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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시작하다. 2025년 여름 버전.

by 경첩의사



정말 덥다.

2025년 8월의 첫 주말, 토요일도 무척 덥다.

열대야. 무더위, 폭염.

이제는 이런 단어들이 전혀 낯설지 않다.

자연스러운 단어, 덥다 더워. 이렇게 더운 여름, 8월의 첫 주말을 시작한다.




2025년 8월 2일, 토요일.


누군가는 휴가의 시작일 수 있다. 여름휴가의 시작을 이번 주말부터 시작해서 다음 주까지 휴가가 이어질 수 있다. 다른 누군가는 아쉽지만 이번 주말이 휴가 일정의 마지막일 수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주중 5일간 열심히 일하고 쉬는 시간이 된다. 휴식과 재충전, 자기만의 시간이 된다. 하지만 이런 무더위에도 주말에 세상은 움직인다. 쉼 없이 배달을 주문하는 사람들과 그것을 준비, 배달해 주시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아마도 기차, 고속버스는 주말에 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 그것 운행을 도와주시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나와 같은 외상외과의사, 그중 누군가는 반드시 주말에도 권역외상센터를 지킨다.





오래전 내가 쓴 글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주말 아침 두어 시간 보낸 것을 썼다.

물론 매 주말이 이렇게 여유롭고 듬직한 국밥 같은 주말은 아니지만, 가끔 이 글을 꺼내보고 흐뭇하게 혼자만의 행복한 주말을 상상해 본다.

평화로운 주말 아침. 혼자만의 시간 [ 국밥과 스벅 ]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292855411




24시간 국밥집 그리고 길 건너 스타벅스.



최근 스타벅스 일기라는 책에서, 매일 스타벅스에 가서 글쓰기 작업하는 저자 이야기를 보았다.


그렇다. 이상하게 스타벅스에 앉으면 글이 팍팍 써진다. 이상하고 시간 낭비 웹서핑으로 절대 안 간다. 오로지 글쓰기에만.



집을 나선다.


잠시 오늘 운동을 했어야 하는 후회도 하지만, 운동은 이따가 낮 시간에 겨울이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하는 것으로 잠정 미룬다. 차는 국밥집 앞에 여유롭게 주차 성공. 역시 주말 이른 아침 시간은 주차가 편하다.



국밥집에 들어간다. 이 국밥집은 이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곳이다. 소문에 하루 국밥 1,000 그릇이 나간다는??? 믿거나 말거나. 주말 아침 시간에 가면 딱 두 부류 사람들이 있다.


아침까지 술을 마시는 종족들. 그리고 나처럼 이른 아침 국밥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는 종족들.



자리를 잡고 바로 종업원이 물을 건네준다. 나는 그 물이 테이블과 접촉하기 0.3초 전에 말한다.


"국밥 하나 주세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저쪽 식당 안에서는 국밥 하나, 뚝배기가 불 위에 올라간다.


아니 나처럼 모자를 푹 눌러쓴 아저씨가 들어오는 순간, 미리 알아차리고 국밥은 계속해서 올라가서 조리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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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밥 주문을 내 입으로 정식으로 한지 딱 1분 만에 국밥, 그리고 깍두기, 다대기가 테이블에 세팅된다.


이상하게 이집 국밥은 전혀 뜨겁지 않다.


그렇다고 차가운 느낌도 전혀 없다. 끓어오르면서 뚝배기에 담겨오지만 테이블에 딱 착륙 후 내가 숟가락이 가져가면 바로 입안에서 전혀 저항감이 없다. 적당량의 다대기를 넣고 나는 마구마구 국밥을 흡입한다.


주문부터, 뚝배기 밑이 바닥날 때까지 시간은 10분도 채 안 걸린다. 어느 날은 7분도 안될 때도 있었다. 먹는 내내 저쪽 테이블에 20대 청년들이 소주잔을 부딪히는 소리, 이슬 하나 더 달라는 소리에 살짝쿵 부러운 느낌이었다. '나도 저 시절이 있었지... 아침까지 먹는 해장술... '


그러나 나의 오늘 목적지는 국밥이 아니다. 스벅 그리고 글쓰기다.


차를 살짝 돌려 반대쪽으로 유턴하면 내가 정해놓은 스벅이다.

1층에서 주문, 커피를 받아들고 2층 전용 자리로 간다.


커피는 뜨아, 그리고 베이글도 같이 꼭 주문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그래도 건더기가 함께 있어야 글이 더 잘 써지고 글감도 더 잘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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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커피, 베이글. 다 완성이다.

여기서 나만의 시간이 최소 1시간, 길게는 2시간이다.


글이 팍팍 써진다. 역시.

이 넓은 공간에 나 혼자 시작되다가 한두 명씩 들어온다. 그러나 다를 각자의 자리가 있는 것 같다.


바둑을 시작하면서 저 멀리 한 개의 돌을 멀찍이 두고 시작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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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쭉 쓰다 보

면 왠지 뿌듯해진다.


그러나 여기서 글을 쓰면서 바로 블로그 발행 버튼을 누르면 안 된다.

다른 곳에 고이, 임시 저장 해놓고 한번 퇴고를 거쳐야 한다.

이제 슬슬 집에 갈 시간이다.


집에 가족은 슬슬 일어나서 배고프기 시작한다.

그들은 내가 빵을 사 온다는 것을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나는 꼭 빵을 가득 사 간다.


매주 주말, 주말에 토요일, 일요일 두 번씩 꼭 이렇게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현실은 아주 극소수... 한달에 서너번도 될까말까?

쓰고 보니 내가 이런 주말 아침 시간의 여유, 일상을 즐기고 사랑하는구나.


경첩의사도 사람입니다.

세상의 모든 경첩들에게 주말 아침, 국밥과 스벅 시간을 만들어주라!!!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2025년 8월 2일 토요일.

아직 토요일이 모두 지나간 것은 아니지만, 미리 상상과 바램을 적어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거나 무더위에 외부 활동을 많이 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하지만 언제나 예기치 않은 사건 사고들이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 다만 나의 작은 바램은 내가 있는 이 근방 1시간 이내에서는 그런 사건, 사고들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마음 같아서는 오늘 토요일 아침에 훌쩍 떠나 저기 있는 국밥집이나 스벅으로 향하고 싶다. 그곳에서 단백질과 카페인을 듬뿍 보충하면서 조용히 글을 쓰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오늘도 역시 다시 내가 쓴 글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고 나의 본분으로 병원을 향한다. 간절하게 무사히, 그리고 모두가 다 안전하게 오늘 토요일을 보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내 몸이 좀 더 여유롭고, 덜 피곤하게 일요일을 맞이하고 싶다. 그렇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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