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걸음 긴 여운.. 여행이 항시 주는 매력
어렵사리 금요일 하루 연차를 내고는 러시아의 동쪽 끝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다.
회사 업무와 개인적인 일로 인해 틈이 나지 않아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았는데 짧은 여행길 의뢰가 들어와 발걸음을 내딛는다. 잠시 동안의 발걸음이지만 가까운 유럽이라 표방하는 블라디보스토크의 길을 걸어보자.
블라디보스토크이라는 도시를 짧게 소개부터 하고자 한다.
러시아어로 ‘동방 정복’이란 뜻을 지닌 블라디보스토크는 이름부터가 러시아의 ‘동진(東進)’을 반영한 근대 도시다. 러시아인들이 1856년에 발견한 이 도시는 애초부터 러시아의 태평양 진출을 위한 교역 항구를 겸한 군항으로 개항되었으며,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시발점이면서 종착역이 되었다. 아마 이제 곧 남북화해 모드가 짙어지면 동해선이 북한 영토를 통과해 블라디보스토크와 연결되는 동북아 시베리아 횡단철도의 띠가 조성이 될 것이다.
러시아의 ‘동진’ 이전에는 중국 청나라 길림부도통(吉林副都統)에 속해 있었다. 그러다가 러시아와 영토분쟁이 일어나자 중국은 1860년 불평등한 ‘베이징조약’을 맺고, 이곳을 포함한 우수리(Ussuri) 강 이동 지역의 약 40만 km 2의 넓은 땅을 러시아에 내주고 말았다. 이를 계기로 러시아는 본격적인 이주를 시작하면서 자그마한 어촌이던 이곳을 일약 시로 승격시켰으며, 점차 연해주 지방의 행정 중심 도시로 키워나가 지금의 러시아의 7대 도시로 변모하는 역사를 가지기도 하며, 우리 민족에게는 강제 이주의 뼈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는 도시이기도 하며 블라디보스토크 시는 면적이 대략 600㎢이며 인구가 61만 7000명인 연해주 지방의 주도이다. 기후는 몬순기후로 평균온도가 1월에는 -14℃, 8월에는 +24℃로 연평균 온도가 +5℃이다. 사실상 그렇게 추운 지역은 아니라고 생각이 된다 (나만 그런가 몰라도..) 블라디보스토크 시와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는 우리나라의 도시는 1992년 6월 30일 체결한 바로 항도 부산이다. 이 정도로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마치고 이제 그 속살을 들여다 보기로 하자.
이른 새벽에 잠을 깨고 부랴부랴 짐을 챙긴다. 뭐 특별히 챙길 짐도 없지만 그래도 비행기를 타는데 수트케이스는 끌어야 간지가 나지 않은가 말이다. 이미 전날 챙겨놓은 짐 채비를 마치고 눈곱만 떼어내고는 차를 끌고 인천공항 2 터미널로 긴 이동을 한다. 우선 예약해 놓은 주차대행 서비스 지역으로 이동한 후 차를 맡기고 탑승동으로 향한다. 2 터미널은 처음 이용이었기에 서툴면 어쩌나 했던 마음은 기우였으며 발권부터 짐을 부치는 것 까지 너무 편하게 얼마 시간 소요 없이 진행되어 조금 더 빠르게 면세구역으로 이동을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면세구역에서 약간의 기호식품을 구매하고는 시간이 남아 있기에 마티나 라운지로 이동하여 간단히 허기진 배를 채워본다.
전날 얼마 먹지 않은 맥주가 매콤 달콤한 국물 떡볶이를 부르더라.. 그러면서도 맥주가 빠질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날아가는 동안 물 대신 맥주를 들이켤 예정이긴 하지만.. 그렇게 비행 탑승시간이 다가와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에 오른다. 이제 떠날 시간이다.
인천에서 이륙한 비행기는 서해로 빠져나가 북한의 영공 외곽으로 한참을 돌아 중국 단동지역으로 상륙한다. 만일 북한과 화해가 이루어져 영공 및 영토의 출입이 자유로워지면 비행기 간이 40여분 정도가 단축되며 이렇게 되면 그 비싼 항공유도 1/3을 절약할 수 있는데.. 빨리 조금은 더 저렴하게 비행길이 열리는 날을 기다려본다. 그렇게 2시간 30분여를 날아 도착한 블라디보스토크는 상쾌하기만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에 그리 차갑지 않은 북동풍이 양 귀불을 스치고 지나간다. 이제 이 낯설디 낯선 곳에서 짧은 2박 3일의 시간을 올곧이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렇게 공항에 도착을 하고 러시아 막심 택시를 이용하고자 SIM CARD를 멋지게 구입하고 있는데 한 러시아 아저씨가 다가오더니만 어디 가냐 묻는다. 무심결에 답하니 자기 차를 타고 가잔다. 그렇게 얼렁뚱땅 타게 된 차는 이름하야 봉고 택시.. 숙소까지 1500 루블이란다. 젠장~ 낚인 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나만 걸린 게 아니라는 점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며 시내까지 이동을 한다. 근데 이 냥반 참.. 운전 험하게 하더라 동승자들 모두 뭐 하나씩 붙잡고 생명연장의 꿈을 꾸며 블라디보스토크 타운까지 힘든 여정을 계속하고는 드디어 땅에 내리고선 하느님께 감사기도로 대신한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나서 짐은 그냥 던져두고 이 도시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부터 파악하고자 길을 나선다.
