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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다서영 Dec 16. 2024

까마귀를 건드리면?

무. 섭. 다

모든 새의 지저귐은 언제나 사람을 설레게 한다.

작은 새들의 지저귐은 맑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고,

조금 큰 새들의 묵직한 지저귐은 안정과 편안함을 느끼게 해 준다.


나는 까마귀의 묵직한 소리를 반기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퇴근길, 아파트에 들어서는데 어디선가 까마귀 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꼭 확성기에 대고 우는 것 같이 울림이 장난 아니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까마귀를 찾았다. 까마귀 한 마리가 가까운 나무 꼭대기에 앉아서 힘차게 울고 있었다.


깍 깍 까악, 까~~~~악


까마귀는 쉼 없이 짖어댔다. 얼마나 우렁찼는지 지나가던 사람들이 흘끗흘끗 쳐다볼 정도였다. 그중 한 분이 도저히 안 되겠는지 까마귀를 향해 외쳤다.


"이놈아 시끄럽다. 그만 울어."


그 순간, 놀랍게도 까악 소리가 멈췄다 찰나의 정적이 흐른 후, 처음과 다르게 소심스러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모습에 혼자서 빵 터졌다. 까마귀가 알아들은 것 같이 행동했기 때문이다. 까마귀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부리를 벌리려다 닫고, 다시 벌리려다 닫기를 반복했다.


까마귀가 똑똑한 동물 중 하나라던데, 진짜인가 보네.


나는 피식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몇 걸음도 옮기기 전에 소심하게 울던 까마귀가 다시 우렁차게 울기 시작했다. 아까 소리쳤던 아저씨가 다시 외쳤다.


"이놈!! 그만."


까마귀는 또다시 멈칫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까악 까악 까악, 까아아아아아악. 까아아악.  까아아아아아악!!!


지금까지 짖어댄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엄청난 소리로 까마귀는 울기 시작했다.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였다. 꼭 "누가 나한테 소리 질러!!"라고 외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귀를 틀어막고 싶은 걸 간신히 참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생각했다.


역시 까마귀는 똑똑한 동물이었어. 근데 무. 섭.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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