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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Jun 26. 2019

업보를 받아들이지 말아!
_브런치 무비패스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한 여행>을 보고

*이 글은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 글은 브런치무비패스를 통해서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글의 시작부터 조금 솔직하게 써도 되는지 모르겠다만, 진짜 이 영화 제목을 누가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한 여행>으로 지었는지 모르겠다. 어떤 관객을 노리고 이런 제목을 지었을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첫 시작은 호감도가 팍 떨어졌다. 보통 책을 사기 전에 제목과 표지를 보고 책을 구매하듯이, 영화 역시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 영화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영화 제목이 떡 하니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한 여행으로 적혀있으니 뭔가 제목에 말을 다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리고 어떤 내용인지 사실 특별하게 감도 잡히지 않기에 끌리지 않았다.


이번 영화는 긴가민가 하는 의미로 선택했는데, 와... 이거 안 봤으면 어쩔뻔했는지 모르겠다. 영화를 보고 영화의 원제목을 찾아보았다.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가 제목이다. 굳이 해석하자면 수행자의 기이한 여행, 놀라운 여행 정도가 되겠다. 번역하는 사람의 마음을 알 것 같기는 했지만 조금 아쉬웠다. 그래도 여전히 저 제목은 진짜 내겐 별.로. 다. 하지만 영화는 짱. 이. 다!



#세 얼간이를 잠깐 기대했다.


인도 영화의 특징은 영화 중간에 노래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상영시간이 길다는 것이다. (내가 아는 한) 그래서 잠깐 세 얼간이가 생각났다. 첫 시작은 죄를 저지른 세 아이에게 한 말끔한 청년이 가서 이야기를 할 테니 시간을 내달리는 식으로 시작된다. 딱 봐도 과거 이야기인데 뭔가 기대가 되었다. 주인공인 아자타샤트루 라바쉬 파텔 (이하 줄여서 '아자'이다.)은 아버지를 모른 채로 태어났다. 아자의 엄마는 아빠의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호기심이 넘치던 아자는 모든 남자들이 아빠일 것 같은 상상이 있었다. 그리고 엄마가 아자에게 늘 밥먹듯이 하는 '파리에 가야지'를 통해 아자의 아빠가 파리 어딘가에 있구나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다.



아자는 호기심이 넘치고 좁은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의 세상은 친척집에서 자신의 집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작은 세상이었다. 하지만 학교에 가서 세상을 배우고 나니 자신이 가난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부터 그의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었다. 돈을 벌기 위해 상상력을 이용했고, 길거리 사기(?) 마술과 도둑질을 하면서 근근이 삶을 이어갔다. 


맹모삼천지교가 참 이럴 때 생각났다. 어디서 아이를 키우느냐, 어떤 환경에 내가 있느냐에 따라서 생각이 변하고, 세상이 변한다는 것을 우리는 '아자'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성인이 된 아자는 엄마를 데리고 파리에 갈 목표를 세우지만 엄마는 살아생전 인도 뭄바이라는 작은 세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엄마의 꿈을 이루고자 그리고 자신의 세상을 넓히고자 아자는 모든 돈을 털어서 여권을 만들고 파리행 비행기 티켓을 산 후에 위조지폐 100 유로를 가지고 파리로 날아간다.



#이케아 옷장에서부터 시작된 특. 별. 한. 여행


영화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파리로 날아간 아자는 가장 먼저 아빠를 찾기보다는 이케아 매장으로 향했다. 어릴 때부터 가구 마니아였던 아자는 잡지에서만 보던 실제 가구를 보면서 행복에 빠진다. 그리고 거기서 '마리'를 발견하게 된다. '마리'에게 호감을 느낀 아자는 마리의 근처를 돌면서 "롤플레잉" 즉, 상황극을 벌인다. 10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했는가, 결국 마리는 아자의 놀이를 맞춰주면서 호감을 느낀다. 튕기는 듯해 보이는 마리, 그러나 그녀는 집에 도착 후 룸메이트인 로즈에게 남자 친구가 생길 것 같다고 자랑한다. 왜냐하면 그들은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다음날 저녁 7시에 잡았기 때문이다. 바로 에펠탑 아래에서!


하지만 세상은 쉽지 않은 법. 아자는 자신에게 기회가 온 줄 알았다고 하지만, 기회는 쉽게 오지 않는 법인가 보다. 숙박비가 없었던 아자는 침대 밑에 숨어 있다가 이케아 옷장 안에 숨어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하필 아자가 잠들었던 옷장은 런던으로 배송되는 옷장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아자의 특별한 여행이 시작된다. 



#모두가 각자의 사연이 있는 법이다.


