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에서 소설 쓰고 앉아 있네
삐빅 삐빅. 귓전에서 알람이 울렸다.
눈을 번쩍 떴다. 악몽에 시달린 얼굴이 식은땀에 흥건했다.
뺨에 쩍 달라붙은 스마트폰을 휙 내던져 버렸다.
말레이시아는 수년간 전면 통행이 금지된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도저히 집에 갇혀있질 못했다. 소위 외부를 돌아다니면서 에너지를 얻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하루에 두 명 이상을 만나면 기가 소진해 이틀 이상의 휴식기를 가져야 하는 사람과는 반대 부류다. 오랜 감금에 지친 이들은 본능에 따라 외출을 강행했다.
방역수칙을 어긴 당연한 귀결로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널리 보급된 백신으로 이미 형성된 항 T세포 항체(Anti-T cell antibody)의 면역효과는 미미했다. 오메가 변이 바이러스는 세포핵 속 DNA에 끼어들어 새로운 mRNA strain을 조합해 내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를 통해 발현된 단백질은 사람이 외부에서 영구적으로 활동 가능하도록 신체를 변형시켰다. 오메가 변이는 숙주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앗아가는 대신 공생하는 방법으로 진화를 거듭한 것이다.
키틴질의 단백질은 등 흉추 부근에 빈 공간이 있는 혹을 부풀어 오르게 했다.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한 크기였다. 혹 덩어리는 24시간 주기로 끊임없이 재생산 및 교체되었는데, 임의로 키틴질의 혹을 제거할 경우 단백질을 공급받지 못한 부위에서 부패가 진행되면서 어디가미나를 (Udigamina-rL 형) 독소를 발생시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외부 생명체였던 미토콘드리아가 체내에 들어와 숙주와 공생을 선택한 이후, 생명유지에 반드시 필요한 생체 에너지 ATP (Adenosine TriPhosphate)를 생산하면서 필수 세포로 공생 관계를 유지하는 것과 동일한 전략을 펼치는 영리한 바이러스였다. 세균도 아닌 바이러스 수준임을 감안하면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진화였다. 바이러스의 발현 양상과 야외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감염군의 97.5%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착안해 바이러스는 외향팽이바이러스(Waehyangpang-i Virus, "W. Virus")로 명명되었다.
W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백신이 따라갈 수가 없었다. 정부는 대응책을 마련하기 전까지 모든 정보를 비밀리에 붙였다. 군중을 극도의 공포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럼에도 지금 이 메모를 남기는 이유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험 과정에서 감염이 되어 버린 것이다. 등에는 점점 혹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몸이 점점 변하고 있음이 느껴진다. 내가 키보드를 칠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싶다.
삐빅 삐빅. 귓전에서 알람이 울렸다.
눈을 번쩍 떴다. 악몽에 시달린 얼굴이 식은땀에 흥건했다.
뺨에 쩍 달라붙은 스마트폰을 휙 내던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