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남자들의 결혼준비물
13년전 아내가 임신을 했다.
그리고 아는 사람을 통해 꽌시를 찾아서 병원에 가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사전 확인을 했다. 임신했을때 성별 사전 확인은 당시 중국에선 불법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다른 목적은 아니고 남자면 남자아이 옷을 여자아이면 여자아이 옷을 미리 준비하려는 이유였다.
난 그냥 막연히 딸이 좋았고, 아내는 반반 인듯 했다.
아내가 한국을 인지하기 시작한건 대발이로 유명한 최민수, 하희라가 나온 사랑이 뭐길래 연속극 덕분이었다고 한다. 장점은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관심이 생긴것이고, 단점은 그것이 한국 실상인줄 알았다는 것. 참! 그 연속극 보기전에는 한국이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 몰랐다고 한다.
내가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 13년간 꾸준히 말했음에도 아내는 13년이 지난 아직도 믿지 않는다.
"너 사실은 아들을 원했지?"
라며 종종 묻기도 한다.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조기교육이 말이다. 그까짓 연속극이 13년동안 남편인 나의 말보다 더 신뢰성이 있다니 말이다. 딸을 놓고 나니 주위의 아내의 친척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도 한마디씩 한다.
"돈 벌었네. 집 준비 안해서 좋겠네~ " 라며 말이다. 당황스러웠다. 아이를 놓았는데 돈을 벌었다니 말이다. 그것도 집을 준비안해도 되다니 무슨 말인가 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상하이에서는 결혼을 할 때 남자들이 집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는 잊었다. 그리고 3년후의 일이다. 35살된 회사 동료가 있다. 마케팅 팀의 직원이었는데 재미있고, 여자친구도 잘 사귀고, 흔히 잘노는 친구였다. 여자친구를 사귄지 3년이 되었다고 한다. 가장 오래 만난 친구라고 한다. 그래서 물어보았다.
"참 결혼은 언제 할꺼예요?"
"전 결혼할 수 없어요."
"왜요? 지금 사귀는 친구랑 결혼할 생각이 없다구요?"
"아니요. 지금 사귀는 친구랑 결혼하고 싶은데 결혼을 할 자격이 되지 않아요?"
"무슨 자격요?"
"제가 집이 없어요."
"집이 없어서 결혼할 자격이 없다구요?"
"예. 결혼하려면 집이 있어야 하는데 집이 준비가 되지 않아 결혼할 수가 없어요"
"집이 한두푼도 아니고 언제 벌어서 장만을 해요. 일단 월세로 살다가 돈이 모이면 그때 집사면 되죠."
"아니예요. 상해는 남자가 집을 구해야 결혼을 할 수 있어요"
"집없이 결혼하자고 하면 여자친구가 결혼안한데요?"
"예. 그건 당연하죠."
이때 딸아이 놓았을때 주위로부터 흘려들었던 말이 생각이 났다.
난 그동안 여자 입장에서 남자가 집을 구해야 한다는 것인줄 알았다. 어디가나 그런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흘려 들었던 것이다.
주위 상하이 남자들에게 한명한명 확인을 했다. 물어보니 결혼하기 전에 남자가 집을 구해놓아야 한다는 건 자기들의 의무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 한다. 뭐~ 이런일이 다있지?
다시 결혼전 아내와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이 났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했고, 그때 했던 이야기중 하나가 한국에 집이 있긴 한데 엄마랑 나랑 반반이고, 그마저도 은행대출이 있어 얼마 안된다고 이야기 했는데 그 두가지 이야기는 자기 엄마, 아버지에게 하지 말아달라고 한다. 그냥 집이 있다고만 이야기 하라고 했던일이 있었다. 그 이야기와 연결이 되었다. 아~ 내가 외국인이라 상하이에 집이 없어도 결혼이 가능했던 거구나~ 하고 말이다.
마케팅 부서의 그 남자 직원은 결국 집을 구했고, 3년후 결혼을 했다.
다만 사귀던 여자는 아니고 다른 여성이다.
그리고 다시 7년이 지난 오늘날 시간은 흘렀으나 여전히 변한건 없다.
아들을 낳으면 아들을 낳은 죄(?)로 부모의 의무는 집을 구해주어야 한다고 한다.
무슨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어? 너무한거 아냐?
라고 했더니 아내가 묻는다.
"그럼 네 딸이 집없는 남자와 결혼해도 돼?"
"당연하지. 낳아주었으면 됐지. 어떻게 부모에게 집까지 책임지라고 하냐?"
"미국은 고등학교 까지만 부모가 책임지고 대학교부터는 학비는 학자금 대출을 받은후 일하고 나서 스스로 갚아. 한국은 대학교 학비 까지는 부모님이 지원해주시는 분위기 이고 말야. 집은 특별하게 지원하는 부모님들이 계시지만 보통은 지원안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 근데 중국은 아들인 경우 학비는 물론 집까지 책임지다니 너무한것 같다. 나는 둘이 각자 벌었던 돈을 가지고 돈을 합치고 대출을 받아 집을 사던지 아님 부족하면 결혼해서 조금 더 벌고 난후 같이 집을 사던지 하는게 맞다고 생각해"
나중이 되면 네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며 아내는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 했다.
한국도 과거 일부 그런 관행이 있었던 듯 싶기도 하고 점점 바뀌어 갔듯이 중국 상하이도 한국처럼 남녀 구분없이 함께 모아서 집을 장만하는 방향으로 바뀌어가지 싶다.
아내의 베스트 프렌드가 한명 있는데 아들이 둘이다. 종종 그 친구이야기 할때면 아내가 그 친구를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본다. 아들 둘 장가보내려면 한명 장가보낼때마다 살고 있는 집을 줄여가며 아들 집장만 해줘야 한다고 말이다. 지금 150평평방미터 시중심지 위치로 꽤 괜찮은 집에 살고 있는데, 아들 한명 결혼하면 110평방미터, 또 둘째 아들이 결혼하면 70~80평방미터로 줄여가며 아들 결혼시킬 예정이라고 한다.
뭐 어찌되었든 우리는 딸이라 우리만 바라지 않으면 될뿐이고, 그런 부담이 없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