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민관 Oct 05. 2017

Volvo XC40

새로운 디자인 큐가 적용된 볼보의 소형 SUV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세그먼트를 고르자면 역시 컴팩트 SUV(혹은 크로스오버)일 것이다. 폭스바겐그룹의 티구안과 아우디 Q3가 디젤게이트로 휘청거리는 틈을 타 벤츠에서는 GLA의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공개했고, 같은 플랫폼을 빌려온 인피니티의 QX30은 벤츠보다 낮아진 가격과 인피니티만의 매력으로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다. BMW X1은 스포티함을 강조하며 SUV가 아닌 SAV(Sports Activity Vehicle)임을 홍보하고 있고, 시트로엥에서는 독특한 스타일을 무기로 C3 에어크로스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도 티볼리의 선공을 시작으로 르노삼성에선 QM3, 현대에서는 코나, 기아에선 스토닉을 출시했다.


이 와중에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볼보에서도 소형 SUV를 새로 발표했다. 바로 XC40이다. 그런데 소형 SUV는 사실 볼보가 처음 도전하는 세그먼트다. 과연 볼보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까? 디자인적인 부분에서라면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는 소형 SUV 사이에서도 XC40의 디자인은 단연 눈에 띈다. 한번 차근차근 훑어보기로 하자.



우선 딱 봤을 때 한눈에 들어오는 이미지는 정갈하다, 담백하다 정도다. 볼보가 새로운 디자인 큐를 선보이기 위해 작년 공개한 40.1 컨셉의 디자인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양산을 위한 몇 가지 변화를 제외하면 거의 컨셉이 그대로 출시된 수준이다. 상급 모델인 XC60이나 XC90과 비교해봐도 패밀리룩으로서의 정체성도 충분하다. 최근 볼보는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자동차에 적용시키는 데에 있어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XC40도 그 연장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듯하다.



프론트 인상은 상당히 다부지다. 덩치는 작지만 근육질의 튼튼하고 용감한 소년을 보는 듯하다. 덜어낼 것은 대부분 덜어내 심플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센스 있는 몇 가지 디자인 요소는 놓치지 않고 있다. 묵직한 느낌이 살아있는 볼보 특유의 아이언 그릴은 차의 인상이 물렁해지지 않도록 조금 사나운 느낌을 주었으며, 그릴 안쪽이 메탈 재질 세로 리브인 XC60이나 XC90과는 달리 검은색의 패턴 리브로 처리해서 차분해 보이도록 했고 그릴 테두리 역시 검은색으로 일관되게 처리했다.



볼보의 새로운 디자인 큐를 상징하다시피 하는 DRL, 토르의 망치도 심플하게 적용되어 있다. 형태는 살짝 변용되어 원래의 T자가 아닌 Y자 형태로 적용되었다. 요즘 LED나 레이저 라이트, OLED 등 여러 신기술로 인해 램프 디자인의 자유도가 높아지며 많은 자동차 브랜드들이 복잡한 헤드램프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볼보는 이와는 반대로 단정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준다. 복잡한 기교 없이 이렇듯 우아하게 디자인 정체성을 확립한 사례는 최근 들어 볼보가 거의 유일한 듯싶다.



사이드에선 일단 루프 전체를 검은색으로 처리해 요즘 유행하는 투톤 트렌드를 반영한 것이 눈에 띈다. 차량의 무게감이 꽤 있는 SUV의 경우 이런 식으로 차체 컬러를 투톤으로 처리해 더 날렵하고 가벼운 느낌을 줄 수 있다. 최근 레인지로버에서 선보인 벨라도 같은 방식을 적용했다. 프론트에서 넘어오는 라인은 꽤 팽팽하게 당긴 듯 긴장감 있어 보인다. 차체 아래쪽은 꽤 깊게 파내서 허리를 가늘어 보이도록 만들었는데, 면 처리가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해 보인다. 그런데 파낸 부분이 너무 깊어 아래쪽 조형이 살짝 불안정해 보이기도 한다. 프론트와 리어에서 오는 면들과 조금 더 통일감을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C필러는 벨트라인이 꺾이며 리어 램프로 들어가는 면과 함께 꽤 굵게 디자인했는데, 이 때문에 쿼터 패널 쪽 안정감이 프론트에 비해서 살짝 부족해 보인다. 잘생긴 얼굴과 단단한 상체에 비해 하체가 조금 부실하다고나 할까. 실내에서 뒷좌석 뷰가 상당히 좁아질 것 같기도 하고. 안전을 위해서 그렇게 한 건지, 아니면 직선적이면서도 램프와 이어지는 디자인을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리어도 심플하게 디자인되었는데, 팽팽하고 다부진 느낌의 프론트에 비하면 조금 심심해 보인다. 좋게 말하면 심플한데, 나쁘게 말하면 너무 장식이 없다. 위로 치켜세워진 테일램프 디자인이나 가로로 팽팽하게 당겨진 리어 면의 볼륨은 좋은데, 그리고 트렁크 면을 파내 볼보를 세련되게 써넣은 디테일도 좋은데,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넓은 면에 너무 아무것도 없다는 느낌이 있다. 실제로 보면 면의 볼륨 덕에 조금 달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아래쪽의 리플렉터가 조금만 더 넓게 배치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리플렉터를 좌우로 조금만 더 벌리면 차를 더 넓어 보이게 하고 안정감을 더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쉽다.



인테리어는 최근 볼보 트렌드대로 심플하고 고급스럽게 디자인되었다. 사실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정말 빛을 발하는 부분이 바로 실내다. 터치와 버튼을 적절하게 섞었으며, 에어 벤트나 스티어링 휠, 센터페시아의 디테일들도 일관성이 있고 단정하다. 소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이 사용된 가죽 재질도 고급스러워 보이고 무드등이나 대쉬보드의 패턴 등도 과하지 않게 잘 사용되었다. 9인치 터치스크린, 무선 충전 패드, 컵 홀더, 음성 인식 시스템,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연동 등 편의사양도 충분하다. 볼륨감과 배색도 세련되었고 면의 방향이나 비율 같은 부분에서도 인체공학적으로 잘 디자인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에서 언급했듯 C필러가 넓어 뒷좌석 시야는 살짝 답답해 보이기도 한다.



XC40은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경쟁자들에 절대 밀리지 않는, 아니 오히려 경쟁자들보다 위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볼보의 상징과도 같은 안전성에서도 타협하지 않았다. 보행자, 자전거, 동물 등을 감지하는 긴급 제동장치, 주차 시 근처 차량을 감지하는 인텔리세이프 기능 등 볼보가 강조하는 시티 세이프티도 확실하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신뢰감을 전하는 볼보의 브랜드 이미지와 새로워진 디자인, 각종 첨단 편의 사양의 조합은 소형 SUV 시장에 또 하나의 돌풍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요즘 볼보는 자신만의 색깔과 자동차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지닌 브랜드가 탄탄한 자금력과 우수한 디자이너를 수혈받을 때 나올 수 있는 좋은 자동차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원래도 잠재력은 충분했지만 토마스 잉엔라트 수석 디자이너가 영입된 이후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디자인이 브랜드 파워에 미치는 강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Ferrari Portofino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