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댕챱 Dec 29. 2023

한국과 외국의 회의문화 비교하기

오늘은 한국회사와 외국에있는 회사, 2곳을 모두 다녀보면 눈으로 극명하게 드러나는 차이는 없지만, 체감 상 저 깊은 곳의 무언가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느낌은 자주 받곤한다.

열거하자면 꽤 많은데, 오늘은 내가 직접 느꼈던 큰 차이 중 하나인 업무상 미팅문화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매번 짧게 쓰자고 다짐하지만, 늘 보기좋게 무너진다.)


늘 그러하듯, 나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오-든 회사를 다녀본 것은 아니기에 내가 느낀 범주에는 속하지 않는 곳도 있을 수 있다.


참고로 이 차이는, 내 포지션을 바탕으로 회사에서 미팅을 주관하고, 또는 참여하며 느낀 것이다.


목차:

1. 한국회사 VS 외국회사

2. 왜 그럴까?

3. 마치면서




한국회사 VS 외국회사

한국직장에서 회의를 할 때는, 대체로 회의에 대한 아주 구체적인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 이런 현상은 주니어부터 디렉터급의 회의까지 대체로 고르게 분포되어 나타나는데(주니어 시절 사실상 나는 별 발언권이 없지만 그냥 구석에서 들으러 들어간 적이 몇번 있다), 회의에서 얘기를 나누고자 하는 '주제'는 있으나 '계획'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참여자가 누구냐에 따라, 회의가 자체 변이를 일으킬 때가 있다.


반면 외국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는, 대부분 회의에 대한 계획이 아주 세세하게 짜여져 있다. 그리고 이는 회의를 요청한 쪽에서 준비를 한다. 미팅 계획은, 회의를 요청하는 순간 또는 미팅을 선예약한 뒤 참여자들에게 곧바로 제공되는데, 2가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주어진다.


1. Agenda : 오늘 회의에서 무엇무엇에 대해 논의할 것인지

2. Ideal result : 회의에서 우리가 도출해야 하는 결과는 무엇인지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왜 그럴까?

이유는 뻔하다. 왜냐하면 '나 회의가 필요해'라고 먼저 논의를 요청한 사람은 미팅 주최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지나가던 당신을 붙잡고 "저기요,"라고 했다면, 그 사람이 왜 당신을 불러세웠는지는 그 사람만이 알고 있다. 회의도 마찬가지다. 참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본인의 업무를 하다가 주최자를 돕기 위해 모인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주최자는 항상 명확한 계획과 Next plan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나처럼 한번에 깰꿈하게 못을 박아두고 손을 털고 싶은 사람이라면 구글 캘린더 미팅노트에 이를 기재해두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그룹채널에 요청 배경 + 요청을 시전할 때 이미 메시지에 위 2가지가 어느정도 담겨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성향 및 회의 내용의 무게와 분량에 따라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마치면서

확실히 위에 언급한 내용은 한국에서의 경험보다 외국에서의 문화가 더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외국은 더 좋은 문화를 가졌구나'라고만 보는 것도 엄밀히 따지면 맞지는 않다. 왜냐하면 각 나라나 지역마다 문화도 다르고, 그 사회구성원끼리 공유하는 것들 또한 다 다르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모든 디테일을 밝혀야 하는 이유는, 저마다 생각이 다 다르기에 잘못하면 엄청난 혼돈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개인별 생각의 차이는 한국 사람들끼리 갖는 차이보다 훨씬 크다. 그래서 사전에 그 미팅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낱낱이 명시하지 않으면, 정말로 이야기를 하다가 도중에 새로운 서브 토픽들이 마구 침투해오기도 한다. 그리고 이는 끊임없는 회의 지연을 발생시킨다.


한국에서의 철두철미함이 더 '나음'을 향해 가고자 함이라면, 외국에서의 철두철미함은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이 글은 내가 느낀 명확한 '차이'를 적어보기 위해서 쓴 글이지, 한국의 회의 문화가 더 수준을 낮다고 평가하고 싶어서 쓴 글이 아니다. 한국에서 겨우 위에서 언급한 정도의 구체성을 가지고도 그래도 일이 굴러갈 수 있는 이유는, 그만큼 조직 내 구성원들끼리 공통적으로, 암묵적으로 공유하는 생각이나 논의해야 한다고 동감하는 범주가 굳이 밝히지 않아도 어느정도 자동으로 비슷한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한 팀으로 굉장히 개개인이 잘 연결되어있다고 볼 수 있을수도 있다. 그건 어떤면에선 쓸데없는 수고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좋은 거라고도 할 수 있다.


끝.

작가의 이전글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은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