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관심 없으시겠지만 자축 기념으로 Q&A 를 남겨 봅니다.
질문이 빈약한 관계로 질문이 아닌 댓글임에도 마치 질문으로 간주하고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빈약한 부분은 자체 Q&A로 해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1. 넘 재밌네요. 아껴 읽었어요 ~~
=> 아껴서 까지 읽으셨다니 최고의 칭찬입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감사드려요~~
2. 부인 잘 만나서 제대로 허니문 즐기셨네요.
=> 발리 허니문은 제대로 즐겼습니다. 다만 그 허니문 가기 전까지 5년 동안 긴 괴로움은 당했습니다. 제주도, 그것도 신혼여행이냐고 말입니다.
3. 장인께서 소심하실 수밖에 없는 배경이군요.
=> 저도 살면서 하나하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나중에야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이해가 갔던 부분입니다. 그걸 확대하면 모든 중국인들이 국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수동적 인지도 이해할 수 있겠더라고요. 시민을 무서워하는 국가권력 프랑스, 시민이 국가권력을 무서워하는 국가 중국. 우리나라는 그 중간 어디쯤 될 듯합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4.19 5.18에 참여하신 선배님들 그리고 촛불집회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기도 합니다. 국가권력이 시민에게 무릎을 꿇은 경험의 중요함을 느꼈거든요. 그 덕분에 국가권력이 시민을 조금은 무서워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4. 상대방 입장에서 글을 쓰시는 거 자체가 작가님이 세심하고 배려심 많은 사람 같아요. 보통은 나만 생각하지 남 입장은 생각만 하잖아요.
=> 집에선 굉장히 눈치 없는 사람으로 통하는데 이런 다른 관점의 칭찬을 들으니 더 기분이 좋네요.
아내가 서툰 한국어로 제게 자주 말하거든요.
"넌 눈치가 없어"
더 감사를 드립니다.
5.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장인어른 시점) 그 당시 중국에서 일아났던일을 직접 알게 돼서 참 흥미 있었어요.
=> 저도 이 글 덕분에 정리가 되었습니다. 사실 띄엄띄엄 들었던 부분이지 전반적으로 연결은 되지 않았는데 이 글을 쓰기 위해 장인어른, 장모님께 그 연결고리를 이을 수 있도록 추가 질문을 했습니다. 아내가 없을 때 말입니다. 아내가 옆에서 듣게 되면 너 그거 블로그에 쓰려고 그러지? 하며 막으려고 할 테니 말입니다. 외부 공유하는걸 굉장히 싫어합니다. 전 알겠다며 또 굳이 공유하고요. 장인어른이 몇 살 때 하방(도시에서 시골로 내려간 것)을 했는지, 몇 살 때 올라오셨는지, 그때 누가 내 아내를 키웠는지 등등 말입니다.
6. 중국, 일본은 지리적으론 가깝지만 맘이 참 멀어요 ㅋ 거기서 결혼하시고 자리 잡으시고 많이 힘드셨겠어요. 그렇지만 그 힘든 과정이 있었으니 지금의 행복도 있겠죠? 다음엔 상해 여행정보도 올려주셨음 해요. 북경은 가봤는데 상해는 아직 못 가봐서요.
=> 김희교 교수의 '짱깨주의의 탄생'을 보면 왜 사이가 좋았던 중국인과 한국인이 갈라졌는지가 나옵니다. 그런 점에서 중국과 한국은 사이가 멀어진 게 더 안타깝습니다.
참 전 중국 여행 오신다고 하시는 분들께는 첫 번째로 상하이 여행을 추천드립니다.
이유는 우리나라에서 보는 중국, 뉴스, TV에 나오는 중국은 죄다 부정적인 것들이거든요. 그래서는 여행의 묘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번 상하이를 방문해서 잘못된 정보, 잘못된 선입견을 깨야 한다고 생각을 해요. 그다음에는 다른 어떤 도시를 가도 좋은 것과 좋지 않은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기거든요. 무조근 좋을 수도 무조건 나쁠 수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질문 주신 분은 그런 선입견이 없어 보이시긴 합니다.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생긴다면 상하이 현지인이 추천하는 여행정보도 올려볼게요.
7. 아이 낳는 거 확실하냐니, 그걸 어떻게 압니까? 아내분 깊은 빡침이 느껴집니다. 사고 안 나고 상하이로 이직 성공하신 거 다행이고요. 따님이 복덩어린 거죠. ㅎ
=> 우리 딸이 복덩어리인 것 맞는 것 같습니다.
