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다섯시간 전
봉쇄 소식을 들은 다음날,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난 웨건을 끌고 마트로 향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마트 오픈 전부터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이게 바로 오픈런이구나.
지난 밤 갑작스런 봉쇄로 패닉에 빠진 푸동 사람들이 마트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꽤나 예민해 보였다.
오늘부터 봉쇄날 까지 사흘의 시간이 남았다. 나는 매일 수퍼에 나와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전략’을 짰다. 재고가 다 떨어지면, 입고가 어려울 것 같은 물건과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한 물건부터 구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물은 나갈 때 마다 구입했다.
웨건이 망가지는 것은 아닌가 염려 될 정도로 한가득 물건을 싣고 끌고 가기가 무거워 잠시 집 앞 테이크 아웃 카페에서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아이스라떼를 마시며 잠시 숨을 돌렸다. 커피를 마시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모두가 나 처럼 많은 물건을 구입하여 차에, 오토바이에, 자전거에 싣거나 양손 가득 장바구니에 담아 낑낑 거리며 걷고 있었다. 바로 옆 한국 반찬가게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난리였고, 그 와중에 현장구매를 하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있었다. 내 뒷편으로 한국 여자 두명이 어쩌면 오늘 밤 부터 봉쇄될 수도 있데 라는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별안간 모든것이 너무 버겁게 다가와 눈시울이 붉어졌다. 코로나 때문에 가족들의 중국입국이 어려워 내가 이곳에서 두 아이의 유일한 보호자인데, 나 괜찮아야 하는데, 아이들 괜찮아야 하는데, 이 봉쇄가 정말 약속한 일주일이면 끝나는 것인지, 그럼 이후에 아이들은 학교는 언제 갈 수 있는 것인지, 나는 회사를 갈 수 있는 것인지, 도우미는 집에 올 수 있는 것인지 … 너무 많은 경우의 수가 밀려와 숨을 쉬기 힘든 기분이었다.
9시에 집에서 나왔는데, 벌써 열한시 반이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흘렀지. 아마도 중국 마트, 한국 마트 등 눈에 보이는 마트 여러군데를 들렀기 때문인가보다.
봉쇄를 이틀 앞둔 날, 나는 아이들과 함께 다시 안푸루에 있는 헤어샵에 들렀다. 허리까지 길러진 아이들의 머리를 깔끔하게 커트하고 또 헤어샵 선생님과 아는 언니를 만나 먹을 것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시내 쪽에 사는 두 분이라 한인타운 처럼 음식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했고 마침 나는 넉넉히 구입한 망고와 천혜향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사람이 어떻게 밥만 먹으랴. 딱 오늘까지 영업하는 베이커리에서 뚱보쿠키세트도 구입하여 하나씩 안겨드렸다. 비록 집에 갇혀있지만, 커피와 함께 맛있게 드시라고.
그리고 나는 반대로 한인마트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크림치즈와 파마산 치즈, 샐러드 드레싱 등을 구입하기 위해 근처 그로서리 가게로 향했다. 조계지는 외국인이 많아서 오히려 작은 식료품 가게에 의외로 크림치즈같은 진귀한(?) 물건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겨우 회사에 출근한 회사 친구가 건물 지하에 있는 마트에서 크림치즈가 없어 구입을 못했다는 연락을 받았던 터라, 그 친구것 까지 넉넉하게 구입했다.
아이들은 어깨단발로 깔끔하게 커트한 머리를 찰랑이며 기분좋아했고 나는 구하기를 거의 포기했었던 물건들을 충분히 구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정도면 봉쇄가 2주까지 가더라도 괜찮겠다.
봉쇄가 내일로 다가왔다. 상해시 정부에서 봉쇄기간동안 먹으라고 식료품을 나눠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좋아하기 보다 놀라는 눈치였다. 너무 많이 나눠줘서, 봉쇄가 더 길어지기 때문인가 싶어서 말이다. 밤이 되자 아파트 단체에 공문이 올라왔다. 도시 전체를 소독할 것이기 때문에 창문을 꼭 닫고 자라며. 도대체 그게 무슨 소용이겠나 싶었지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창문을 잘 닫는 수 밖에 없었다. 어릴적 동네 소독차 같은 거겠거니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이어서 단체방에 올라온 소독차의 사진을 보고 나는 바로 이중창 다 잠그고 커텐까지 쳤다. 꼭 저렇게 열을 맞춰 소독해야 하는 것 또 뭐란 말일까. 정말 중국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봉쇄는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나는 봉쇄 다섯시간을 앞두고 아이들과 함께 동네 산책을 나갔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던 이곳이 정말 차 한대, 사람 한명이 없었다. 다른 세상에 있는 듯 했다. 아니,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세기말 영화 속 그 거리에 나와 아이들만 남겨져 걷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들도 거리 풍경이 적잖이 생경했던지, 나의 손을 잡으며 무섭다고 말했다. 무서우니 집으로 돌아가자며. 나는 엄마가 함께 있으니 괜찮다 말하며 아이들의 손을 꼭 잡았다.
천천히 왔던 길을 되돌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의 자박자박한 걸음 소리만 울리는 기묘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