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하이 SG Oct 23. 2022

상하이에선 저녁에 회사 회식이 어려운 이유?

33년을 한국에서 살았고 지금은 15년째 중국에 거주하고 있다.


일한 시간으로 따지면 한국에서 일한 시간보다 중국에서 일한 기간이 2배이상 길다. 

짧은 기간 한국에서 일했지만 그 경험이 전체 내 직장생활에 영향을 주는 듯 하다.


직장생활하면 빠지지 않는 것중 하나가 회식이다. 크고 작은 회식이 있었고 일주일에 2~3번은 직장 선배 동료들과 술자리를 했다. 중국에 와서도 마찬가지였다. X버릇 남 못주듯이 아무리 중국이어도 한국에서 일했던 같은 경험을 가지고 있는 한국사람들이라 그런지 술이 없으면 마치 일이 안되는듯 그렇게 함께 식사를 했고, 술을 마셨다. 


한국인 팀장끼리는 그렇게 지냈지만 중국직원들과는 저녁에 어울리기 쉽지 않았다. 어느날 회사에 일이 생겨 저녁도 못먹고 8시까지 야근을 하고 퇴근을 하게 되었다. 남자직원이었고, 미안하기도 하고 배가 고프기도 해서 간단히 저녁을 먹자고 했는데 거절당했다. 이유를 물어보니 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한단다. 잠시 한국생각을 하고 아~ 아내가 저녁을 이미 해 놓아서 저녁을 먹으로 가는 구나 라고 생각했다. 아니란다. 아내는 퇴근해서 집에 있고, 자기가 퇴근후 집에 가서 저녁을 해서 같이 먹어야 한다는 이유였다. 어라~ 지금 저녁 8시이고, 집에 가면 8시 30분 그럼 저녁을 차리고 먹으면 저녁 9시인데 저녁을 해놓고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그냥 기다린다고? 

대충 알고는 있으나 종종 문화적 충격을 받는다. 너무하지 않나 싶었다. 내 아내가 아무리 성격이 있어도 그정도는 아닌데 더 한 친구들과 사는 친구들이 있구나 싶었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선 한국과 달리 저녁에 그냥 식사하러 가자고 해서 벙개 치듯이 하는 저녁식사는 거의 없다. 심지어 저녁에는 회식날짜 잡기도 쉽지가 않았다. 음... 달리보면 한국과 일본만 그렇게 편하게 직장에서 갑작스럽게 하는 식사가 있나 싶기도 했다. 대부분의 회식은 점심에 한다. 함께 하던 직장 동료가 퇴사를 해도 새로 환영식을 해도 대부분 점심식사시간에 한다. 한국을 떠나온지 15년이 되어 요새 한국이 어떤 지는 모르겠다. 한국도 요새는 회식이 쉽지는 않다고만 듣기는 했다. 다만 중국 특히 상하이는 10~20년전부터 그래왔다는 점이 다른듯 하다.

 


내겐 요리를 못하는 장인어른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외국사람이고 아내는 요리 못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랐기에 나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 말이다.


그 핑게대고 내가 있던 재무팀은 자주 회식을 하진 않았다. 1년에 2번 정도만 저녁에 회식을 했다. 타 부서와 달리 인당 예산(약 200위안(한화 3.5만원))을 주고 가고 싶은 식당을 예약하라고 하니 처음과 달리 회식을 싫어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아내가 있는 친구들은 아내에게 일정을 확인을 하고, 남편이 있는 아내들은 그냥 본인이 괜찮은 날짜면 가능하다고 하는 점이 다르긴 했다. 하긴 아내도 내게 회식 허락을 받은 기억이 없다. 다만 2~3주 전에 회식이 있으니 그 때는 집에 일찍 들어오라는 말만 전달한다. 



그러고 보니 신기한 일이 하나 있다.

우리회사는 1년에 2번 여행을 한다. 한번은 1박 2일 또 다른 한번은 5~6일정도 여행이다.

남자직원이 많았다면 이런 여행이 가능했을까 싶다. 대부분 여자 직원이고 혼자 가던가 남편을 데리고 오던가 아이와 엄마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1년에 한번 5~6일 여행을 하는데 지금까지 빠진 여직원이 없다. 해외여행은 겁난다고 3년전 남자 직원 한명이 한번 빠졌을 뿐이다. 이런걸 보니 상하이는 확실히 여성상위가 맞는것 같다.



회식 관련 일화가 있다. 

직장다닐때 대부분의 팀장들이 한국인이다보니 한달에 한번은 꼭 법인장님이 한국인 팀장 집합을 하셨다. 회사돈으로 맛난것을 먹다보니 회사다닐때 회식을 좋아했는데 유일하게 싫어했던 회식이 법인장님이 군대 집합 하듯이 하는 회식이었다. 

모든 한국팀장들이 100% 참석하여 1차 식사와 소주 반주를 했고, 역시나 100% 참석하여 2차 맥주를 마시고 종종 3차를 가기도 했다. 안가면 모르되 가면 역시 100% 참석을 해야 하는 거다. 그때 12명의 팀장중 나만 그자리에 빠졌다. 처음에 3번 정도는 설득을 하다가 그 이후에는 내가 빠지면 그냥 그려려니 했다. 내가 했던 대답은 이렇다.

"아시죠? 아내가 상하이 친구이고 3차까지 가면 끝인거"


가끔 눈치 없는 사람이 한번 더 권하면 한마디 더했다.


"헤어지고 나면 그때 3차 갈께요."


그러고 나면 웃으며 다시는 권하지 않는다. 

상하이에선 원래 그랬고, 지금은 한국에서도 코로나 등으로 옛날 일이지 싶다.

이전 04화 집이 없어서 결혼할 수 없다는 상하이 남자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