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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댕챱 Jan 02. 2024

학원을 갈거면, 대학을 가라.

프로덕트 디자이너 지망생 뿐 아니라 자신의 직업을 찾는 모든 학생에게도.

말 그대로다.

솔직히 나는 누구에게 뭘 가이드 해준다는 것 자체를 굉장히 싫어한다.

남의 인생에 왈가왈부하기도 싫고, 그래서도 안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굳이, 굳------이 (전직을 포함해)프로덕트 디자이너, UX디자이너 지망자들에게 어떻게 스타트를 끊으면 좋겠는지 만약 가이드를 해준다면, 지금의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학을 가라'고 말해줄 것 같다.


피력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가 '프로덕트 디자이너 하려면 대학 학위를 따세요'는 아니다. 하지만 방법적으로 그것을 강하게 권장할 것이다. 왜냐하면 UX디자이너, 즉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해야 하는 일과 그 일을 해내기 위해 필요한 역량, 다면적으로 검토하고 고찰해봤을 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대학만큼 그 역량을 키우기에 최적인 곳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결과를 봤을 때 소위 디자인 아카데미라고 하는 곳 또한 진짜 '디자인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학원은 없었다. 그는 여러 포트폴리오 결과물들, 발표를 어려워하는(두렵거나 긴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지망자들의 태도를 통해 엿볼 수 있다.


이제, 이런 내 주장에 대한 근거를 설명해보려 한다.


1. 학생이라서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크다.

첫째로, 대학을 들어가게 되면 학교불문하고 모두 공통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 하나가 있다. 바로 '학생'이라는 신분과 더불어, 당장 취업/이직에 목을 매야 한다는 '사회인'으로서의 심적 부담과 외압을 잠시나마 내려놓을 수 있는 '여유'다.

물론 외국에서 유학생활을 생각한다거나, 아니면 '나는 단 한푼도 가족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확고한 본인의 결정이 더 우선되는 경우라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내가 이야기하는 건 그 외의 경우, 즉 조금은 다른 옵션에도 여지를 둘 수 있는 여건에 기반한다. 같은 프로덕트 디자이너를 희망하는 사람이라 해도, 사람마다 여건은 제각각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많은 분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해보면, 학원에 수백, 그리고 몇달짜리 course에 최소 수십만원을 써볼 자금은 모아져있는 상황이 있는 사람이 더 다수였기 때문에, 그런 돈을 쓸 수 있다는 가정 하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것은 실로 굉장한 혜택이다. 한국 사회의 통념상, 학생의 신분인 사람에게는 사회적으로 '너 대체 취업을 언제할거야?'라는 스트레스를 별로 주지 않는 편이다. 물론 요즘은 졸업후 빠른 취업을 위해 학생시절부터 미리 이것저것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본격적으로 면접을 보러 다니고, 매일매일을 자소서와 포트폴리오에 눈이 시뻘게지도록 할애하지는 않아도 된다. 구직활동을 하긴 하는거냐고, 등짝 스매싱이나 귀에서 피나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된다.


2. 시간적 여유는, 곧 생각의 장이 된다.

비단 심적 부담의 감소 뿐 아니라, 학생의 신분으로 머무르는 4년동안 그 사람은 여러가지를 탐구해보고, 고찰하고,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취업 까방기간이 주어지는데, 이것이 가져오는 혜택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4년동안 우리는 전공과목 뿐 아니라 다양한 교양과목도 수강하는데, 말 그대로 '당장의 취업'이라는 심적 부담은 지우지 않으면서 '그래, 어디 한번 네가 하고싶은대로 마음껏 놀고, 뭐든 해봐'라는 의도로 깔린 캠퍼스라는 공간에서 우리는 충분한 고찰과 자기 검토, 평가, 저울질, 단련의 기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시간들은 비단 자신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고, 차분하게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뿐만 아니라 누적된 사고의 양 그 자체로도 사고력을 증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이건 나 또한 직접 겪은 것이기에 어느정도 자신있게 이야기해줄 수 있다.)


