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조깅 1일 차. 첫날부터 꼬여버렸다. 새벽에 일어나서 하루 한 문단을 쓰기 전, 강아지와 가볍게 뛰고 들어올 계획이었는데 늦잠을 자고 만 것이다. 결국 둘 다 못했다. 하루가 참으로 찝찝하게 시작됐다. 계획이 어그러지자 자연히 '그냥 내일부터 시작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내면에 빨간 불이 켜졌다. 너무도 많은 데이터가 미루는 건 해답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지금까지 용두사미가 되었던 수많은 루틴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생각해 보니, 내가 계획한 슬로우 조깅은 어느 모로 보나 '용'이랄 게 없었다. 그냥 '사두사미'로 가자 생각하니 마음이 급격히 편해졌다. 새벽을 흘려보내고, 오전에 새파란 하늘 아래서 강아지와 기분 좋게 (단거리를 느리게) 달렸다. 뿌듯했다. 계획과 영 딴판이었지만, 정말 좋았다. 달리는 내내 (워낙 짧긴 하지만)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어쩌면 내겐 이런 순간이 더 많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