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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솔 Jan 28. 2023

[타투] 미완성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neverthelss neverthless

타투를 새겼다. 

선으로 파도를 표현한 일러스트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영어로!

새기고 나서 알아차렸다. e가 하나 없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내가 발견한 것도 아니고 남자친구가 신기하다고 구경하다가

"여기....e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라고 물었다.


처음엔 굳이 확인하지 않았다. 

정말 e가 빠진 거면 어떡하지? 

내가 빠뜨렸나? 타투이스트 분이 깜빡하셨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에이~ 아니겠지~ 설마~ 하면서 넘겼다.


남자친구가 잠든 새벽 혼자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 

문득 'e가....들어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빼박 neverthelss 잖아!


네, 그렇습니다 휴먼

neverthelss가 맞았다.

e가 빠졌어^^

그렇다면 다음 문제는 누가 빠뜨렸냐인데....타투이스트분이셨을까?






나였다.

급하게 문의를 넣는다고 철자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나의 불찰!

타투이스트 분은 내가 그렇게 새기고 싶다고 하니 크게 생각하지 않고 새겨 주신 것 같다.

의미가 있겠지~ 할 수도 있고

워낙 헷갈리기 쉬운 철자여서 틀렸다는 생각도 못하셨을 가능성이 높다.


이걸 어떡하지?

다시 e를 새길 수도 없고 리터칭을 받을 수도 없다.

그렇다고 여기다 다시 e를 집어 넣는 형태는 ㅋㅋㅋ 좀 이상할 것 같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갑자기 웃음이 났다. 



너무 나잖아?



자해를 하지 않겠다고, 뭐라도 하겠다고 급하게 타투를 예약했고 

결정부터 실헹까지 텀이 너무 길어지면 의미가 별로 없을 것 같아 

급하게 문의한 날로부터 3일 뒤로 일정을 잡았다. 

심지어 목요일에 타투이스트 분께서 한번 더 그림이랑 레터링 확인해달라고 하셨는데 

다~ 좋아요~ 했던 것도 나였다.

(심지어 파도 일러스트는수정을 부탁했었음)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나'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e'가 빠진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의미충'의 합리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이미 새긴 타투를 없앨 수도 없고 

자책하고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가? 

그냥 이 모든 게 참 이진솔스럽고 이진솔답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e를 채우고 싶어지면 교정본처럼 중간에 e만 다시 새겨도 좋을 것 같고

나중에 "그 타투는 어떤 의미에요?"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웃으면서 썰을 풀어주고 싶다.

"아니 글쎄~ 제가~" 하면서 말이다.


미완성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새긴 사람이 되었다. 

미완성이라니!

이 단어조차 마음에 든다.

하지만 반성할 건 반성해야지.

조급하면 꼬옥 뭔가를 빠트린다.

업무할 때도 그렇고 

일상에서도 그렇다.

이번에야 웃으며 넘길 수 있고 누구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니 괜찮지만 

앞으론 이런 일이 없도록 더블 체크를 제.대.로 할 것을 스스로와 약속하자.


영영 잊지 않도록 나의 조급함과 실수를 새겼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원래의 의미는 

'아무리 파도가 몰아쳐도, 힘든 삶이라고 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자' 였는데

'미완성의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압도적으로.....강렬해서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말야,

아무리 파도가 몰아지고, 힘든 삶이어도, 미완성이라 해도 살아가자는 의미로는 더할나위없이 딱이잖아?!


한동안은 웃음이 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도 괜찮은 실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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