딸을 배속에 가진다음 아내가 상하이로 갔고, 아내가 상하이로 가니, 내가 남경에 혼자서 뭐 하고 있나 라는 생각이 들며 좀 더 열심히 상하이에 직장을 알아보았고, 제가 6개월 만에 직장을 잡으니 아내도 자기도 직장을 잡아야겠다고 이야기하자마자 1달 안에 직장을 잡았고, 동시에 12월 1일 상하이로 출근을 했으니 말입니다.
참 아내는 2년 6개월을 쉬었음에도 불구하고 상하이에서 가장 선호하는 결혼하고 아이 1명 있는 조건이었으니 최상의 조건이었거든요. 상하이는 제가 겪어봐도 그렇고 남자보다는 여성이 일을 잘하고 다만 여성은 아이를 놓으면 4개월간 휴가에 모유 수유기 간인 1년 동안에는 자를 수도 없고, 절대 야근 불가에 1시간 일찍 퇴근시켜야 합니다. 그러니 가장 선호하는 사람은 상하이 여성에 결혼했고, 아이 1명 있는 여성, 그다음이 남성, 그다음이 갓 졸업한 여성, 최악(?)의 경우가 다른 말로 가장 선호하지 않는 경우가 결혼 후 아이가 없는 여성 순서입니다. 이것 또한 한국에서 가졌던 편견을 깨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8. 결혼할 때, 양가 부모님의 반대가 심하진 않으셨는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 양가 부모 반대가 심할 것으로 예상을 했습니다. 근데 말이라도 통해야 설득을 하죠. 그리고 과거 드라마에서 보던 무릎 꿇고 결혼 승낙을 받아내는 것에 어리석단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반대는 당연하고 여기에 누가 설득을 할 것이냐?를 생각해 보니 역시 나보다 장모님, 장인어른을 잘 아는 아내가 낫겠더군요. 그래서 아내에게 제안을 했습니다. 각자 부모는 각자 알아서 설득하자. 설득이 완료되면 그때 각각 인사드리고, 그다음 상견례를 하자고 말입니다.
아래 '어느 날 딸이 울었다'는 '12화'에 보면 관련 내용이 있습니다. ^^
그리고 당연히 우리 부모님은 제가 설득했고요. 사실 당시 제 나이가 33살이라 이미 충분히 성인이었고, 경제적으로는 독립이 가능한 상황이었고, 부모님으로부터 받고 싶은 재산도 없었으니 부모님의 의견으로부터 자유로웠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부모님 반대를 사실 파고들어 가 보면 부모님에게 무언가 받고 싶은 게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사실 누구나 같습니다. 누군가로부터 받을 것이 없다면 자유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12화 어느 날 딸이 울었다. (brunch.co.kr)
9. 상해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이 지난 지금, 잊혀가는 상해에서의 추억들이 떠오르고 재밌게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저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중국을 떠나서 다른 나라를 살다가 상하이가 그리워지는 순간이 말입니다. 저는 떠나려야 떠날 수가 없거든요... ^^;;;;;
10. 대단하십니다! 전 용기가 없어서 아니 참을성이 없어서..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내분을 떠나 중국에서 적응하고 산다는 게 선생님처럼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존경에 박수를 보냅니다.
=> 누가 너그러운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내가 너그러워 지금까지 15년간 헤어지지 않고 살 수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11. 저도 법륜스님 덕분에 배우자의 주기적 발작을 이해(혹은 감내?)하며 살고 있습니다. 혹시 같은 스님인가요?
=> 처음에는 아내의 주기적 발작을 제가 노력하고 이해하고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법륜스님의 말씀을 수십권 책으로 수백번 유튜브 등으로 듣고 이해할 필요조차 없음을 깨달았습니다. 인내 혹은 감내한다면 그 업보가 고스란히 제게 돌아옵니다. 제가 참는 거니까요... 참는 건 한계도 있고요. 참을 필요조차 없음을 알게 되게 되는 것을 아는 것이 법륜 스님의 가르침이 아닐까 하구요. 물론 님은 이미 알고 계시는 듯하고요.
12. 입꼬리가 올라가는 그런 글입니다. ^^ 저도 요리하는 상해여자 같은 면이 있는지라^^ ㅎㅎ 님 덕분에 상해에 놀러 가고 싶어 지네요~ 중국은 한 번도 안 가봤는데 말입니다. ~
=> 중국에 처음 오신다면 상해 강추합니다. 반드시 중국 첫 여행은 상해로 오시길 추천드려요... 사실 별거 아니에요... 그냥 서울과 똑같고 화려한 곳은 더 화려하고 뒷골목은 서울보다 못한 곳이기도 합니다. 근데 그걸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천양지차더라고요.
