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시티, 엑스레이 같은 영상검사를 시행하고 검사에 대한 판독이 영상의학과 의사의 주된 업무이지만, 후배는 그중에서 인터벤션이라는 혈관중재시술을 전문으로 하는 영상의학과 전문의다. 후배는 좀 더 자신의 전문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하여 이제는 작은 정맥 질환, 흔히 말하는 하지정맥류를 포함하는 정맥순환부전으로 발생하는 통증 치료에 대한 전문가가 되었다. 이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정맥순환장애에 대한 기본 개념부터 시작하여 치료까지 명강의를 하였다. 나도 최근까지 잘 몰랐던 정맥순환부전은 여러 의료진들도 간과하는 분야이다. 그러나 일부 환자들은 수많은 통증으로 고생하며 여러 전문 과목들 치료를 전전하다가 마지막 최후의 보루로 치료를 하는 질환이다.
'형 저 환자를 직접 보는 의사를 했어야 하나 봐요? 지금 하고 있는 영상의학과가 저한테 맞을까요?'
본인이 하고 싶다던 영상의학과 전공의에 합격해서 기뻐하던 후배가 전공의 2년 차 중반쯤 연락이 왔다. 의대 봉사동아리를 통해 오랜 기간 동안 친하게 형동생하는 후배가 본인 전공과목에 대한 고민 상담이었다. 당시 나는 외과전문의가 되어 군복무를 대신하여 공중보건의사를 하던 시절이었다. 후배보다 딱 4년 먼저 전공의 과정을 끝내고 얼마 인생을 더 살아본 것도 아닌데, 후배를 위해 조언을 해줘야 했다.
'동생아! 지금은 환자 영상을 보고 검사를 주로 하지만, 그 안에서 환자들을 위해 도움 되는 것들이 많이 있단다. 꼭 환자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훌륭한 영상의학과 의사가 되어 환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는 방법들이 있다고 형은 생각한다.'
나의 조언 덕분인지, 아니면 다른 훌륭한 영상의학과 스승님들의 도움 덕분인지 후배는 4년 동안 전공의 과정을 잘 마무리하고 본인 역할을 훌륭히 하는 영상의학과 의사로 성장하였다. 이제는 유명 유튜브에서도 자신 있게 전문분야인 '정맥순환부전'에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유튜브 강의 초반 본인을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전문의, 미국 혈관초음파자격의, 그리고 정맥통증학회 학술위원으로 자신 있게 소개하였다. 강의를 보고 있으니 진료실의 본인 전문분야, 영상의학과 의사로서 초음파와 여러 영상기기를 이용하여 환자들에게 고통을 야기하는 작은 정맥이라도 찾아서 치료하는 후배 모습이 그려졌다.
혈압이 뚝뚝 떨어진다.
중증외상환자 CT에서 복부 안에 여기저기 출혈. 천공 소견이 보인다. 간 깊숙한 곳에서 출혈 부위는 영상의학과 선생님 도움받아 혈관색전술을 하였다. 다음 차례로 십이지장 천공과 복부 여러 부위 출혈을 해결하기 위한 개복수술을 즉각적으로 시행하였다. 바닥을 널뛰는 환자 혈압을 보면 암울하였지만, 여러 의료진들의 힘을 합쳐 환자는 생명의 끈을 이어간다. 이처럼 외상외과 의사인 나는 주로 중증외상환자의 몸속에 출혈 부위, 주로 동맥에서 쏟아지는 피를 한시라도 빨리 막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그러나 이에 반해 후배의 역할은 환자에게 고통을 유발하는 작은 정맥이라도 찾아 해결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의사의 역할은 환자의 생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끊어진 동맥에서 출혈을 막아 환자를 치료하기도 하지만, 정맥순환부전으로 인한 환자 삶의 질을 떨어트릴만한 고통을 유발한다면 이 또한 의사의 역할이 필요한 분야이다.
한때는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못할지 모른다는 고민으로 영상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고민하던 후배가 이제는 환자의 정맥순환부전을 치료해 주고 있다. 유튜브에서 정맥순환부전 명강의하는 후배는 환자의 작은 고통이라도 최선을 다해 찾아주고 치료해 주고 노력하는 형보다 나은 의사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