3. 사고력은 UX디자인의 필수역량이자, 씨앗이다.

이러한 사고력은 곧, 그 사람이 원하는 그 UX직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UX+UI디자인이란 무엇이며, 디자이너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많은 글에서 매번 강조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그런 디자이너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문제에 대해 '생각'이란 것을 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생각들이 이어져서 하나의 타임라인을 이룬 것을 우리는 '문제해결 프로세스'라고도 부른다.


그리고 4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 속에서 여러 수업들을 골라 들으며 잠깐 스피드의 압박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포함해 무언가에 대해 깊이있게, 많이 생각해 시간은 결국 디자이너로서 가장 기본이자 필수인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차라리 UX/UI디자인을 희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굳이' 가장 이상적인 출발점을 꼽으라면 '대학'이라고 말하고 싶다.




마무리 하며

그럼 학원에서는 사고력을 키울 수 없는걸까?


아니다.

만약, 이제와서 갑자기 아니라고 말하는 내 말이 혼란스럽다면, 아직 이 글에서 본질을 찾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지금까지 내가 주장한 내용과, 그 주장에 대한 근거를 다시한번 살펴보자.

내가 주장한 것(사실상 추천한 것)에 대한 근거를 잘 살펴보면, 대학이 줄 수 있는 주된 혜택은 '차분히 앉아 생각이란 것을 해볼 기회'였다는 걸 알 수 있다.


혹 아직도 잘 와닿지 않는다면, 이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져보기 바란다.


'생각은 대학교에서만 할 수 있는 행위인가?'

'UX디자인문제해결이란 것은 캠퍼스 밖에서는 허용되지 않으며, 불가능한 것인가?'


아마 대부분이 이 2가지 질문에 대해, 누구나 '아니오'라고 쉽게 대답할 것이다.

내가 대학을 추천한 이유는 그러한 '사고'의 과정을 가장 많이, 또 얼마든지 깊이있게 파고들어볼 수 있는 시기이자 공간이기에 추천했을 뿐, 대학교를 다니면서 전공하지 않았다고 하여 그것이 불가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내가 대학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이유는, 학원에서는 단 3개월, 6개월만에 모든 걸 끝내놓을 기세로 움직이기 때문에, 뭘 하든 학원의 커리큘럼만 따라가면 정작 가장 중요한 '생각의 힘'은 키울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조사 방법론에 대한 소개를 몇가지 듣고, 어떤 식으로 아웃풋이 나오는건지만 대충 배우고, 그걸 어찌저찌 따라해본 뒤 스킬만 몇개 배워 그럴싸한 아웃풋이 몇개 나오고 나면 코스는 끝나고, 남는 건 그래도 있어보이는 포트폴리오와 빨리 취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다. 이런 여건과 상태는, 가장 중요한 씨앗인 사고력을 도리어 낮추고, 그걸 키울 기회를 앗아간다.


단, 학원을 다니더라도 학원에서 뭐라는 것과 상관없이, 나 스스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대학을 다닐 때만큼이나 충분한 내적 성장을 위한 시간을 갖는다면, 어차피 캠퍼스 밖이나 안이나 물리적 공간의 차이일 뿐, 실제로 얻는 효과는 비슷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많은 지망자들을 만나보면, 나이를 막론하고 그렇게 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래서 나는 차라리 캠퍼스 안에 숨어서라도, 부수적인 것에 대한 불안을 떨쳐버리고 진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을것 같으면 차라리 그렇게 하라는 뜻에서 대학을 추천한다.


하지만 문제해결, 사고 과정은 비단 이 일을 할때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하다 못해 엎지른 물을 닦아낼 때에도 인지활동은 발현될 수 있으며, 우리의 모든 일상에 녹아져있는 것이 바로 사고활동이다. 그런 사소한 일상의 기회들을 야무지게 활용할 줄만 안다면, 학교의 네임밸류 따위는 아무런 영향이 없으며, 설사 나는 전혀 디자인 전공이 아니더라도 아무 상관없다고 말하고 싶다. 내가 바로 그런 불안한 사례중 하나였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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