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방보다 꾸준함, 그리고 잘 하는 것으로
퍼펙트게임. 완봉 완투 아닌 방어율 2.0 목표로!
어쩌다 한방보다 꾸준함, 그리고 잘 하는 것으로
1.
퍼펙트게임을 노린다.
던지고 있는 나도 떨리고 보는 모든 사람들도 긴장한다.
물론 나와 상대하는 상대팀,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쉽게 9회 말에 수비 실수로 출루를 내줬다.
괜찮다. 나에게는 노히트노런을 할 수 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두 개를 잡으면 경기가 끝난다. 그러나,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두고 공을 던지면서 아차 싶었다. 공이 너무 가운데로 몰려버렸다. 홈런을 맞아버렸다. 앞서 실책으로 출루시킨 주자를 포함하여 두 명의 주자가 들어와서 2점을 내줬다. 아쉽고 분하지만, 그러나 남은 하나 아웃카운트까지 침착하게 끝내자.
끝.
퍼펙트게임, 노히트노런을 기대하고, 여기 모든 관중들이 원하고 응원하였지만 결국 오늘 나의 결과는 완투승.
완투승도 너무나 훌륭한 결과다!
오늘의 완투승, 승리투수 나를 스스로 칭찬한다!
[ 퍼펙트게임이란 한 명의 투수가 선발 등판하여 단 한 명의 타자도 진루 시키지 않고 경기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노히트노런은 ( no hit no run) 은 무안타, 무득점 경기를 말한다. 투수가 상대팀에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하는 것을 말한다. ]
상상의 야구 시나리오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어느 투수의 변해가는 심정,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 마치 내가 이야기 속 투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황홀하고 최고의 결과를 기대하였지만, 실수, 또 실수로 결국 목표는 이루지 못하였다.
그러나 여기서, 완투승.
정말 어려운 것이 완투승이다.
투수 한 명이 9이닝, 27개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는 긴 이닝과 공을 던진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자칫 무리하게 혹사, 공을 던지다가 부상, 다음 경기와 한 해 모든 경기에 악영향이 올 수 있기에. 완투승도 축하할 일이고 대단한 것이다.
여기서 잠시, 야구를 조금 아신다면 앞서 언급한 퍼펙트게임, 노히트 노런, 완봉승, 완투승 등이 정말 드물고,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만일 이런 게임이 나왔다면 그 주인공, 선수는 며칠 동안 뉴스에 도배가 될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짝 한 경기 이런 주인공보다, 시즌이 마무리된 후 결국 주인공, 승자는 다승왕, 방어율왕이 된다.
한 시즌 동안 꾸준하게 경기에 나서서 팀 승리에 기여한 승리투수, 그리고 본인이 등판한 경기 모두에서 방어율, 즉 경기 9이닝을 다 던졌을 경우 내주는 실점 평균 점수를 말하는 방어율이 가장 낮은 투수가 그 주인공이 된다.
다시 말해 한 해 동안 꾸준히 경기에 나서서 2점대 방어율 왕, 승리투수 총 15번을 한 15승 다승왕이 결국 승자가 된다. 물론 노히트노런을 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하다면 당연히 다승왕, 방어율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타자에게서도 해당된다.
우연히 한 경기에서 미친듯한 능력을 발휘해서 두세 개 홈런을 치거나 안타를 서너 개 몰아치는 타자가 있을 수 있다. 타자에게서도 마찬가지로, 한 해 모든 경기를 마치고 100 경기 넘게 출전하여 모든 홈런 개수, 모든 안 타개 수가 많은 타자가 승자다. 마찬가지로 타율 3할을 꾸준히 치는 타자가 승자가 되고, 꾸준히 몇 해 걸쳐 3할 타자를 유지한다면 FA 다년 계약으로 충분한 경제적 보상이 뒤따른다. 열 번 타석에 나서서 세 번만 꾸준히 안타를 친다면, 삼할 타자가 된다. 매년 꾸준히 삼할 타자라면 능력이 충분하다는 말과 같다.
