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음악의 순간 Oct 27. 2016

하얀 손수건

음악의 순간

아버지가 워낙 음악애호가셨다. 클래식을 좋아하고 고등학생 때는 밴드에서 트럼펫도 부셨다. 기본적으론 클래식 애호가셔서 나도 어릴 때부터 아버지 따라서 음악을 많이 들었다. 내가 삼남매 중에 막내인데 아버지를 제일 많이 닮아서 성격이나 음악 듣는 게 비슷했다. 아버지가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면 언제나 나도 같이 오디오 옆에 있었다. 그때 들었던 것들이 지금 음악 일을 하는 것에 연결이 됐다. 어릴 때부터 들었던 음악들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트윈 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이다. 그 노래를 아버지가 그렇게 부르셨다.


클래식을 좋아하시는 분이니까 성악곡도 좋아하시고 오페라 아리아 남자 노래 같은 걸 성악 발성으로 간혹 부르셨는데 대중가요 중에서 유일하게 좋아하시는 가수가 송창식, 그 중에서도 <하얀 손수건>이었다. 아버지가 갖고 있는 가요 음반이 조영남과 송창식이었는데 다 성악 발성을 하는 가수들이다. 아버지가 술 한 잔 하시면 집에 오는 골목부터 그 노래를 부르면서 오셨다. 그래서 <하얀 손수건> 들을 때마다 아버지 생각이 나고 아버지 생각하면 <하얀 손수건> 생각이 난다. 나도 이렇게 커서 송창식 노래를 좋아하고, 엘피를 사면서부터 열심히 모으고 있는 게 송창식이다.


그랬던 아버지가 일찍 쓰러지셨는데 쓰러지신지 30년 됐다. 아버지가 뇌출혈로 쉰 살 때 쓰러지셨는데 지금 내 나이 때쯤 쓰러지신 거다. 거리 다니면 불편하게 걷는 분들 계시는데 30년을 그렇게 사셨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옆에서 손 주물러드리고 옆에서 부축하고 다니고 했는데 워낙 오래 그러다 보니까 지치지 않겠나. 나도 그렇고 가족들도 그렇고. 어머니도 고생을 많이 하셨고, 그러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복잡한 거다. 그런데 작년부터 아버지가 몸이 더 안 좋아지셨다. 실어증도 오셔서 지금 말도 잘 못하시는데, 어느 날 내가 이어폰을 가지고 가서 아버지 귀에 <하얀 손수건>을 들려드리니 그걸 듣고 우시더라.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신 건지, 그냥 흘리신 건지, 듣긴 하신 건지 알 순 없지만 그 모습을 보니까 옛날 어릴 때 살던 천호동 집이 생각이 났다. 어릴 때부터 집에 자바라 전축이 있었는데 일요일이면 늘 그걸 틀어놓고 송창식이나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


그때 아버지 나이가 서른 정도였을 거고, 나는 그때 우리 둘째 나이 정도였을 거다. 아버지를 생각하다 보면 나도 이제는 애들 아빠니까 자연스럽게 애들 생각이 난다. 첫째는 아빠가 음악 쪽 일을 하는 걸 좋아하고 많이 봤는데, 나이 차 많이 나는 둘째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애들과 음악 같이 많이 듣고 공연장도 많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내가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아이들이 나처럼 아빠와 같이 음악 들었던 그런 추억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 - 김광현(재즈피플 편집장)

작가의 이전글 Give It Aw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