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바로 옆에서 축제를 하는군요
매년 가을 이 시기면 이 근처에서 축제를 한다.
이 시기, 특히 축제를 하는 시기면 이런저런 생각이 드네요.
축제.
어린 시절, 그리고 아이가 어린 시절에는 여기저기 아이 체험을 위해 축제를 함께 다녔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나? 이제 어디 길을 가다가도 길을 묻는 사람들이 '아저씨!'라고 부르는 빼 박 마흔 중반 나이다. 물론 나에게도 어느 꼭 가고 싶은 축제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사람들 붐비는 축제에 가서 사람에 치이고 복잡한 인파 속에서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 그리 달갑지 않다.
축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즐길 거리, 즐거움을 위해서. 또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축제에 참여한 여러 사람들, 아울러 푸드트럭 등 여러 경제적 이유 등도 있다. 너무 많은 지역 축제들이 우후죽순같이 생긴다. 지역 뉴스에서 본 것인데, 아마 이번 주말에도 이 지역에서 네댓 개 축제를 본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축제를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오래전 시골 초등학교에서 가을 운동회, 하루 동안 학생뿐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여서 즐기는 운동회가 더 정겹고 그리울 뿐이다. 다들 거창하게 이름을 달고, 천막을 치고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노력한다. 좋은 뜻, 의미를 가지고 축제를 한다고 믿는다. 믿어야지.
병원 바로 옆에서 축제를 하는군요.
이곳 병원과 불과 직선거리 30미터도 안된다. 메인 무대가. 시끌벅적한 소리가 계속 아우성이다. 그 소리들이 병원을 휘감는다. 병원에선 울음, 슬픔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축제 소리를 계속된다. 물론 아마도 일요일이면 이 축제도 끝이 나고 내년 가을을 기약할 것이다. 병원에는 또한 장례식장도 있다. 병원 본관에서 반대 방향 1층 계단을 내려가면 장례식장으로 들어간다. 슬픔만이 가득한 장례식장 입구 어딘가에도 축제 소리가 흘러들어갈 것이 분명하다.
어느 이유에서 축제를 시작한 것인지, 무슨 목적으로 축제를 하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한다. 시끌벅적하게 앰프 소리를 키우고 아마도 수천만 원(?) 들여서 유명 가수를 부르지 않았을까 하다.
병원 안에서 요란하게 방송이 나온다.
코드블루!
그렇다. 병원에서 급하게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방송이 나오는 순간 사전에 약속된 의료진들은 급하게 해당 방송이 말하는 장소로 달려간다. 물론 달려가기 이전에 이미 그곳은 아수라장일 것이다. 촌각을 다투고 누군가는 환자 몸, 가슴 압박을 시작하고 있을 것이다.
아이러니다. 병원에서는 코드블루 방송. 그 옆을 지키는 환자 가족은 눈물을 흘리는 상황에서 병원 창문 틈에서는 축제 소리가 울린다. 몇천만 원 들여서 하는 번쩍이는 불꽃놀이가 그 순간 창문으로 보인다.
축제 음악소리, 누군가 괴성을 지르는 노랫소리 사이로 인공 사이렌 소리가 들린다. 바로 119 구급차 사이렌 소리다. 복잡한 길 사이를 헤치면 나가는 구급차는 사이렌을 키면서 길을 양보해달라는 신호를 보낸다. 일반적으로 병원 바로 앞 사거리에 도달하면 구급차는 사이렌 소리를 줄인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 입구까지 사이렌 소리를 크게 키고 오는 경우는 상황, 환자 상태가 위급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제를 하기 위해 도로 일부분도 통제, 막고 하고 있다. 그 길도 구급차가 많이, 주로 다니는 길로 알고 있다.
축제 소리와 그 사이를 헤치며 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는 구급차 소리.
참 묘하게 대 비대는 소리다.
인생은 아이러니 연속이다.
울음과 웃음은 항상 공존하고 누군가에게 울음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순간 그 광경에 웃음을 보일 수 있다. 그런 것이 인생이다.
내일이면 이 축제는 끝나고, 아우성, 불빛, 음악 소리는 모두 멈추고 다시 모두 일상으로 돌아올 것이다. 병원은 언제나 변함이 없이 그 자리, 그대로 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네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