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했다! 정확히는 '결혼식'을 올렸다. 2023년 한 해 동안 가장 크게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일이었고, 드디어 무사히 잘 끝마쳤다. (결혼 생활의 시작은 지금부터인데 끝마쳤다는 표현이 맞는 걸지 잘 모르겠다.)
결혼식을 했다고 훅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우리는 먼저 함께 산지 꽤 되었었고, 그러다 보니 결혼 전날도 이튿날도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늘 함께였다. 결혼식 전날 신혼 여행에 갈 짐을 함께 싸면서도, 우리가 지금 신혼 여행 준비를 하는 건지 그냥 겨울 여행을 떠나는 건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
신혼 여행지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긴 비행시간 끝에 도착한 스페인에서 2~3일 정도는 시차적응을 하느라 정신 없었고, 나머지 날들은 그저 즐기다가 숙소에 들어와서는 여독을 푸느라 여념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나서도 그전과 다를 바 없이 이어지는 하루 하루가 그다지 특별하진 않다 느껴지는 요즘이다.
결혼을 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묻는 것은 ‘결혼을 결심하게 된 계기’이다. 나는 그저 흘러가듯이 연애를 하다가 이 사람이라면 내가 추구하는 안정을 주면서도 재미있게 살 수 있겠다 싶어서 하게 된 것이지, "꼭 결혼해야지!"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마 남편도 같을 것이다.
남편에게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 잘해보자!"
이제 우리의 삶은 각자의 것만이 아닌 공동체의 일부이기에 잘해보자고 말한다. 건강도 행복도 서로를 위해 잘 챙겨보자고. 잉꼬부부들이 한날한시에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아직은 부부라는 호칭이 어색한 우리.
그래도 잘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