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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Mar 28. 2019

권력은 은밀해야하는 법
_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바이스>를 보고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바이스>는 개봉 전부터 몇몇 이슈들이 많았다. 첫 번째 이슈는 부시를 허수아비처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부통령 딕 체니의 일화가 담겨 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는 크리스찬 베일이 딕 체니 연기를 위해서 급격하게 체중을 늘렸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영화 <빅 쇼트>를 촬영한 감독 아담 맥케이가 전체 촬영을 총괄했다는 점이다.


아담 맥케이 감독의 경우 영화 <빅 쇼트>를 적절한 내레이션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는 관람객들이 쉽게 금융 위기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기존의 영화와는 다르게 다큐멘터리식의 촬영을 하면서 최대한 사실만 전달하기 위해 애쓰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영화 <바이스>의 예고편을 봤을 때는 도무지 크리스찬 베일을 찾을 수 없었다. 하얀 머리의 뚱보 아저씨가 크리스찬 베일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내 우상이었던 베트맨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크리스찬 베일은 워낙 역할을 위해서 몸무게를 줄였다가 늘였다가 하는데에 능한데, 개인적으로 그의 건강이 걱정스러울 뿐이다.



#사실 전달에 힘쓰다.


영화 <바이스>는 조지 부시 2세가 대통령을 할 당시 부통령으로 있었던 '딕 체니'에게 집중한다. 많은 언론들이 조지 부시 2세는 허수아비였고, 실제 대통령의 권한은 '딕 체니'에게 있었다는 의견을 펼쳤다. 그리고 조지 부시 2세가 재임 중에 일어났던 이라크 전쟁이나 공권력 남용의 대부분에 '딕 체니'가 연관되어 있었다는 사실 혹은 의혹에 관한 영화이다. 


영화 <바이스>는 보는 사람에 따라서 불편할 수도 재미있을 수도 있다. 잘못 보이면 음모론처럼 보이고, 공화당의 사람들이 보면 전부다 민주당을 위한 영화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감독은 사실만 전달하기 위해서 굉장히 애썼다. 다행히도 내레이션을 통해서 영화가 진행되기 때문에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용이 객관적으로 전달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사실 전달에 너무 치중되어 있다.


굉장히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나 정치 이야기는 잘못 건드렸다가는 큰 질타를 받게 된다. 자신의 정당이 잘하나 못하냐의 문제보다는 상대팀이 더 잘 나가는 것이 문제인 것이 정치다. 그러다 보니 영화 <빅 쇼트>처럼 신란하게 비판하지 못하고, 수위를 조절하다 보니까 영화가 루즈해지는 경향이 존재한다.


감독의 고민도 굉장히 많았을 것이다. 민주당은 조금 더 신랄하게 비판해주기를 원했을 것이고, 공화당은 내용이 너무 자극적이라고 더 완화시키기를 원했을 것이다. 감독은 자신만의 영화를 만들어야 하기는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감독 역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조금 루즈한 면이 있다. 중간중간 적당한 풍자와 조지 부시 2세를 똑 닮은 배우로 흥미를 끌기는 하지만 영화라는 픽션의 요소가 적기 때문에 몰입감이 조금 떨어진다.



#연기력에 굉장히 박수를 보낸다.


영화 <바이스>를 보면 사실 전달에 신경을 쓰고, 일어났던 사건만을 영화에 담고, 관객에게 의혹이 사실인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그렇다고 작가가 공화당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민주당도 아니다.) 하지만, 나는 영화를 보면서 배우들의 연기력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다.


실제 주인공이 바탕이 되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점은 외형적으로 닮아야 한다는 점과 그 사람의 행동 패턴을 제대로 따라 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영화 <바이스>에 나오는 배우들이 실존 인물들의 연구를 굉장히 많이 했음을 알 수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연기한 딕 체니의 습관은 왼쪽 입가가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거대한 체형에 새하얀 백발이 포인트였다. 크리스찬 베일은 딕 체니를 연기하기 위해서 얼마나 오랫동안 딕 체니를 연기했을지 생각하면 소름이 조금 돋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연기에 대한 열정이 존경스러웠다.


왼쪽이 실제 딕 체니고 우측이 크리스찬 베일의 딕 체니다.


물론 크리스찬 베일만 이렇게 열심히 노력한 것은 아니다. 샘 록웰(Sam RockWell)의 조지 부시 연기나 스티브 커렐(Steve Carell)의 도날드 럼스필드 연기 역시 실존 인물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나지 않았다. 내용을 떠나서 실존인물들의 특징을 제대로 잡고 똑같이 연기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 이들에게 박수를 쳐야한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럼즈필드의 웃음 포인트를 똑같이 따라한 스티브 커렐
누가 조지 부시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된다.


