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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원진 WonjeanLee Oct 12. 2017

요가-한다yoga-ing.

나도 살고 나라미래도 살리고, non-zerosum game

요가한다. (yoga-ing)

신조어인 이 단어를 사전 찾아보면 이렇다.


"The act of doing yoga moves in random places such as the grocery store, the mall, ect.

Related to the new trends such as coning."

(장보는 곳이나 마트 등 일상적인 아무 곳에서 요가 동작을 하는 행위, 뉴 트렌드란다. )


소위 요가에 중독된 것이다. 요가를 안하면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요가하는' 게 맞다.

며칠 전에 이런 칼럼을 읽고 아 요가는 진정 살기 위한 운동이구나 확신했다.

http://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2245.html?_fr=fb#cb





나미살녀가 나를 살리는 법


여기서 말하는 동네 주민센터 요가를 나는 언젠가부터 주 5회 다닌다.

하지부종이 온 데다, 몸이 욱신거려 운동을 안 할 수 없게 됐다.

월수금 반과 화목 반이 따로 있는데, 그 두 개 강좌를 동시에 신청하면 주 5회가 된다.

사정상 못 가는 날이 많지만 일단 갈 수 있으면 되도록 가려고 한다.

동네 요가가 '전문적'이지 않다면 할 말은 없지만

('전문적'이라는 말이 지닌 비판적 함의는 이전 포스트 이반 일리치의 서평을 참고해주시면 감사)

집에서 가장 가깝고 자전거 등원이 가능한 거리를 생각하려다 보면 구민센터만한 대안이 없다.

아이 셋을 낳았다며 기특하다고 50% 감면해주는 곳이 그나마 여기밖에 없다는 점도 큰 이유다.

그래서 꼭 누려야 한다.

독일 출신의 비정상회담 출연자인 다니엘 린데만은 한 기고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사회적 인식도 변해야 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하는 여자들을 ‘경단녀’ 대신 ‘나미살녀’로 불렀으면 좋겠다. ‘나라의 미래를 살린 여성’을 줄인 말이다."


요약하면 나라 미래도 살리고 나도 살리고, 참 괜찮은 주민센터의 정책이지 않나 싶다.

얼마 전 본 드뇌 빌뇌브의 '콘택트(arrival)'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이 그랬다.

윈윈 게임의 좀 더 고급진 단어는 논 제로섬 게임이라고.


화목은 새벽반 그리고 월수금은 저녁반을 다니려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도 거의 주 5회 수영을 하는데

나는 수영은 초등학교 때 하다 그만뒀고

피아노도 체르니에서 그만두고 별 취미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뭔가 하나를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나도

요가를 한지 무려 8년이 돼 간다.

원정혜샘 요가부터 송선미 필라테스, 이소라 비디오 지금은

레베카 루이스의 운동(마일리 사이러스 하체 만들기로 가장 히트를 치지 않았을까)이나

보호 뷰티플이라는 요가를 나름대로 홈트하고 있다.

https://www.youtube.com/user/cexercize


요가가 당장의 체력을 길러주지는 않는 듯하다.

하지만 몸을 스트레칭하며 아프다.

아프고 덜덜 떨리며 몸의 균형을 진단하는데, 호흡을 하면 통증이 조금 가신다.

아이를 낳을 때도 나는 적어도 호흡은 참 잘했다. 호흡을 하고 나면 극심한 통증이 조금 완화된다. 그때 호흡이 진통의 기능이 있음을 확실히 알았다.

아이 낳을 때 아이와 계속 대화를 한다.

"아이야.. 빨리 나와라. 나 힘들다.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너도 많이 힘들지?

제발 좀 빨리 나와서 이 좋은 세상 함께 살아보자."

그러면서 심호흡을 하면 사실 온몸의 근육과도 함께 호흡하는 것이다.


호흡은 음양이다. 그래서 요가가 좋다.

호흡이라고 해도 좋고 내외라고 해도 좋고,

더 좋은 점은 호흡(呼吸)과 근육의 신전(extension)과 굴곡(flexion)의 질서가 나란하다는 점이다.  

요가 선생님이 마지막 사바사나 자세 때 하는 말엔 그 선생님의 요가 철학이 묻어 나온다.