13. 저도 국제결혼했어요. 이해 안 되는 부분이 많지요. 대단하세요! 파이팅이에요!
=> 감사합니다. 제 지인을 보니 전라도와 경상도도 국제결혼일 듯합니다.
그나마 우리는 국제결혼을 아는 국제결혼 커플이고, 경상도 전라도는 국제결혼인 줄 모르는 국제결혼이라 더 문제가 많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그분들을 보며 들더라고요. 어차피 이해 못 하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말입니다.
14. 중국인이랑 일을 3년 가까이해봤지만... 쉽지는 않던데요.
=> 예. 중국인과 일하기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렇게 남경 2년 6개월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합자회사에서 일했을 때는 다시는 합자회사를 다니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중국을 이야기할 때 장밋빛으로 그리는 사람은 중국 생활을 제대로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고 했고요. 속칭 죽이고 싶을 정도로 싫어했으니 말입니다. 중국 파트너 중국인들 심지어 중국 직원들까지 말입니다.
그리고 상해에 와서 일을 할 때는 대기업이었고, 내가 만나는 중국사람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문득 어느 날 깨닫게 되었습니다. 막연하게 중국사람을 무시하는 한국사람들과 중국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 한국사람들의 차이를 말입니다.
첫째, 가정주부, 만나는 사람이 집에서 일해주는 이모님, 식당 종업원, 야채가게 종업원 등입니다.
둘째, 공장 관리자, 만나는 사람이 상동 그리고 추가로 공장 직원들이 있습니다.
셋째, 대기업 임원 일부 팀장, 상동이지만 종종 고위공무원과 미팅도 합니다.
즉 내가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중국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국사람들을 무시하는 사람은 본인의 수준이 중국에서 상위 클래스 사람들을 못 만났다는 이야기의 반증이며, 무시하지 않는 사람들은 하위 수준의 사람들도 물론 만났겠지만 상위 클래스의 사람들도 만나니 막연하게 중국이라고 싸잡아 놓고 무시할 순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럼 한국 직장인들이 상대하는 중국 사람들은 왜 수준이 높지 않을까? 이 또한 고민을 해보았습니다. 제가 인사팀장과 대화를 하다 알게 된 사항입니다. 당시 회사에 중국에 재무 직원만 100여 명이 넘어갈 때였고, 이젠 수준 있는 중국 매니저를 채용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연봉 1억 정도 수준이었는데 그때 인사팀장이 한 말을 듣고 그때 알았습니다. 당신 직원의 급여가 당신 수준으로 높으면 당신이 잘릴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라고 하더라고요. 잘려도 좋고 나랑 경쟁해도 좋으니 채용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때 정말 그런 유능한 직원이 필요할 때였거든요. 결국 채용하지 않더군요. 아~ 그래서 한국기업이 유능한 중국 직원을 채용하지 않는구나. 자기가 잘릴지도 모를 테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유능한 중국 직원들은 모두 글로벌 회사들이나 중국 성장하는 회사들에 있지 한국 회사에는 없더라고요.
물론 문화 차이도 있습니다. 근데 글로벌 회사들은 중국 직원들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한국 직원들보다 좋아하기도 합니다. 미국, 한국, 중국이 함께 프로젝트를 할 때였습니다. 우리 한국 직원들은 모두 사전 공부를 해서 아는 내용이라 미국 본사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할 때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친구들은 우리가 보기에 유치하고 창피한 질문들도 하더군요. 우리는 무시했죠. 근데 나중에 미국 본사로부터 들은 평가는 의외였습니다. 중국 직원들은 질문을 해서 어떤 수준인 줄 알겠고 그 수준이 점점 높아지는 것을 알겠는데 한국사람들은 도대체 관심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질문이 없다고요. 다행히 프로젝트가 잘 끝나서 한국 직원들이 능력이 있는 것은 알게 되었다고 나중에 말하더군요. 그 중간에는 상당히 답답해했다고 하면서요.
질문을 핑계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버렸네요 ~~~
그냥 쓴 댓글들인데 가져다가 마치 질문 인양 풀어버렸습니다.
제 글이 딱딱한가 봅니다. 댓글이 원래 없어요... 블로그든 브런치든 말입니다.
궁금해하지 않지만 그래도 속편 완결 기념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그동안 관심 감사드리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