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사원 Apr 09. 2023

감정의 구덩이에서 벗어나는 법

어느 날, 갑자기 울적해질 때


감정은 수용성이다.

한바탕 엉엉 울고 나면 진정이 되듯이.


감정은 쉽게 증발한다.

와르르 쏟아내고 나면 이내 후회가 밀려오듯이.





어느 날, 그럭저럭 나쁠 것도 없던 날이었는데 기분이 팍 하고 안 좋아졌다. 이유를 되짚어 보자면 원인 몇 개가 있을 테지만 이미 다 벌어진 일이라 그대로 수용하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감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내내 눈물이 났고, 집에 와서는 침대에 얼굴을 파묻고 엉엉 울기까지 했다. 소리 내며 운 이후에도 감정은 잦아들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눈물이 야속해 나는 거울을 보며 볼을 꼬집어 보기도 하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지어도 보았지만 한 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한 시간여를 울고 나니 이제는 내가 왜 슬퍼진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우울해하는 날, 친구가 불러냈다. 날도 좋고 바람도 좋은데 집에만 있으면 무얼 하냐고. 다정한 말에도 괜스레 심통이 났지만 마음을 추슬러 밖을 나서 보았다. 선선한 봄기운에 되려 눈물이 울컥 쏟아질 것 같았다.


친구는 되돌릴 수 없는 감정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고 했다. 감정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나아지는 것 없이 매몰되는 것은 나뿐일 거라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파묻혀 길을 잃어가던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정신이 팍 들었다. 오늘이 지나면 조금 더 나아질 한낱 기분에 파묻혀, 소중한 하루를 망치고 있던 내가 바보 같아졌다.


그러자 감정은 차츰, 쉽게 증발했다.

와르르 쏟아지다가도 아차 하는 순간에 쉽게 사라지는게 감정이다. 물론 매 순간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래서 나는 이제 그럴 때마다 내일의 나를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돌아와야 하는 내일의 나는 분명 우울해만 하던 어제를 후회하겠지?


어느 날 모든 게 완벽한데 나 혼자만 울적해질 때면, 수많은 하루 중 딱 하루, 재수 없는 날이라며 초연하게 넘겨보자. 어른이란 으레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하 모먼트] 3. 오늘도 한 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