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있던 나의 몸과 마음 변화에 대하여
작년 7월 셋째주에 예비엄마가 된 걸 처음 알게 되었다. 당시, 남편의 제주도 출장으로 인해 화장실에서 나 혼자 입을 다물지 못한채 그 놀라움을 느꼈다. 그동안 기다리던 소식이었던 터라 믿을 수 없었다.
그 후로 내 생활패턴은 많이 변하였다. 회사에서 보통 1시간 정도 초과 근무를 하기 일쑤였는데(순전히 일을 놓지 못하는 나의 성격 탓으로) 이제는 내 몸을 좀 더 잘 관리하고자 과감히 일을 놓고 퇴근하였다. 처음 12주차까지는 정말이지 집에 오는 길도 너무 힘들었다(고작 30분 걸리는 길인데). 무엇보다 너무 배가 고파서.. 원래 아침, 점심, 저녁 딱 세 끼만 먹는 나였으며, 간식이라곤 물만 먹던 나였는데 이제는 점심과 저녁 사이에 간식을 먹지 않고서는 집으로 돌아갈 힘이 없었다. 아침도 다소 부실하게 대충 먹다가 이제는 밥과 국, 반찬으로 든든히 먹고 나오게 되었다. 간식도 처음엔 견과류로 버티다가 도저히 안되겠어서 빵으로 탄수화물도 보충하고 떡도 먹어보고 두유도 마셨다. 오후 내내 미팅으로 가득 차서 간식 먹을 틈이 없을때는 양해를 구하고 내부 미팅 시간에 혼자서 야금야금 먹었다. 식욕이 그리 많지 않던 나였는데 홀몸이 아님을 너무나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배고픔만 극대화 된게 아니었다. 특히 회사에 있는 오후 미팅 시간에는 졸음이 쏟아지는걸 참아가며 미팅에 집중해야 했고, 그렇게 극복하여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간단하게 씻고 얼른 밥먹고 저녁 8시 30분부터 잠에 빠져들었다. 덕분에 보통 12시, 1시에 잠드는 남편도 밤 11시면 잠이 드는, 새나라의 어린이들로 거듭나게 되었다. 평일엔 이렇게 졸음을 참다가 주말에 잠 폭발… 아침엔 늦게 일어나고 점심, 저녁 식사 시간 외에는 침대에서 헤어나올 수 없었다. 보통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 중 하루는 밖에서 시간을 보내던 외향적인 나는 괜시리 축 쳐지는 거 같고 마음도 depressed되는 거 같았지만 졸음이라는 본능에 충실한 채 3개월을 보냈던 거 같다.
또 한가지 참 신기했던 현상은, 머리카락이 자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임신 사실을 알기 직전에 파마와 네일을 모두 예약했던 터라 머리도 엉망진창이었는데, 그래도 한 달에 1cm씩은 머리가 자라는 나였기에 ‘좀 더 기르고 커트를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 규칙적으로 자라던 머리카락이 멈춘 채로 4개월이 지난 것이다. 딱 어깨 위에 걸리적 거리는 ‘거지존’에서 버티고 있었는데 말이다. 정말이지 인체의 신비가 다시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이 모든 나의 신체적 특이 현상을 뒤로 하고 나의 새 생명이 너무 기다려진다. 아직 성별도 모르지만 ‘버디(Birdie, 골프용어)’ 라는 태명을 붙여주었고(성별이 잘 드러나지 않는 태명이라 마음에 든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축하와 설렘을 받으며 그렇게 기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초반에는 2주에 한번씩 초음파로 만났다면 이제는 한달에 한번밖에 초음파로 볼 수 없어 그 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사실 태어나고 난 이후가 얼마나 힘들지 하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걱정도 되지만 그래도 얼마나 이쁠지 상상이 안된다.
또한, 내가 엄마가 되다니.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내 자신 밖에 모르고 살던(결혼한 이후에도) 무한이기주의자인 내가 다른 생명을 돌보면서 초반에는 나 자신보다 다른 자신을 더 care하고 사랑을 쏟고 관심을 줘야 한다는게 아직 해보지 않은 경험인데 너무 기대도 된다. 잘 할 수 있을 거같다. 나의 승질(?)만 죽이고 감정만 잘 컨트롤하면서(근데 이게 제일 어려울듯) 한 생명을 이 사회에 잘 내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버디야, 10개월동안 뱃 속에서 편안히 잘 지내다가 우리 건강하게 얼굴 보자! 너무너무 얼른얼른 빨리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