블라디보스토크 타운만 놓고 보자면 그리 큰 타운은 아니다. 이 타운을 벗어나 루스키섬 또는 연계되어 갈 수 있는 하바롭스키 까지 본다면 넓은 지역이지만 말이다. 서쪽 해양공원에서 우측 선박전시관 까지 걸어서 한 시간이면 여유 있게 도보로 충분히 다닐 수 있는 지역이다. 무리하게 택시까지 타면서까지 돌아다닐만한 곳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단 첫날은 아르바트 거리와 해양공원 쪽으로 걸음을 내딛는다. 무심결에 얇은 점퍼만 입고 나갔더라면 입 돌아갈 뻔했더랬다. 첫날 저녁의 날씨는 기온은 영하 3도밖에 되지 않았으나 바람이 무척 불어 상당히 차가웠기에 약간은 움츠리고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걸어 아르바트 거리를 통과해서 러시아 바다를 볼 수 있는 해양공원까지 걸었다. 뭐 해양공원이라 해서 큰 기대는 하지 말기를 추천한다. 그냥 요트 선착장과 산책로 정도만 있는 곳이니까. 그렇게 걷고 걷다 보니 해는 지고 이미 공항과 기내에서 먹은 약간의 곡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배가 많이 고파지더라. 러시아 음식을 먹어봐야 했으나 이미 허기진 배는 먹어서 죽지 않으면 아무거나 넣으라 아우성이라 걷던 길에 있던 인도 음식점으로 향한다. 솔직히 러시아 사람이 흉내만 내는 것이겠지 하며 들어간 인도식당의 사장은 인도인이었고 주방의 셰프들 또한 인도인으로 정통 인도 카레 음식점이었다. 러시아에서 인도 본토의 카레 음식을 먹을 수 있다니~~ 하는 기대감이 부풀기도 했다.
허겁지겁 먹느라 음식 사진 따위는 없다. 뭐 다들 알고 있는 비주얼이기에 이번 식당의 커리 사진의 없음은 패스
그렇게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는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온다. 첫날은 보통 사진도 잘 찍지 않는다. 그 이유는 내 눈으로 여행지의 모습을 익히기 위함이며, 길과 골목 등등을 익히기에도 솔직히 급급하기 때문이다. 물론, 스냅 정도는 담아둔다. 처음 발을 들인 여행지에서의 설렘으로 만나는 모습들과 그곳에서 생활을 하고 있는 현지인들의 모습 정도는 말이다. 여행은 그렇게 낯섬으로 부터 시작하여 익숙함으로 끝이 나는 것이기에..
"낯선 금발의 사람들에 섞여 마치 그들과 늘 함께 살아온 것 같이 움직인다. 어떤 이는 힘겹게 직장에서 퇴근한 무거운 몸을 업고 집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며, 또 어떤 이는 그 저녁시간에 일을 하기 위해 나가는 사람일 수 있으며 또 다른 어떤 이들은 카메라를 둘러메고 낯선 이 도시의 저녁을 헤매는 여행자들..
세상은 그렇게 움직이고 살아 숨 쉬고 각자도생의 길을 가지만 결코 따로 떨어뜨려 놓고 살 수는 없는 세상이기에 이렇게 함께 같은 공기를 호흡하며 살아간다. 내가 내뱉은 공기를 그들이 마시며, 그들이 내뱉은 공기를 내가 마시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는지.. 그렇게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마치 심해 속 깊은 어두컴컴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는 것과 같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낯선 곳에서의 첫날 저녁은 맥주와 담배연기로 깊어만 간다."
여행을 통해 사랑의 세계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뭐랄까, 파도가 함부로 침범하는 검은 절벽 위에서 당신을 더 절박하게 그리워했다면 정확할까. 긴 길을 걷는 동안 서로의 걸음을 지켜주며 내가 도착해야 하는 집이 결국은 너라는 것을 배웠다면 하면 좋을까. 저 많은 풍경과 사람들이 다른 말고 몸짓으로 사랑을 가르쳐주고 지났으니, 사소한 날 속에 눈부신 사랑을 비로소 읽는다. 바로, 여행 속에서..
곧, 본격적인 블라디보스토크의 두 번째 걸음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좋은 나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Writer : T_S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