌려왔어요.


창작자로서 작업을 하기 전에 빼놓을 수 없는 루틴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항상 아침식사를 하려고 해요. 자취를 하게 되면 아침을 안 먹는 일이 많잖아요. 예전에 다이어트에 관심이 생겨서 찾아본 것 가운데 아침을 먹으면 좋다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그냥 가볍게 먹기 시작했는데, 아침으로 기운을 충전하고 하루를 시작하니 여러모로 좋더라고요. 그날 먹는 음식이 그날의 몸 상태를 결정하는 것 같아서 아침을 좀 더 건강하고, 일정하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주로 그릭 요거트와 그래놀라를 챙겨 먹습니다.


이런 루틴도 해본 적 있다고 하는 것이 있을까요?

미라클 모닝을 해본 적 있어요. 두 달 정도요. 직장 다닐 때였는데 아침에는 준비하느라 바쁘고, 저녁에는 피곤해서 시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어요. 조깅하고, 명상하고, 신문도 읽어 봤는데 좋더라고요. 그전까진 저를 위한 시간을 따로 빼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게 자극이 돼서 미라클 모닝을 한 이후로 자기계발을 많이 했어요. 지금도 다시 미라클 모닝을 해보고 싶어요.


미라클 모닝을 자신 있게 추천해 줄 수 있나요?

네, 특히 직장인에게 추천하고 싶어요. 프리랜서는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자유도가 높잖아요. 직장인에게는, 자기만의 자유로운 시간을 마련해 보는 것만으로도 중요한 경험이 될 것 같아요.



루틴이 깨질 때는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혼란한 기분이 들 때는 자꾸 머릿속에서 이런 생각이 들어요. ‘왜 이게 안되지? 어떻게 해야 되지?’라고요. 스스로를 의심하는 질문을 많이 던지게 돼요. 그럴 땐 머릿속의 시크한 자아가 '네가 자꾸 뭔가 어떻게 하려고 하니까 힘든 거야. 그냥 가만히 있어'라고 하거든요. 생각해 보니 루틴이 깨지는 것도 흐름인 것 같아요. 말하자면 파도와 비슷한 거예요. 파도는 항상 비슷한 흐름 속에서 가끔 크기도 커지잖아요. 그 자체도 파도인 거죠. 루틴이 깨지는 것도 루틴에 변수로 포함되는 것 같아요. 그거에 너무 얽매이면 괴로움이 되더라고요. 이런 침범은 삶에서 당연한 일 같아요. 침범을 받아들이는 연습을 좀 많이 하려고요.


이제는 더 이상 하지 않는, 버려진 루틴이 있나요?

밤새거나 늦게 자는 거요. 앞으로는 다시 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침이냐 밤이냐는 자기한테 맞느냐의 안 맞느냐의 문제인데, 저는 밤이 안 맞는다는 판단이 좀 들었어요. 밤에는 지금 자면 ‘몇 시에 일어나지?’, ‘얼마나 잘 수 있지’ 하는 압박감을 느껴요. 아침에는 그런 시간 압박이 없잖아요. 이게 저에게는 훨씬 잘 맞아서 앞으로도 밤에는 일을 안 할 것 같아요.


유튜버 생활을 비롯해 그림 그리는 일과 글 쓰는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비롯될까요?

여유라고 생각해요. 창작자라면 누구나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필요하거든요. 누구든 돈과 시간이 없이 창작을 지속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창작은 삶에서 항상 다른 우선 순위에 가장 먼저 밀려나거든요. 기본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 같아요.



다른 이에게 권하고 싶은 루틴이 있을까요?

꾸준히 할 수 있는 실내운동 하나쯤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실외에서 하는 건 날씨의 영향을 받거든요. 이를테면 요가나 필라테스가 있어요. 게다가 요가는 유튜브 영상만 본다면 집에서도 할 수 있는, 준비물이 필요 없는 운동이잖아요. 배우기 쉽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운동 하나는 필요한 것 같아요.

우리가 반려동물을 키우면 항상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잖아요. 개는 산책을 시켜주고, 고양이는 사냥 놀이를 해줘야 하고요. 인간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동물에게도 활동과 운동이 필요한 만큼, 사람에게도 운동이 필요한데 안 해주는 것 같아요. 자신의 집사로서 일을 안 하는 거죠. 운동을 꼭 했으면 좋겠어요.

운동을 했을 때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저는 자신을 많이 알 수 있다는 게 좋아요. 평소 의자에 앉아서는 해볼 수 없는 자세를 해보면서 ‘나에게 이런 근육이 있구나, 여기까지 닿는구나, 여기는 닿지 않구나’ 그렇게 감각하는 일이 곧 자기를 아끼는 시간이라고 느껴요. 


지금까지 하신 말씀이 ‘건강’이라는 키워드를 떠올리게 하네요. 건강과 루틴이라는 키워드로 종합해서 해석해도 될까요?

네, 제가 건강해야 작업물도 건강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나의 루틴에 영감을 준 사람이 있을까요?

저에게 영향을 준 사람은 구독자분들이에요. 남들이 보기엔 단지 뭉쳐놓은 하나의 숫자로만 보일 수 있지만 제게는 전부 소중한 사람들이거든요. 댓글을 읽어보면 저마다의 사연이 있거든요. 제 영상이 도움이 되었다는 말들을 들으면 무척 감사해요. 지금처럼 오래 ‘귀연둥이’에게 행복을 드리고 싶어요. 그런 마음 자체가 큰 영감과 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구독자, ‘귀연둥이’ 분들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한 가지 이야기를 할 때, 각자의 수만큼 해석을 하고 받아들여 주시더라고요. 그 수만큼의 바라는 마음으로 만든 영상이기 때문에, 기꺼이 친구처럼 친근하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작가 소개> 이연

그림 유튜버. 2021년 12월 현재 6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2021년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를 출간했다. 다양한 협업과 강연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터뷰_오후

그림_이연

https://www.youtube.com/leeyeon




오후의 인터뷰 | 아티스트의 날 것의 생각을 공유합니다. 아티스트라는 직업적 특성을 보유하고, 작품에 뚜렷한 경향성을 나타내며 사회적 자아실현을 실천하는 예술가의 고뇌와 삶의 방향을 대화를 통해 엿보고, 소개하는 인터뷰입니다. 이 작은 대담이 대중의 작가 발견에 요만큼 기여하고, 다음 신인 아티스트의 자아 창조에 스리슬쩍 참고되길 바라는 인터뷰어의 마음이 있습니다. 오후의 인터뷰는 아티스트를 넓은 범위에서 칭하고 있습니다. 일상의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사람을 아티스트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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