"오늘 하루 받았던 세상의 모든 어두운 기운을 호흡을 통해 다 비워내라"는 분,

"세상의 모든 별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또 그 빛을 가장 멀리까지 발산하라"던

한 요가 선생님의 말씀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또 "힘들다. 힘 나간다". 란 비유도 좋다.



모든 짝 개념이 여기서 다 통한다.
요가의 호흡은 나를 둘러싼 주변 공기와 조응하는 과정이다.
만물의 기가 나를 통해 재배치되는 과정이다.
yoga는 ‘결합하다’의 어원에서 나왔다. 몸과 마음의 또는 어떤 이원적 개념을 상상하든 그 개념의 ‘상응’, 또는 ‘합일’을 뜻한다.

다이어트 시장엔 엄마가 포진해있다.

'욕망아줌마'가 주스를 만들어 팔고 어떤 엄마는 '습관 성형'이라는 말을 한다.

'엄마운동연구소'라는 곳을 운영하는 강사도 있었다.

그러나 비단 몸의 군살 다이어트가 아니라

삶의 낭비적 요소까지 다이어트하는 수준까지 이르면 더욱 좋겠다.

 

내게 요즘 가장 필요한 것은 집중력이다.  

누가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야 한다.

뚫을 곳을 뚫고 더 적극적으로 만나고, 부탁하고 나를 설명해야 한다.

누가 다가오면 하자고 하는 게 아니라, 내가 먼저 다가는 힘을 길러야 한다.

그것이 내가 살고 싶은 삶을 만드는 길이다.

나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나는 현장을 좋아한다.

그러나 사유의 도구인 개념을 좋아한다. 어원은 더욱더 좋아한다.

도시환경 즉 대단지 아파트가 있고 거기 주민센터를

내 주변 이웃과 함께 동네를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를 바꾸는 게 가능할까.

아마 그것은 내가 직접 메이커가 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요가만 하다가 나디아(이승아)의 '현대요가백서'를 읽어봤다. 그의 말들을 인용해본다.


나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나’가 될 수 있도록 늘 기도한다.… 요가를 통해 ‘건강과 행복은 누구의 도움이나 희생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p.4
숨을 쉬고(호흡) 움직이고(동작, 자세) 생각하는(명상) 일상의 연장선상이다. 좀 더 깊어진 자신과 타인, 그리고 자연과 우주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이 요가다.
요가 수련 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각각의 자세에서 오는 반응과 마음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 느껴지는 그대로를 인지하고 그것을 몸과 정신이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p.53)
“나를 열고 늘리고 펼치는 것이 요가다. 지금, 내 몸이 아니다 싶은 사람은 그동안 나를 버리고 살아온 거다. 요가는 운동이 아닌 수행의 영역에 가까운데, 중요한 건 (동작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해라. 못하는 게 아니라, 이건 시간문제다.”
호흡부터 시작한다. 장기의 조직과 세포를 운동하게끔 하는 과정. 첫 번째 생명 요소다. 완전한 몸과 마음은 호흡에서부터 비롯된다. 많은 사람들은 호흡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한다. 그저 생존에 필요한 것으로만 치부한다.
그래서 어떻게 호흡하는가가 중요하다. 생명의 움직임과 운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요가의 자세는 또 호흡과 맥을 닿는다. 근육세포와 조직을 활성화 시키는 것이 자세다. 요가라면 몸을 꺾고 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요가의 목적은 꺾는 것이 아니라, 내 몸이 요구하는 것을 아는 것이다. 동작이 호흡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 호흡과 자세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을 알려준다.
“모든 기능이 하나가 되게, 특정 기능에 집중되지 않게, 자세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편함에서 벗어나는 것이 요가다. 억지로 자세를 취하지는 마라. 호흡과 맞춰야 한다.”
그리고 자세가 잘 취해지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 지금 행동의 결과는 과거 행동의 결과이며, 자신을 탓하되 바꾸는 것이 늦지 않았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세가 잘 취해지지 않는 것은 그동안 자신의 몸이 굳어 있는 결과다. 몸을 충분히 열어주지 않은 것은 자신이므로, 자신을 탓하라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개선의 여지는 늘 열려있다. 몸은 어떻게 자세를 잡아주느냐에 따라 유연하게 움직인다.


내가 공부하는 퇴계의 철학에 따르면 요가야말로 경(敬)의 운동이다.

골반의 틀어짐, 좌우 대칭도 중요하고, 앞뒤도 벽에 대듯 몸이 일직선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요가는 거울을 보고 해야하는 자기성찰적 운동이다.

