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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화 이경희 Jan 18. 2021

사랑의 백신으로 내일을 열어가는 길

재난을 이기는 면역력과 회복탄력성



사랑의 백신으로 내일을 열어가는 길

진화 이경희

COVID-19로 인한 고립이 계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과 우울감을 호소한다. 그런가 하면 가정, 이웃과의 관계에 균열이 늘어나는 추세다. 인간관계, 특히 가족관계의 갈등과 고통 문제가 심화되고 악순환이 일어날 때마다 생각이 깊어지는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엮여있는 관계가 과연 안전하고 믿을 만 한지 면밀하게 들여다보아야 할 때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녀를 훈육한다면서 학대하거나 과보호하고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 부모,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경제적으로 무능한 남편과는 살 수 없다는 아내, 자기만의 세계를 지키고 싶으니 별거를 하자는 남편, 노부모에게 얹혀서 살아가는 성인 자녀, 겉으로는 표가 나지 않아도 피차 마음속에 오이지처럼 눌린 감정을 지닌 형제자매들이 닫힌 공간에서 살아가는 상황이 아슬아슬하다.

아이는 갓 태어나면 너무 연약하여 홀로 생존할 수 없으며 온전한 양육과 보호 속에서 자라야 한다. 설사 부모나 양육자가 미숙하여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 해도 아이의 입장에서는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의존하고 매달릴 수 밖에 없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는 영유아기와 유년기에는 다음 단계로 자라기 위해서 순수한 사랑의 연료를 아낌없이 공급받아야 하는데, 부모들이 그럴만한 능력이 없거나 미숙한 경우에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자녀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는 뛰어난 지적능력, 특히 수학에 대해 천재적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억압된 분노를 통제하지 못하고 상습적으로 폭력을 휘두르는 청년(맷 데이먼 분)이 등장한다. 어린 시절 양부의 학대로 인해 심한 정서적 장애를 겪는 그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누군가를 믿고 사랑하는 것이다. 모처럼 자기를 인격적으로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지만 낮은 자존감과 상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상대를 자연스럽게 수용하지 못한다.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는 것들은 통제할 수 없는 성인아이의 모습으로 현재의 삶을 위협한다. 과거의 상처와 함께, 다가올 미래에 대한 염려와 불안 역시 정신적으로 건강치 못한 사람들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위기청소년들을 만날 때 자주 듣는 말이 '부모가 나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었다.'는 것이다. 사랑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 과잉보호, 방임, 간섭, 집착, 의존, 불순한 헌신, 보상의 요구는 마치 집안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대하듯 하는 일이며 결국 자녀의 독립과 성장을 저해하는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의 내면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끌어안고 건강치 못한 사랑으로 수유를 하는 것은 자녀에게 독소를 먹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다행스러운 것은 성인으로 살아남은 사람에게는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통찰력과 자연 치유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신체 건강에 적당한 섭생과 운동, 휴식이 필요하듯이 정신적인 영역인 감정과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따듯한 격려와 지지가 필요하다. 산모의 초유에 강력한 면역성분이 있듯이 먼저 성숙한 자가 베푸는 이타적인 사랑은 살면서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인생의 상처들을 이겨낼 힘을 준다.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사랑으로 자아영역을 넓혀 가는 일은 기존의 자기를 무너뜨리고 재건축하는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고통을 거부하고 넓은 길을 택하려 한다. 늘 해오던 대로 쉽고 익숙한 방법을 택하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저지른 잘못과 실수는 얼마나 많았을까. 이제부터라도 서로를 세우고 용기를 북돋우어주는 사랑의 백신으로 면역력과 회복탄력성을 높여 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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