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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콘 Aug 30. 2022

알고리즘이 싫은 요즘

삶은 좀 더 다채로울 필요가 있다.


어느날 문득, 내 플레이리스트를 보았다. 유튜브 프리미엄을 사용한지 어언 1년이 되고보니 내 플레이리스트는 늘 듣던 음악이 대부분 이었다. 익숙한 음악을 듣는 편안함은 있었지만, 한 때 나의 즐거움 중 하나는 새로운 스타일의 음악과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아티스트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의 음악 세계는 새로운 신곡은 거의 없고, 모르는 아티스트도 없어졌다. 알고리즘에 내 시야가 가려진 결과라 생각한다.



#세상이 편해졌다.


세상이 편해졌다. 혹은 세상에 비밀이 사라졌다. 내가 찾아보고자 하는 것들은 어떤 이유로인지 모르겠지만, 자꾸 광고 피드에 나타나서 나의 소비를 부축인다. 정보 탐색에 시간이 줄어드는 만큼, 편하다고 생각했다. 유튜브를 봐도, 내가 보는 스타일의 비슷한 영상이 나온다. 나는 별 의심없이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영상을 보면서 내 취향을 적립해나간다. 


취향을 적립해나간다. 이 말이 맞는거 같다. 내 취향은 알고리즘에 의해서 확고해진다. 보던 개그 프로그램과 비슷한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있고, 보던 브이로그와 비슷한 브이로그가 뜬다. 최근 스맨파 영상을 보다보니, 계속해서 댄스 영상이 추천으로 뜨면서 나의 시간은 속절없이 댄스 영상을 보다가 지나가버렸다. 저녁을 먹고 잠깐 본다는게 벌써 잘 시간이라니... 스스로 한심하기도 하면서, 중독 같은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탐색할 자유가 필요해


내 숨은 변태같은 취미 중 하나는, 나만 아는 좋은 음악과 아티스트 발견하기였다. 유투브 프리미엄을 쓰기전에는 벅스뮤직과 멜론을 번갈아가면서 사용했다. 올라오는 신규 앨범들을 다 들어보고, 괜찮은 목소리의 음악가의 예전 노래들을 챙겨보면서 아티스트를 키워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꽤나 시간을 들여야했고 플레이리스트를 자주 정리해줘야했지만, 모래더미에서 사금을 발견하는 것처럼 좋은 아티스트를 발견하면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그리고, 그 아티스트가 유명해지면 새로운 신규 아티스트를 찾아서 발굴하곤 했다. 


좋은 노래를 발견하면, 유튜브로 가서 해당 노래의 뮤비를 찾거나, 해당 아티스트의 라이브 음악을 들어보았다. 그때의 유튜브도 알고리즘은 있었겠지만, 지금처럼 너무 많은 영상이 있던 시절은 아니라서 원하는 것만 찾아보기도 용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좀 다르다. 새로운 것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새로운 것이 새로운 것이 맞는지도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새로운 것이 너무도 많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알고리즘에 익숙해진 것인지 새로운 것을 찾는 시도가 줄어들어든 것 같다. (아님 내가 좀 늙었거나...)



#다양성은 곧 다채로움이야


알고리즘은 편리하다. 그건 부정할 수 없다. 기업의 마케팅 입자에서도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기 좋고, 소비자 입장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 위주로 깔아주기 때문에 탐색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그러나, 새로운 취향이라는 것은 경험해보지 못한 곳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닐까?


매번 갔던 여행지를 가면, 익숙하고 편안한 재미는 있지만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신선함과 충격은 없을 것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에서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고, 나의 인지와 시야를 확장시킬 수도 있다. 그로인하여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 그렇게 삶이 다채로워진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자극과 새로운 경험이 없으면 앞으로 남은 인생이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는 너무나 유명한 구절이 있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구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세상,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선 투쟁이 필요하다. 싸우라는 것은 아니고, 투쟁 정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과 노력 그리고 정성을 쏟아붇지 않으면 새로운 경험과 새로운 자극은 없이 우린 익숙한 것만 보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삶은 더욱 다채로워져야 한다. 인생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우리는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고 경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익숙한 것들에 둘러쌓여서 멀리 파란 하늘을 동경만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익숙한 것을 자주 무너뜨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받아들일 때 반감이 생기고, 나의 세상은 작은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니까, 오늘은 알고리즘에서 벗어나서 쌩뚱 맞은 음악도 들어보고 영상도 찾아보자. 분명 귀찮음과 피곤함과 어색함 사이에 재미가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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