2.
환자를 보면서 답답하며 하늘을 쳐다본다.
혼자 지긋이 이빨을 깨문다. 눈을 감고, 한숨을 푹 내쉰다.
'신은 왜 나에게 퍼펙트게임을 주지 않으셨는지요?''
퍼펙트게임이 아닌 노히트노런을 주지 않으셨나요?
내 능력이 여기까지인지?
내가 점수를 0 점으로 막아야지 이 경기가 승리하는 것인가요?
왜 이런 시련을 주셔서, 이렇게 어려운 환자를 나에게 맡겨주셨는지요?
너무 어렵고 힘든 환자입니다.
이 환자는 도저히 9회까지, 아니 5회까지도 못 버티겠습니다.
선발투수로 치면 초반 2,3회부터 연속 안타와 홈런을 번갈아 맞으면 만신창이가 되는 상태이다. 지금 상황은 나에게나, 환자에게나 모두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이미 투런, 스리런홈런을 맞고 상대팀을 계속 쳐낸다. 안타 치고 나간 타자들을 연신 도루를 시도한다. 투수도 정신없고 포수, 2루수 모두 정신없다. 투수, 포수, 선수들 모두 나와 같이 이곳에서 이 환자를 상대하는 의료진 마음이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는 절대로 노히트노런, 퍼펙트게임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방어율 2점대, 아니 3점대라도 괜찮다. 3월 시즌 시작부터 마지막 가을야구까지 건강하게, 꾸준히, 남들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던지면 된다. 그리고 조금 덜 안타를 맞고, 아주 가끔 홈런을 맞더라고 바로 이겨내고 더 세게, 각도 큰 변화구를 더 던지면 된다.
큰 것 한방 맞았다고 이 경기가 끝나고, 올해 시즌이 다 마무리되는 것이 아니다. 다시 정신 차리고, 나머지 이닝을 막으면 이길 수 있다. 한경기 7실점하더라도 나머지 경기들을 무실점 하면 방어율은 얼마든지 2점대로 만들 수 있다.
나 스스로 반성한다.
너무 완벽을 찾아갔다. 목표가 아닌, 완벽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쓰러질 듯하면 더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서 더 빠르게 던지면 된다. 바로 정신 차리고, 스스로 흔들리지 않으면서.
퍼펙트게임, 노히트노런, 방어율 0 즉 내가 한 점도 점수를 주지 말아야지 이 경기가 승리한다고 믿었다. 승리라는 것은 점수를 막아야 하고, 내 점수는 내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실점보다 득점이 많아야 이긴다. 내가 실점을 막는 역할이라면, 나 말고 다른 의료진들이 힘을 더한다면 득점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것이다. 9점을 내줬다 하더라도 10점을 뽑아내면 그 경기는 이길 수 있다.
완벽을 가져가려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 크다기보다 오히려 사소한 실수 같은 것들이 나와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3.
그렇게 인생은 돌아간다.
인생이란 것은 절대 완벽이란 있을 수 없다.
실수투성이, 실수 연발이 인생 한 모습이다. 그 실수를 줄여나가고, 실수보다 더 잘함이 많으면 그 인생 막바지, 끝에서는 이길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건물은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야.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인생도 어떻게 보면 외력과 내력의 싸움이고,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
https://blog.naver.com/mdearnest/223359669607
그렇다.
여기든 저기든, 이 세상 모두는 외력과 내력의 싸움일 것이다.
그것을 이겨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한순간에 이길 수 없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버티다 보면 이겨내는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바람, 하중, 진동. 있을 수 있는 모든 외력을 계산하고 따져서
그보다 세게 내력을 설계하는 거야.
항상 외력보다 내력이 세게.'
환자에게 내력이 세게 도와주도록 함께 버텨줘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내력이 세면 버티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