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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해정 Mar 23. 2020

'흰' 것과 '사회적 거리두기'

한강의 흰, 코로나현실을 그리다



 
흰색은 빛, 밝음, 순수, 한 등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선 한의 정서가 압도적이다.


'하얀' 이란 단어도 있는데 굳이 '흰' 이란 단어를 선택한 것도 그것을 강조하기 위함이라.


하얀 이 순수함과 맑음을 표현하는 white라면 흰은 쓸쓸함과 그리움의 영역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을 덮고, 그리움을 남기며, 서러운 감정. 스산한 기분이 드는 색. 흰색.


한강의 소설인지 에세이집인지 분간 못할 '흰' 은

색이 가진 고유의 심상을 한국인의 정서로 풀어냈다.



한강의 문체는 겨울밤 귀신 같은 쓸쓸하고 건조한 것이 매력이라 흰 이라는 색을 선택했을 때 탁월하다 생각했다.


색은 한 나라의 정서를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집합체다. 색에 붙은 이름의 유래라든지, 색의 발생 기원, 색 사용도 등을 따라가다보면 저절로 역사공부를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색에서 해당 문화권의 정서도 묻어나온다.




흰 만큼 한민족을 잘 설명하는 색은 없을 거다.

스스로를 백의민족이라 부르지 않는가.

무염의 한만이 백의민족을 표현하는 게 아니다. 백지의 도화지처럼 나라의 역사를 새로이 썼다.

그 어떤 나라에도 없었던, 전무후무하게 100년이 안되는 짧은 시기에 독립과 전쟁, 경제발전, 민주화등을 이뤄낸 것이다.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백지에서 더 그림이 잘 그려지듯,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새로이 나라를 창조해냈다.



우리나라는 흰 위에 우뚝 서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흰을 잃었다.

총천연색으로 분칠을 한 현재, 더이상 흰은 없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은 흰의 시대.








우리말로는 너무나 쉽게 이해가 되었는데.

영문판으로 읽으니 그 특유의 한과 스산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무언가 많이 빠진 듯한 느낌.

외국 여행가서 한국식당에서 한국음식 먹는 기분이 이렇다면 설명이 될까. 흰과 하얀의 차이도 단 하나의 white로 정리된다.


언어로 거르고 걸러짐에도 남아있는 감정,

공통된 심상은 마저 느껴지는데

그것은 침묵다.



바탕이 아니라 덮어버리는 것.






다시금 흰이 도래했다.


바이러스는 모든 것을 삼켰다.

총천연색으로 빛나던 거리는 사라졌고

사람들의 간의 거리도 텅 비었다.



다. white blank.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국 white 로 설명된다.


너와 나의 거리를 하얗게 덮자.


도시를 적막으로 덮자.


모든 것의 바탕인 흰색이 아닌,

모든 것 덮어버리는 흰색에 관한 이기.


코로나사태가 지나고 나면

흰에 의미가 하나 더 붙겠지.


공포.


방역복의 흰색은 이제 공포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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