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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마 Oct 11. 2019

대가 있는 자원봉사는 대가를 부른다

행동경제학으로 본 자원봉사의 사회적 본성 

요즘은 참 다양한 활동과 행사에서 자원봉사자가 동원된다. 운영자 입장에서는 사업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이 시간과 노동력을 기꺼이 투자한다면 비용이 드는 인력을 쓰는 것보다 적극성과 생산성 측면에서 모두 좋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봉사자를 필요로 하는 곳도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방법으로 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요즘은 봉사 시간 인증뿐만 아니라 소액의 감사비를 주는 곳도 있고, 빵빵한 간식과 넘치는 휴식 시간도 보장해주고 있다. 봉사자들은 이제 참여할 활동을 고를 때 좋은 가치 외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자원봉사를 금전적으로 보상하려는 단체들은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 알게 된다면 곧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행보와는 반대로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돈보다 작은 선물이 더욱 바람직하다. 아무리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앞섰더라도 ‘돈’을 떠올리는 순간 사회적 가치보다 시장가치를 먼저 따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전적 보상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투자한 시간과 노동을 시장가치로 따져 보게 한다. 차라리 명분을 되새기게 하거나 보잘것없더라도  작은 선물이 더욱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사회규범, 즉 타인을 돕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절대 시장가치가 끼어들게 하면 안 된다. 둘이 대립했을 때 항상 시장가치가 사회규범을 이기기 때문이다.


시장가치와 사회규범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는 것은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고객들이 제품 이상의 의미를 가지길 원하거나 자신들의 사회적 가치를 알리고자 한다. 실제로 고객과 시장가치 이상의 관계를 맺게 되면 고객충성도도 높아지고 좋은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사회적 관계는 시장가치가 배제된 것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인간의 행동에는 시장가치와 사회규범 양쪽 모두를 취할 수 없다. 당신이 기업가라면 유념해야 할 것은 바로 시장규칙 안에서는 돈을 지불해도 그 관계가 유지되지만, 사회규범 안에서는 끝장난다는 것이다. 


위에서 설명한 우리들(소비자, 자원봉사자)의 행동은 철저하게 '행동경제학'에 들어맞는다.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인간은 절대 합리적이지 않으며 많은 오류를 범한다. 심지어 본인이 인식하지 못한 채로 말이다. 인간은 대체로 이성과 논리보다 감정, 상대성, 사회규범에 영향을 받아 행동하고 선택한다. 이는 우리의 본능적인 감각이고 의사결정의 방식이다. 우리는 모두 비이성적이지만 일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행동들을 한다. 



댄 애리얼리 교수는 자신의 책 <상식 밖의 경제학>에서 다양한 사례와 실험들로 인간의 행동에 관해 설명한다. 몇 가지 소개해보자면 모든 선택에는 상대적 비교를 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본능은 미끼 상품을 탄생시켰고 이를 잘 활용하면 원하는 정답지로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 

 첫인상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그것에 착안해 스타벅스는 기존 커피숍과 차별점을 둬 색다른 분위기로 소비자에게 다른 인상을 심어줌으로써 비싼 가격대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우뚝 설 수 있었다. 

 인간은 평소와 흥분상태에서 다른 행동을 보인다. 유혹이 강한 상태에서의 본인 행동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은 많은 실수를 예방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누구나 지킬 앤 하이드처럼 양면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의 손실회피에 따른 고통은 생각보다 강해 소유한 것에 깊은 애착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특성은 많은 착각을 일으키고 이걸 잘 알고 있는 기업들은 제품을 미리 체험하는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들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일단 소유욕이 생기면 체험에서 그치지 않고 구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간이 가진 고정관념은 본능적이라는 것도 행동경제학은 설명해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플라시보' 또한 고정관념에 기인한 것이다. 기대감을 활용해 고정관념을 만들어주면 물건의 가치까지 달리 보이게 할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행동경제학 관점에서 인간은 일정한 패턴으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한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만 이런 우리의 본능을 알고 있다면 개선의 여지는 생긴다. 더 나은 판단을 위해 새로운 전략과 도구 방법들을 계발한다면 더 나은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적어도 나만 바보 같다는 자책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행동경제학은 우리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여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결정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더 나아가 행동경제학을 잘 활용한다면 일부가 아닌 모든 이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행동을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




이 글은 체인지그라운드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씽큐베이션 3기에 참여해 댄 애니얼리 저 <상식 밖의 경제학>를 읽고 쓴 2번째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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