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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현우 Oct 09. 2020

전역 작업공간 이론

Global Workspace Theory에 관하여

데카르트의 극장 (Cartesian theater)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는 당시 알려진 뇌 부위 중 유일하게 좌우 한 쌍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었던 송과샘(pineal gland)이 의식(영혼)과 육체가 교신하는 곳이라 여겼다. 

의식은 송과선에 연결되어 세상에 대한 감각 정보를 얻기도 하고 다시 몸을 움직인다. 

마치 거대 로봇에 조종사가 탑승하여 영화관 스크린처럼 화면을 보고 레버로 조종을 하는 것처럼.


우리 머릿속에 가상의 조종사(호문쿨루스: homunculus, 소인간)가 있다는 믿음은 신경과학의 발달에 따라 근거 없음이 판명났지만, 데카르트의 극장/관객 비유는 의식과 육체의 관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 지금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데카르트의 극장 비유를 현대판으로 재해석한 이론이 바로 Global workspace theory (전역 작업영역 이론)이다. 

이 이론은 인지과학자 버나드 바스(Bernard Baars)에 의해 제시되었다. 

이론을 가장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에서는 관객석은 물론 무대 대부분의 조명이 꺼져 있다.

무대에서 밝게 빛나는 곳은 오직 지금 연기하는 배우뿐. 

그 배우에게는 환한 스포트라이트가 내리쬐고, 관객은 그 배우에게 주목해야 함을 알아차린다.

뇌에 비유하자면,

스포트라이트는 의식, 또는 작업 기억에 해당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는 의식적 신경 과정에,

나머지 관객들은 무의식적 신경 과정에,

무대 뒤에서 스포트라이트의 위치를 조정하는 조명 담당은 시상피질계, 혹은 주의집중 회로에 해당한다.


버나드 바스는 우리의 의식이 지향성을 갖는다는 것, 그리고 동시에 두 가지 장면을 경험할 수 없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우리 뇌에서는 전체 뉴런 중 극히 일부가 순간순간 선택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전역 작업공간에 들어온다.

그 뉴런의 활동은 다른 무의식적 신경 과정들에게 전달(broadcast)된다.

작업기억은 잠깐 동안 소량의 정보만을 담을 수 있고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않은 정보는 소실된다.

의식되지 못한 뇌 영역은 다음에 스포트라이트가 돌아올 때까지 인식되지 않은 채 다른 집단과 중요도를 두고 경쟁하고, 경쟁에서 이긴 뉴런 집단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작업기억 속으로 포함되어 다른 뉴런들에게 전파된다. 

일부 뇌 부위들은 결코 스포트라이트 속으로 들어오지 않고 단지 맥락적/무의식적 정보만을 제공하기도 한다.


단, 스포트라이트가 어디를 비출지에 대한 결정권이 어디에 있는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아마도 가장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주의를 기울일 대상을 결정하는 회로가 무엇인가일 것이다.

흔히 뇌의 작동을 상향식top-down 혹은 하향식bottom-up으로 설명한다.

즉, 뇌 영역들에게 마치 CPU-램-SSD처럼 일종의 위계가 있다는 것이다.

GWT에서는 우리 정신의 가장 상위에 스포트라이트의 위치를 담당하는 의사결정 혹은 주의집중을 담당하는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GWT가 또 다른 형태의 이원론이라며 비판했는데,

바스는 GWT의 경우 고정된 관객이 따로 없고, 관객이나 배우 모두 호문쿨루스나 영혼 따위가 아닌 실재하는 뉴런이라는 점에서 GWT가 데카르트의 이론과 확연히 다르다고 항변한다.


무엇보다도 GWT는 "선택된 신경집단"이 "선택되지 못한 신경집단"과 무엇이 다르길래 하나는 의식되고 하나는 의식되지 않는지를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이 모델은 의식의 설명불가능성 혹은 현상학적 의식을 다루기보다는 

인지과학과 심리학에 기반하여 여러 뇌기능을 통합적으로 조직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널리 받아들여진, 이제는 거의 교과서가 된 "유일한" 의식 이론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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