#딕 체니는 도대체 누구인가


영화 <바이스>를 보기 전까지 딕 체니가 누구인지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나 역시 영화를 보면서 미국에 저런 일이 있었어? 아니 딕 체니란 사람을 내가 왜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딕 체니는 예일대에 합격했지만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와이오밍 대학교에 편입하였다. 풀네임은 리처드 브루스 체니인데 애칭인 딕 체니로 더 많이 불렸다. 미국 연방하원 원내총무, 미국 제17대 국방장관, 미국 제46대 부통령의 이력을 가졌지만 딕 체니는 눈에 띄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딕 체니는 말없이 행동으로 움직이는 스타일이었다. 윗사람들의 말에 크게 토를 달지 않았고, 자신이 모시는 사람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대로 도왔다. 그는 묵묵하게 자신의 일을 했고, 점점 "딕 체니에게 일을 맡기면 모든 게 제대로 처리가 된다."라는 소문이 백악관에 돌았다. 그렇게 딕 체니는 조금씩 영향력을 키워갔으나 레즈비언인 딸을 위해서 정치계를 떠나서 석유 회사의 전문 경영인이 된다. 평온한 삶을 살고 있던 딕 체니는 조지 부시의 런닝 메이트 제안을 받고 부통령으로 출마하였고, 미국 역사상 가장 욕을 많이 먹은 부통령이 되었다.


딕 체니는 권력을 제멋대로 휘둘렀다. 딕 체니가 원하는 법안은 모두 통과가 되었고, 조지 부시는 그저 얼굴 마담이라는 소문도 돌았다. 이라크 전쟁이라던가, 모든 국민들의 이메일과 전화 기록을 도청하는 법안 등에 딕 체니가 연루되었지만 제대로 처벌받지는 않았다. 그의 권력은 어마어마했는데, 사냥을 나갔다가 실수(?)로 친한 변호사에게 총을 쐈고, 그 변호사는 수술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딕 체니의 명성을 훼손한 점을 사과했다. 마치 "당신의 총구 방향에 있다가 총을 맞아서 죄송합니다."라는 느낌이랄까


한국 역사에 대통령을 좌지우지했던 최 순실이 있었다면, 미국 역사에는 딕 체니가 있었다. 물론 최순실 사건과 딕 체니 사건은 사이즈 자체가 다르지만 그의 말 한마디에 꽤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기에 비난을 피할 방법은 없다. 유명한 미국의 랩퍼 에미넴 역시 "Without me"라는 노래에서 딕 체니의 심장을 풍자하는 가사를 뱉는다. 이 당시 에미넴은 신인이었는데, 그 패기가 어마어마하다.


또한, 미국 드라마 <홈랜드>에서는 심장박동기를 쓰는 CIA 국장 출신의 차기 대선 주자 부통령이 나온다. 극중에 킬러가 심장박동기를 해킹해서 서서히 죽이는데, 방영 당시 몇 여론에서는 딕 체니를 저런 방식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딕 체니에 대해서 알기 전에는 이 뮤비의 의미를 제대로 몰랐다...


#시도를 칭찬한다.


영화 <바이스>는 전반적으로 신선한 시도의 영화였다 생각한다. 내레이션을 쓰는 방식도 그렇고, 딕 체니를 풍자하는 방식도 신선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곡이 나와도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마지막 재미가 있기 때문인데, 영화를 보면서 정치계가 어떤 식으로 언론을 이용하는 지도 알 수 있으며, 꽤나 불편한 이야기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잘 몰랐기 때문에 언제나 큰 권력에게 이용당해왔다. 언론에서 만들어지는 소식들이 국민들의 눈과 귀를 좁게 만들었고, 이익은 윗분들이 모두 챙겼다. 챙겼다는 의혹이고 사실 관계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깨끗해야 할 정치인들이 의혹이 생기는 것 자체가 문제다.


영화는 딕 체니를 강하게 비판하지도 않았고, 우상화하지도 않았다.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에서 관객들이 평가를 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렇기 때문에 쉽게 영화를 보고 싶은 사람에게는 자신의 생각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도대체 세계 정치나 경제가 어떻게 흘러갔고, 우리가 왜 그런 고통을 겪었는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영화 <바이스>를 꼭 시청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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