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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우 Sep 29. 2020

새에게도 의식이 있을까?

지난주 Science지에 논문 한 편이 출간됐다.

제목은 <A neural correlate of sensory consciousness in a corvid bird>.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와는 달리 새의 대뇌는 신경핵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포유류의 대뇌는 총 6층으로 되어 있지만, 새의 대뇌에는 층상 구조도 없다. 

그렇지만 조류는 매우 지능이 높다.

까마귀나 앵무새들은 특히 문제 해결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진화적으로 수억 년 전 갈라진 포유류와 조류가 어떻게 공통성을 가질 수 있는지가 논란거리였다.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까마귀 두 마리에게 지연 감지 과제 (delayed detection task)를 훈련시켰다.


자극을 보게 하고, 2.5초 뒤에 자극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보고하는 것이다.

이때 어떻게 반응할지에 대한 규칙도 그때그때 바꾸어, 운동 반응을 미리 계획하는 것을 방지했다.


인간의 전전두엽에 대응하는 NCL이라는 부위에 전극을 박고 뉴런의 활성을 측정했는데, 

뉴런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자극의 강도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뉴런이 있었고, 

이와는 달리 까마귀가 "yes"로 보고했느냐 "no"라고 보고했느냐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는 뉴런들도 있었다.

자극의 강도가 약할 경우, 실제로는 자극이 있었지만 까마귀가 자극을 못 느껴서 자극이 없었다고 보고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자극의 강도에 반응하는 뉴런은 활성을 띠지만, 보고 내용에 반응하는 뉴런은 활성을 띠지 않는다.

따라서 <보고 내용에 반응하는 뉴런>은 감각적 의식의 신경상관물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실험 방법론은 사실 영장류를 대상으로 많이 이루어지던 실험인데,

새에서 수행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이것 역시 궁극적으로는 기능의 비교에 불과해서, 정말 새가 현상적 의식을 경험할지는 알 수 없다.

마치 좀비처럼 그저 보고하는 행동만 보이는 것일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새로 살아가는 느낌"을 우리는 알 수 없다.

이것이 네드 블록이 말했던 "현상 의식"과 "접근 의식"의 차이이기도 하고.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동물 의식을 객관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인간이 의식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심리 기능에 대응하는 신경상관물을 하나씩 찾아내어

그것이 동물에게도 존재하는지 귀납적 방식으로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 이 연구가 매우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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