그것은 순간과의 조우, 즉 현재를 만나는 실재성의 운동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분은 바로 이 면이다.

우리 몸은 좌뇌와 우뇌의 정확한 조화가 굉장히 중요하듯,

앞뒤의 조화, 뼈와 근육이 만나는 지점들이 모두 중요하다.

항상성과 우리 스스로에게 있는 자가 치유력을 찾아가는 과정이 바로 요가다.

아직도 골반이 많이 비틀어져 있고, 그래서 척추측만증도 심하다고 하지만

요가를 하지 않았더라면 더 심해져 있을 것이다. 정확한 자세(posture)가 중요하다.


또 요가는 자기와의 싸움, 극기의 운동이다. 수영도 비슷하다 할 수 있지만 수영이 보다 경쟁적이라면 요가는 나와의 경쟁에 비유한 공자의 활쏘기 운동과 좀 더 비슷하지 않을까.





몸과 마음이 합일되는 공간에 대한 욕망


사실 공간에 대한 나의 애정은 이렇게 커졌다.

주 5일 요가를 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미국에 체류할 당시 ymca를 다녔던 경험이다.

아이가 ymca 유치원을 다녔기 때문에 우리 가족은 자연히 멤버십을 갖게 됐고

멤버십이 있는 사람은 카드만 있으면 시간대별로 모든 요가, 필라테스, 줌바, bar를 택할 수 있었다.

난 그래서 하루 한 시간씩은 꼭 투자해서 다녔다. 막내가 11개월인데도 어떻게 가능했냐면

2시간 동안 엄마가 아이 없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아이를 맡겨두는 놀이방 보육시스템 덕분이었다.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두고 싶었을 정도로 너무 감탄한 프로그램이었다.

길 하나만 건너면 되는 곳을 요가매트를 갖고 다니다 보니, 주 5회 하고 나니 집에 와서 논문 쓰는데 더욱 집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었다.  

https://www.ymcamn.org/kid__teen_activities/family_fun__fitness/workout_child_care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도 도서관-요가센터를 결합한 마더센터 같은 걸 만들고 싶어서 매우 흥분돼 있는 상태다. 그 꿈을 언젠가는 이루고 싶다.  


얼마 전 c프로그램이 개최한 행사에서 본 느티나무도서관에선  '책에 닿을 수 있기를'이라고 적힌 사다리가 참 좋았고 매주 격렬한 토론 끝에 사서 선생님들이 바꾼다는 콜랙션이 참 좋았고 퀼트같이 짜인 큰 물음표가 참 좋았다.

또 '수유너머 104'라는 곳도 가봤다. 여기서는 이진경 선생님 등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인문 세미나와 요가를 같이 하고 공동 키친을 운영하고 있었다.

코워킹 스페이스면서 엄마의 심신을 단련하고, 생각을 교환하고 아이들이 같이 배우는 곳

한마디로 내가 꿈꾸는 건 수유너머+아이가 함께 있을 공간이다.





요가가 일으키는 새로운 문화현상


요가가 일으키는 새로운 돌풍도 재밌다.


1)나도 요즘 핫하다는 캐나다의 그 요가복에 빠졌다. 이름하여 룰루레몬

http://news.hankyung.com/article/2012090652441

이걸 입으면 정말 마법같다. 한개만 입어도 보정을 할 수 있다. ㅎㅎ


2)옛날의 회식문화가  술 경쟁파티(beer pong)라면 요즘은 요가 파티(yoga party)를 연다고 한다.

이벤트회사 bender는 2013년부터 도심호텔과 레스토랑옥상을 빌린 행사를 했다.

옛날 사람들이 술을 마시러 2차, 3차, 4차를 옮겨다닌다면

(이걸 bar hopping또는 pub crawling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제는 요가를 하면서 juice crawling을 한다는 것이다.

http://www.ttimes.co.kr/view.html?no=2017090718547748290


요가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할 듯하다.

사람들은 각각 "요가는 ----이다"를 정의한다.

"요가는 감각의 스위치를 다스리는 것이다(곽미자)"
"요가는 방치된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박효엽)"
"요가는 의식에 내재된 우주의 진동이다(김미경)"
"요가는 깨달음을 향한 삶의 길이다(김형준)"   

나는 요가는 "자기와 세계를 공경하는 경(敬)의 운동"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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