아자는 런던으로 가는 트럭 안에 몰래 숨어든 불법 이민자들을 만났다. 아자는 그들에게 자신은 절대 이민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생김새는 너무나 이민자였다. 이민을 온 모든 이들은 각자의 사연이 있었고, 아자와 이민자들은 런던 경찰을 피해 도망가봤지만, 결국 잡히고 만다.


런던 경찰청에서도 아자는 사연을 말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각각의 사연이 있을 법했지만, 런던 경찰은 그저 사무적으로 이민자들을 처치했다. 그리고 스페인으로 그들을 보내버렸다. 불법 이민자에게 공무원들은 그저 일거리일 뿐, 그러나 이민자들 모두 각자의 사연과 꿈이 있다.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하루하루를 머물면서 아자는 업보를 받아들인다. 그러면서도 탈출의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아자는 자다가 일어나서 늘 잠겨있던 문을 열었고, 열린 문을 통해서 또다시 짐칸에 숨었다. 그리고 그는 이탈리아로 날아간다.



#삶에 기연은 누구나 하나쯤은 있다.


무협 소설들을 보면 기연을 만나서 고수가 된 사연들이 나온다. 누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기연을 만나기도 한다. 아자가 숨어들었던 캐리어는 유명한 여배우 넬리의 짐이었다. 아자의 스토리에 공감한 넬리는 아자를 도와주고, 아자는 넬리의 진정한 사랑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둘은 하루 만에 친구 같은 깊은 우정을 남기고 넬리는 아자의 글이 적힌 셔츠를 10만 유로에 팔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러나 아자의 여행이 쉬우면 영화가 아니다. 10만 유로를 빼앗길 뻔한 아자는 용케 열기구를 타고 이탈리아를 도망치지만 세상이 참 다사다난하다. 그는 리비아로 향하는 배로 착륙하게 되고, 거기서 모든 돈을 다 뺏긴다. 그렇게 난민자들이 한 번쯤은 모인다는 리비아에 도착한 아자. 거기서 아자는 다시 기연을 만난다. 런던에서 같이 도망쳤던 난민자를 만나서 잃어버린 돈을 찾고 부자의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원래 깨달음은 늦는 법이다.


오직 부자로만 살고 싶었던 아자는 난민자들을 도우면서 한층 더 깨달은 경지에 도달한다. 그는 부귀영화를 버리고 다시 인도로 돌아가기로 한다. 그에게 무언가 사명감이 생겼다. 그는 파리에 가서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다시 인도로 돌아와서 학교 선생님이 되었다. 매일 아이들에게 스토리를 들려주고, 꿈을 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그들의 세상이 넓어질 수 있도록 도왔다. 


아자는 자신의 깨달음을 아이들에게 돌려주었다. 세대는 그렇게 성장하는 것이다. 굉장히 뻔하지만 나도 모르게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처음 잡혀온 3명의 아이들에게 안 좋은 소식을 전한다. 너넨 앞으로 4년간 감옥에 가야 한다. 우울해하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아자는 깨달음을 건넨다. 대신 너네가 4년간 매일 학교를 나온다면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된단다. 아이들은 조금 늦었지만 아자의 덕분에 쉽게 깨닫지 못하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아자가 교도관과 같이 길을 걸으면서 영화는 끝난다. 교도관이 묻는다. "전부 사실인가요?" 아자는 대답한다. "큼직한 사건에 한해서는" 누구나 기연을 만나지만, 모든 삶이 다 꿈같이 기연만 발생되면서 이뤄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다른 이들을 위해서 내 현실에 조금의 조미료는 괜찮아 보인다.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 신나고 자주 웃는 영화


힐링 영화이다. 재밌다. 유머도 재밌고 아이들의 웃음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다.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모두가 볼 수 있다. 세 얼간이처럼 많은 깨달음을 주지는 못했지만, 러닝타임이 꽤나 짧다. 그리고 인도 특유의 노래들이 영어 영화에서 나오니 신선했다. 감독이 캐나다 인이어서 그런지 인도풍과 미국풍(?)이 적절하게 섞여서 재밌었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런던 경찰의 노래와 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아자와 넬리의 춤은 스토리를 떠나서  그저 어깨가 흔들거린다. 무대가 주어졌다면, 다들 흔들흔들거리면서 춤을 췄을지도 모른다. 제목에서는 별로 끌리지 않았지만 보고 나니까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다들 이 영화 한번 보소, 동심으로 돌아가고 깨끗한 마음으로 영화관을 나올 수 있을 테니까!


아, 그래서 아자가 마리를 다시 만났냐고? 그건 영화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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