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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사원 Oct 15. 2019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아요

2019년 이야기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무 느낌도 없고 그렇게 귀여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양이가 그렇게들 귀엽단다. 츤데레 같은 성격에 사람한테 잘 오지도 않으니까 고양이만큼 매력적인 동물도 없다는데, 나는 고양이의 매력을 깨달으려면 멀었다. 불러도 오지 않는 고양이가 무슨 매력이 있다구.


우리 집 앞엔 길 고양이들이 많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길 고양이들. 그중에서도 내가 다가가면 유난히 발목에 제 등을 부비는 살가운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 애만 참말 귀엽더라. 말로만 듣던 개냥이야 개냥이. 오죽 고양이가 날카로우면 조금만 살가워도 개냥이라고 하겠어? 세상 모든 동물들은 귀엽고 선하지만 그래도 난 고양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귀여운 동물이지 뭘 그렇게 '집사'되기를 자처하며 고양이'님'께 '간택'받으려 안달인지. 만약 고양이 같은 사람이 있음 난 친구 안 할 거다.


이상하게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내 옆에 오래 머무른 사람도 없었다. 친구도, 남자도. 나는 나름의 관심이랍시고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인척 '와아- 귀엽다' 작위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 실은... 하나도 안 귀여웠다. 관심을 얻기 위한 표현일 뿐 실제 마음이 몽글몽글하여 귀엽다 표현한 것이 아니었단 말이다. 거짓말을 들킨 건지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 곁을 빨리 떠났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 이상한 편견이 생기고 말았다.


이제 나도 말할 거다.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언가 꾸며내야 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진실되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은, 아니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나의 취향을 이해받는 것도 상대방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도 뒤죽박죽 어려운 일이다. 여하튼 나는 이제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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