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조깅 2일 차. 오늘 아침에도 고비가 찾아왔다. (재차 말하지만) 무척 짧은 거리일지라도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하니 침대에서 몸을 선뜻 일으키기가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결국 무척 짧은 거리! 이기 때문에 5분 만에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오늘 새벽의 감각을 기억하려 한다. 새벽의 시원한 공기와 짙은 남색과 옅은 하늘색이 섞인 하늘, 특히 새벽의 음악을. 새벽에는 세상이 자연 ASMR 유튜브 같다. 차가운 공기가 만든 여백에서 틈을 두고 들려오는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그렇다. 아파트 후문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본 순간, 나오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두 팔을 교차해 내 양 어깨를 도닥이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단거리를 느리게, 가볍게 뛰는 내내 나는 또 웃고 있었다. 내가 한 말을 지켰다는 뿌듯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낯선 무언가 얹어진, 좋은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몸을 움직일 때 오는 기쁨일까. 정말 웃기게도, 요즘 드문드문 읽고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뛰는 거리나 페이스를 생각하면 이건 정말 코미디다.) 5분도 안 달리면서 그가 왜 마라톤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뛰는 마음이라는 것을.
글쓰기가 내면과 연결되는 일이라면, 달리기는 내 외면, 몸과 연결되는 일이었다. 달리면서 평소에 신경 쓰지 않던 팔다리의 움직임이 의식됐다. 다리가 어제보다 무겁다던지, 팔을 어떻게 움직일지 등을 생각하고 (그 짧은 동안!) 호흡도 의식하게 된다. 외면의 명상이 이럴까. 내 슬로우 조깅은 전혀 힘들지 않은 달리기를 지향하고 있지만, 어쩐지 그것도 생각한 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