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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날에는 수프, 위안을 나눌 땐 핑크수프

용산 Achim provision의 핑크수프 따라 만들기

by 정예예

레시피 노트를 봤는데 재료도 몇 개 안되고 구하기도 쉬울 때. 해봄직하단 생각이 들다가도 뒤로 미루곤 했는데 이번은 달랐다. ‘핑크’수프. 핑크가 뭐라고 이렇게 마음을 끌어당겼을까. 나 그렇게 핑크색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아마 잔잔한 레시피 소개글, 그 옆에 살짝 얹힌 귀여운 일러스트, 그리고 핑크수프라는 그 귀여운 메뉴명이 마음을 간지럽혔던것 같다. 결국 장을 보러 갔다가 비트 진열대 앞에 섰다.비트, 핑크수프의 ‘핑크’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였다.


핑크수프는 보는 맛이 있는 메뉴다. 오죽하면 메뉴명에 재료를 안 넣고 색깔을 넣었을까. 감자와 비트를 찌고, 두유와 버터, 소금을 더해 블렌더에 갈자 감탄부터 나왔다.짙은 보랏빛이 감도는 핑크 수프가 탄생했고, 보자마자 기분이 몽글해졌다.맛도 색처럼 부드럽고 따뜻했다. 포근하고 부드러웠다. 감자,비트,두유,버터,소금이 사이좋게 만난 맛이었다. 맞다, 이래서 내가 수프를 좋아했지 싶었다. 수프만큼 재료들이 보기로나, 맛이로나 하나가 되는 메뉴도 없으니까.


퇴근 후 지친 하루 끝에 남편과 마주 앉아 저녁으로 수프를 먹으며 도란도란 일상을 나눴다. 둘다 쉽지 않은 하루를 보낸 날이었지만 따뜻한 수프 덕에 피로감은 가라앉았다. 수프의 따뜻한 온도, 다정한 색감, 부드러운 목넘김이 우리의 피로를 녹인 듯했다.


남은 수프는 한 그릇. 냉동실에 얼려두었다. 언젠가 다시 달콤하고 따뜻함이 필요한 날, 이 수프를 꺼내 데울 것이다. 그 날에는 아마 처음 핑크수프를 먹었던 날을 떠올릴테지. 그 기억 하나만으로도, 그날은 조금 더 나아질 것 같다.



Thanks to. 핑크수프 레시피는 아침 매거진 Vol.32 Awareness편​에 공개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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