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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my Jul 01. 2022

그땐 몰랐던 것들_

하이힐을 신고 뛰어다녔던 나에게

2호선 지하철역에 도착하고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열심히 뛰기 시작한다

역이 매우 깊다보니 아주 긴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 또 걸어올라간다, 또각또각_

마치 집부터 지하철만 탔지, 뭔가 계속 걸어온 기분이다, 학교까지.


그렇게 지하철 역을 빠져나와 바깥 공기를 들이켤 새 없이 뛰기 시작한다, 따따따닥_

보도블럭 사이로 끼는 구두굽을 빼가면서, 한쪽 어깨에 멘 가방을 꼭 부여 잡으며, 정문 통과!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보기만해도 숨이 턱 막히는 '계단 산'을 뛰어 올라야 한다

저 꼭대기에 결승선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대강당 골인!




   오랜만에 마주한 대학 캠퍼스는 그 사이에 흐른 시간이 무색해질만큼 너무 똑같은 모습으로 날 반겨주었다.

방학이라 그런지 사람도 많지 않아 천천히 그 공간 구석구석을 음미하며 걸었다. 이 길을 스무살의 내가 걸었다니, 과거의 나를 떠올리며 걷다보니 마치 현재와 과거가 동시에 내 옆에 와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땐 몰랐다, 하이힐을 더 이상 신지 않게 될 것이라는 걸.

   그땐 구두를 살때 7cm를 살까, 9cm를 살까 고민했었다. 키는 여자의 자존심이라며... 

지금은 3cm를 신을까, 운동화를 신을까 고민한다. 왜냐하면 진짜 키보다는 '마음의 키'가 더 중요하고, 마음의 키를 키우는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아 물론, 하이힐을 신으면 다음날 종아리와 발이 너무 아픈 것도 매우 잘 알기 때문이다.


그땐 몰랐다, 캠퍼스의 하늘이 이렇게 크다는 걸.

   나즈막하고 앤틱한 학교 건물들은 넓은 하늘 도화지에 작게 놓인 피사체이다 보니 하늘이 얼마나 크게 잘 보이는지 그땐 몰랐다. 어느 순간 높은 건물들로 빽빽하고 도미노처럼 서있는 빌딩들 사이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밥먹고 놀다보니 가끔 그 사이 사이로 눈에 들어오는 하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오랜만에 캠퍼스에 오니 하늘이 굉장히 크고 드넓어 보인다.

무보정 노필터 하늘 원샷


그땐 몰랐다, 캠퍼스가 꽤나 낭만적이라는 걸.

    그땐 캠퍼스 안의 세상이 내 세상의 전부였다. 그래서 오히려 답답했다. 주 활동지였던 사회과학 대학 건물, 시험기간 때 머리 안감고 모자 눌러쓰고 간 중앙도서관, 사무 알바를 했던 법대 도서관, '동방'이 있던 학생문화관 등 캠퍼스는 그저 내게 너무 넓었고, 건물들은 서로 너무 멀었고, 내 두 다리는 너무 아팠고.. 그렇게 캠퍼스 안의 세상에서 빙글빙글 돌면서 '너무 넓었지만, 또 너무 답답했다'. 그래서 그저 그 세상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캠퍼스 밖엔 더 넓고 멋진 세상이 있을 거 같았다. 매일매일 캠퍼스의 언덕을 오르 내리면서 더 이상 이곳을 오지 않아도 되길 바랐다. 

   그런데 이제와서 보니 이렇게 예쁘고 아기자기한 곳이 여기 말고 또 없더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시작할 수도, 끝낼 수도 있는 곳.  어중간한 오후 3시부터 벤치에 앉아 아무것도 안하고 멍때릴 수 있는 곳. 아주 잠깐 취직에 대한 고민을 하다가도 결국 친구랑 깔깔거리며 수다떨 수 있는 곳. 이런 낭만과 추억을 나에게 선사해주는 곳이 캠퍼스 뿐이더라.


   너무 재미나게 봤던 영화 '써니'(10번은 족히 봤을 거다)에서 참 좋아하는 장면이 덕수궁 돌담길에서 첫사랑에 상처받아 울고 있는 어린 나미(심은경)를 어른이 된 나미(유호정)가 와서 꼭 안아주며 상처를 치유하는 장면이다. 과거 대학생인 내가 캠퍼스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 지금의 내가 다가가서 잠깐 멈춰주고 싶다, 그렇게 바쁜듯이 살지 않아도 된다고(대학생 시절, 30분 단위로 쪼개 다이어리에 계획을 세워놓았었다. 심지어 공강 시간에는 어디에서 뭘 먹을지도 다 적어두었다). 그리고 캠퍼스의 낭만을 즐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럼 꼰대라고 무시당하겠지?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싶다가도, 어쩌면 그때 그걸 몰라서 지금 느끼고 깨닫게 된거 같다. 오늘의 나에게 멋진 깨달음과 낭만을 선사해준, 정말 열심히 살았던 과거의 나, 참 고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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