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초상
말수가 적은 그의 옆에 앉게 된 건 어느 여름날의 우연이었고, 그 우연을 시작으로 우리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둘 다 말수가 적어서 대화의 총량은 절대적으로 많지 않았지만 충분히 즐거웠던 것 같다. 그러다가 우연이 잦아졌고 대화의 빈도수가 높아지면서 그를 계속 궁금해하는 나를 발견했다.
서로를 탐구하는 시간 속에서 우린 취향이 너무도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하나의 영혼이 성별만 다르게 분리되어 태어난 게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굳이 상대방을 설득할 필요 없이 둘 다 원하는 것을 먹고 원하는 장소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건 참으로 편안한 일이었다.
취향이나 생각이 비슷하다고 느낄수록 난 그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내가 읽은 책의 이 구절에 대해서 그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요즘 어떤 것이 그를 매료시키는지, 나와 얼마나 많은 것을 함께 공유하고 느낄 수 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져갔던 것 같다.
때때로 우린 서로 다른 부분을 찾아내기도 했다. 누워있는 것을 좋아하는 그와 꼿꼿이 앉아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 저녁이 되면 보조 조명만 켜고 어둡게 해 두는 그와 환하게 불을 밝히는 나. 그의 다른 생각과 행동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나와 같은 듯 다른 듯한 그가 여전히 궁금해서, 그에 대한 탐구는 계속될 것 같다. 그 탐구심은 그에 대한 관심과 사랑의 토양 위에 무럭무럭 자라서 그와 공유하는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