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이야기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아무 느낌도 없고 그렇게 귀여운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사람들은 고양이가 그렇게들 귀엽단다. 츤데레 같은 성격에 사람한테 잘 오지도 않으니까 고양이만큼 매력적인 동물도 없다는데, 나는 고양이의 매력을 깨달으려면 멀었다. 불러도 오지 않는 고양이가 무슨 매력이 있다구.
우리 집 앞엔 길 고양이들이 많다. 사람을 가리지 않는 길 고양이들. 그중에서도 내가 다가가면 유난히 발목에 제 등을 부비는 살가운 고양이가 있었는데, 그 애만 참말 귀엽더라. 말로만 듣던 개냥이야 개냥이. 오죽 고양이가 날카로우면 조금만 살가워도 개냥이라고 하겠어? 세상 모든 동물들은 귀엽고 선하지만 그래도 난 고양이가 좋은지 모르겠다. 그냥 귀여운 동물이지 뭘 그렇게 '집사'되기를 자처하며 고양이'님'께 '간택'받으려 안달인지. 만약 고양이 같은 사람이 있음 난 친구 안 할 거다.
이상하게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 치고 내 옆에 오래 머무른 사람도 없었다. 친구도, 남자도. 나는 나름의 관심이랍시고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인척 '와아- 귀엽다' 작위적인 반응을 보이곤 했는데, 실은... 하나도 안 귀여웠다. 관심을 얻기 위한 표현일 뿐 실제 마음이 몽글몽글하여 귀엽다 표현한 것이 아니었단 말이다. 거짓말을 들킨 건지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내 곁을 빨리 떠났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성적이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개인주의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아. 이상한 편견이 생기고 말았다.
이제 나도 말할 거다.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그냥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무언가 꾸며내야 한다는 것은 그 관계가 진실되지 않다는 것의 반증이다.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은, 아니 내가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나의 취향을 이해받는 것도 상대방의 취향을 이해하는 것도 뒤죽박죽 어려운 일이다. 여하튼 나는 이제 고양이 좋아하는 사람은 만나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