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쥐와 하동 쥐 이야기"는 서울 쥐와 하동 쥐의 주고받는 편지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서울 쥐와 하동 쥐는 둘 다 지역을 위한 연구를 하다, 서울 쥐는 여전히 그 일을 하고 하동 쥐는 지역 현장에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런 배경을 가진 둘의 푸념들이 여러 청년(혹은 중년)들에게 조그마한 즐거움이 되길 바라며 글을 적어봅니다.
이번에 싣는 3번째 글은 서울 쥐의 이야기입니다. 우리 편지들은 본 브러치와 함께 하동 쥐가 운영하는 경쟁사 블로그에도 공동 게시될 예정입니다. 부디 즐감하시길~
코로나가 바로 우리 옆에 와있는 듯해. 오미크론에 걸리더라도 이불 꽁꽁 한 이틀 싸매고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봄이 되길... 가내 평안하길...
그저 그런 인사로 주고받던 말이었는데, 네가 바란 가내 평안은 코로나19 구렁텅이로 다이빙하는 바람에 지키지 못한 안녕(?)이 되어버렸어. 코로나19가 앗아간 나의 건강으로 글을 쓰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족보행마저 일정 부분 기능을 상실하고 말았어. (응 맞어. 글이 늦은 이유를 전부 다 코로나19에게 돌리는 중이야)
사실 지난 너의 글 말미에 네가 보낸 질문에 응답하려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이라는 좋은 소재를 또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서 이번엔 코로나19 이야길 해보고자 해. 내가 브런치 연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2년 전에 밀접접촉자 신분으로 수행했던 두 번의 자가격리 때문이었고, 그러니 뭔가 코로나19 이야길 안 하자니 날 작가로 채택해준 브런치 측을 배신하는 것 같아서.
아무튼 난 코로나19 슈퍼회피자라고 인식하며 2년여를 살았는데, 결국 오미크론이란 종의 대유행 앞에선 한낱 비루한 숙주일 뿐이었어. 물론 서울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수행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는 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코로나19 유행을 피하려 했다는 정신상태가 문제가 있었던 것이겠지? 인구의 절반이 모여서 아등바등 살고 있는데 말야.
이번에 감염되어 격리를 해보니 참 서울이라는 곳에 대한 회의가 다시 한번 몰려왔어. 예전 격리를 당할 때 느꼈던 행정의 절차에 대한 아주 조금의 아쉬움에서 기인한 회의. 그들의 고생을 알기에 뭔가 글로 적기에 미안한 회의.
글을 쓰고 있는 4월 초 확진환자 지역별 비율을 보면, 서울에서만 20.87% 확진자가 나오고 있어. 경기 27.74%, 인천 6.18% 수준이니 수도권은 정말 최악의 감염환경을 지니고 있고 이곳에서 공공을 위해 일하는 이들은 정말 죽을 맛이겠지. 나처럼 최선을 다해서 대응을 해도 불만세력은 눈에 쌍심지를 켜고 문제제기를 하고...(알면서도 불만을 적어 내려갈 나의 비루함은 역시...)
내가 확진 판정을 받은 3월 말 거주지역에서는 하루에 1300여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었어. 확진자 관리를 위해 검사, 판정, 생활지원금 지급 등이 효율적으로 재조정되었지만, 역시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확진자 때문일 거야. 행정의 자그마한 실수는 밀려드는 확진자들이란 파도 앞에 무기력했겠지. 모두를 보듬기란 불가능했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세가 꺾이고 있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늘어날 확진자들을 위해, 그들을 상대해야 할 공공을 위해 굳이 불만을 남기는 차원에서 너에게 고자질을 해본다. 행정도 어려운 게 사실 우리 동네에만 인구가 40만 명이고, 매일 1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오니 엄청 힘들겠지. 짜증 나겠지. 하지만 언제나 시민들이 입에 달고 살고 있듯이, 행정 입장에서는 40만 명 중 1명이겠지만 난 나에게 1명이니 어쩌겠어. 내 목숨도 하나고...
일단 걸려보니까, 여전히 통지가 늦더라구. 재감염을 막기 위해 다양한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 재택치료를 하다 보니 뭔가 어느 정도 확진자의 양심에 맡겨놓는달까. 물론 어떤 이들은 그걸 무시하고 사우나 같은 데를 가서 사고를 치지만...
하지만 예전과 달리 격리 중 매일 두 차례 현황을 체크하는 앱도 사용하지 않으니,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는 짐승들에게 양심을 온 힘을 다해 발휘해달라는 마인드는 위험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어. 아무리 법으로 처벌한다고 해도 인간의 욕망을 어찌 통제할 수 있겠어. 모든 이탈 격리자들에게 법적 절차를 추진하면 아마 2022년 한국의 행정이 멈출지도...
내 경우 가장 많이 화가 났던 부분은 격리통지서를 다른 사람 걸 보냈다는 거야. 물론 이름이 교묘하게 비슷하고 연령대도 교묘하게 비슷하더라. 황당했지. 짜증 났지. 알다시피 예전에 내가 또 개인정보 보호 활동을 했던 활동가라... 내가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가 잔뜩 담긴 격리통지서를 받았듯이 누군가는 내 격리통지서를 받았을지 내가 어찌 알겠어. 그리고 그 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하필 보이스피싱 종사자면 어떡혀. (참 쓸데없는 생각의 흐름이다)
워낙 행정이 바쁘니 이해는 하지만, 나도 회사에 입증서류를 내야 하니 재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어. 전화로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그제야 잘못 발송되었다는 것을 파악하고 사과하시더라. 안타까웠어. 잘못을 알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의 아찔함이란... 그들 역시 식은땀 흘렸을 거라 생각해.
이런 상황을 겪어보니 난 역시 공무원 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생각을 문득 다시 하게 되었어. 단순히 일자리 확대 차원에서 공공일자리를 늘리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늘어나는 혹은 고도화되는 행정에 대한 요구에 효과적으로 응답하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이 공공의 영역에서 활동할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
글을 쓰다 보니, 내 전화를 받고 식은땀을 흘렸을 공무원의 모습과 예전에 PCR 검사를 받으러 갔을 때 밀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짜증에 가득 차서 응대하던 보건소 직원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머리를 떠돈다.
문제를 제기하지 말든지, 쓸데없는 연민질을 멈추든지... 나란 인간은 참 모질지 못해. 엉망진창이야. 원래 이랬던 인간일까, 코로나19 후유증일까. 그건 그렇고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 코로나19를 겪고, 후유증에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지만, 너와 나눌 글을 쓰니 또 뭔가 재밌는 기운이 몰려온다. 역시 이 글을 쓰기로 하길 잘한 것 같아.
다음엔 네 질문에 답하는 글을 잘 써볼게. 너도 네 글에 쓸지 모르지만(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너도 고통의 일주일을 보냈을 텐데 후유증 관리 잘하고 어여 훌훌 털어내시길 바라네. 친구 아니랄까 봐 코로나도 어떻게 비슷한 시기에 걸리냐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