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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Aug 27. 2024

어머니, 맞으시죠? 갑자기 생긴 고등학생 딸

일본에서 조카가 왔다(2)

조카가 끝날 시간에 맞춰서 조카가 다니고 있는 한국어 학원에 갔다. 

(조카가 한국에 온 이유 ⇩)

https://brunch.co.kr/@yundaseoyoung/229

시간이 조금 남아 있길래 학원과 연결되어 있는 카페에 들어갔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이 이용하는 카페 같았다.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자리에 앉았는데, 직원 중 한 분에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기, 학생 기다리시는 어머니 맞으시죠?"

"... 네? 아, 저.." 나는 잠시 뇌 정지가 왔다

원은 내게 뭔가를 말하려는 듯 머뭇거렸다. 혹시 이 시간은 학원과 관계된 사람들만 이용할 수 있는 건가 싶어서 재빠르게 "어머니는 아닌데, 한국어 학원 다니는 학생 기다리는 건 맞아요."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직원은 뭔가 편안한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갔다.


어머니.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심장이 콩콩 뛰었다. 좋은 느낌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쁜 느낌도 아닌,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조카가 어렸을 때는 "딸이에요?"라는 말을 들어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고등학생 딸을 둔 심정은 조금 달랐다.


"그냥 엄마 맞다고 할 걸 그랬나."


나는 조카를 기다리면서 이 미묘한 감정이 도대체 무슨 감정인지 알아내기 위해 애를 썼다. 


갑자기 다 큰 자식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아서 느껴지는 두려운 감정인가? 

"너는 이제 고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야."라고 강제로 역할이 부여된 것 같아서 오는 부담스러움 인가?

어쩌면, 누군가의 자식으로만 살다가, 고등학생 딸을 학부모가 있는 위치였다는 사실에서 오는 충격 같기도 하고, 확실한 건 나는 "학생을 기다리는 어머니"라는 말에 정말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렸다는 사실이었다.


그러고 며칠 후, 나는 조카와 쇼핑을 할 때마다 "어머니, 따님이 쓰기에 괜찮을 거예요.", "어머니, 비싼 건 아니에요.", "어머니, 요증 애들은 이런 거 좋아해요." 등등 어머니 소리를 계속해서 듣게 되었고, 지금은 아무 감정 없이 "네, 네. 우리 애가 쓰기에는 딱이네요."라며 대꾸하는 중이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


 아, 그리고 주위 사람들의 "엄마한테는 역시 딸이 있어야 해"라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조카와 돌아다니는 건 확실히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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