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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정 May 10. 2022

팀장들은 어디서 괴롭히기 교육 듣는거임?

과거 회상을 하다 보니까 마치 더 이상의 최악은 없을 거 같지만 이 세상사...바닥이라 생각 할 때 지하가 있다. 지하 몇층까지 뚫을지 모르겠는데, 어쨌든 시작해보는 천하제일 이상한 팀장 선발대회..!




1. 호기심 대왕

이렇게까지 남에게 관심이 많다고? 난 회사에서의 일이나 영화, 드라마 같은 공통 관심사 말곤 직장동료에게 관심 있는 게 하나도 없는데, 모두가 같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건 아닌가보다. 별게 다 궁금하다 싶은 사람들이 있는데, 웃긴 게 평소에는 전혀 티를 안 낸다는 것. 휴가 때 뭐해? 이런 건 이제 물어보면 안 된다는 걸 학습했는지 안 물으시는데, 진짜 뜬금없이 이상한 질문을 할 때가 있다.


립글로즈 보고 전자 담배냐고 물어보고, 탐폰보고 먹을거냐고 물어보고, 뭐가 그렇게 궁금한지 자기도 이상한 질문 들으면 씹고 대답 안하면서 우리한텐 왜 물어보는거야? 그래 뭐 궁금해서 물어봤다고 치는데 굳이 회사로 온 내 택배 내용물은 왜 보시는건지...?


다정씨, 전자키보드 택배 와서 책상위에 뒀어~ 감사한데 굳이 제 택배 뭔지 안 봐도 되잖아요... 제가 뭐 샀는지 뭐가 그렇게 궁금하세요...


2. 식탐 대왕

처음엔 잘 몰랐는데 나한테만 이러는 게 아니란 말을 듣고 더 소름 끼쳤다. 시작은 식사 한번 같이 했던 거였다. 샌드위치를 같이 먹었는데, 먹다가 두 조각 남겨서 회사 냉장고에 넣어뒀던 것을 봤나보다. 어느날 갑자기 와서 "다정씨~ 고백할 게 있는데 다정씨 샌드위치 남긴 거 내가 먹었어~" 라고 너무 태연히 말을 하는데....


순간 화를 내야 하는지 웃어야 하는지 판단이 안 돼서 그냥 알았다고 하고 말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진짜 이상한 사람이잖아..? 남이 먹다가 남긴 걸 먹는다는 것도 이상한데, 그것도 회사 동료가 남긴 걸 드신다구요? 알고보니 전과가 화려했다. 자기팀 사람들 음식을 호시탐탐 맨날 노려서 직원들이 음식을 숨기기에 이르렀다는 것...


내가 먹고 책상에 잠시 놔 둔 쓰레기를 괜히 쿡 찔러보질 않나.... 맨날 뭐 먹냐고 물어보질 않나.... 그냥 간식 필요하면 사드세오 제발


3. 관심 대왕 또는 손민수대왕

호기심 대왕이랑 비슷한데, 약간 대응 방식이 다른 유형. 질문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도 그걸 따라하려고 하는 게 문제. 그 신발 나도 살래, 그 향수 나도 살래, 그 옷 나도 살래 등등 나도 살래 대왕이다.


하다하다 뭐까지 같이 해봤냐면, 제모도 같이 해봤습니다... 예... 제모.. 털 미는거요.. 때는 제가 결혼을 준비할 때였어요.. 드레스 속으로 털이 보이는 거 아무래도 영 아닌 거 같아서 레이저 제모 피부과 추천을 받아서 다니고 있었는데요. 날이 더워지니까 지도 제모 하고 싶었나봐요. 그래서 지금 하고 있다, 그 피부과 좋은 거 같다 말했을 뿐인데 갑자기 같이 가자고..예...


그래서 같이 갔다. 나란히 베드에 누워서...같이 털을 레이저로 태웠다. 나는 원래 팔다리는 막 털이 심하진 않아서 제모 안하는데 그 분들은 할거 다 하셔서 나는 먼저 가지도 못하고 기다려야 했다. 그것도 점심시간에... 제모 하는 날 같이 일정을 맞춰서 같이 예약을 해서 같이 가서, 같이 받고, 같이 점심도 먹고 돌아오는 그런..루틴... 매월...


4. 그냥 인성 파탄

이것도 정말 문제인데, 인성파탄에 성차별이 결합된 대환장 잔치였기 때문이다. 내가 자기 맘에 안 들게 하니까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뭐라고 한다거나, 사람들 없을 때 내 욕하고, 지는 일 시켜놓고 하루종일 주식하고 유튜브 보고, 출산 휴가 떠나는 사람한테 6개월 만에 돌아오라고 한다거나(그 분 의사 묻지 않음), 직원이 잘 몰라서 부탁한거 쌩까고 뒤에서 그 사람 무능하다고 욕지거리를 한다거나...


그리고 더 환장 포인트는 남자 직원들한텐 안 그런다는 거... 예... 남자 직원들이 더 자기 마음에 들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임신한 직원분은 필수적인 업무 조정도 해주지 않았고, 나는 그 인간 때문에 결국엔 휴직까지 하게 됐는데 그러자마자 바로 대놓고 나를 따돌리고..


내가 총무팀에다가 그 인간 때문에 회사 못 다니겠어서 휴직한다고 하니까, 혹시라도 자기에 대해 이상하게 소문 날까봐 걱정 됐는지 부서원들 모아서 정치질하더라... 알고싶지 않았는데 회의실 구석에 짱박혀 있다가 팀장 새끼가 다른 직원한테 내 욕하는 거 엿들어서 알게 됨...


요즘 나도 회사에서 더 이상 막내가 아니다보니 드는 생각인데, 알잘딱깔센 하면 좋겠지만, 아닌 사람들한텐 그냥 뒤에서 걔는 센스가 없네 웅앵 하지 말고 말해주는게 맞고, 일을 못하면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가르쳐 주는게 맞다. 은근히 따돌리고, 계속 모호한 지시로 사람 시험 하는 건 비겁한 짓이다.


현재 저때 같이 있었던 출산 휴가 가신 분은 퇴사하셨고,  복직 후에 여전히 업무 배제 당하다가 한달만에 다른 부서로 옮겨졌다.  그랬으면 계속 고생할  했다...




쓰다보니 과몰입 하게 되네... 그런 사람들을 다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건 내가 혹시 빌런이라는 뜻일까.... 그래서 요즘엔 최대한 문제제기 안하고 조용히 쥐죽은 듯 다니려고 한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막장 회사 이야기 쓰다보니 나도 웃기고, 어이없고, 화나고.. 그럼 오늘도 살아서 퇴근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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