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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에 시작한 블로그로 바뀐 것

티스토리 블로그 이야기

by 해윤이

몇 년 전 어느 날 딸이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

"엄마, 우리 산책가요?"

우리는 가끔 할 이야기가 이거나 뭔가를 하다 답답하다고 느끼면 산책을 간다.

숲길을 함께 걷던 딸이

" 엄마, 블로그로 돈을 한 달에 1천만 원의 수익 내는 사람이 있데요."

"그래, 너도 해보지 그러니?"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엄마, 블로그 수익으로 몇백만 받아도 충분한 연금이 되잖아요."


나는 속으로 딸이 엄마가 나이를 먹는 것이 부담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블로그를 만들어 놓기만 했지 글을 올려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당한 거부반응이 있었다.

그런데 딸이 블로그로 돈을 벌라고 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다.

" 블로그는 젊은 애들이나 음식점 갔다 와서 리뷰 올리고, 여행 갔다 와서 자랑하는 것 아니니? 뭐, 파워블로그 그런 것은 네가 더 잘할 것 같으니 용돈벌 겸 네가 먼저 해보고 나도 알려줘."라고 했다.

그런데 딸아이는 그때 티스토리 블로그를 하고 있었고 이미 구글에드센스를 받고 있다고 했다.


나는 투덜거리기를 몇 달이 지나갔다. 그때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아이들과 소통이 안된다고 생각해서 컴퓨터 과학과에 편입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컴퓨터 공부를 하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블로그를 하라고 하니까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다. 컴퓨터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아이들이 하는 말속에 컴퓨터용어가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컴퓨터이야기를 딸과 하다가 나도 모르게 블로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 이유는 내가 배움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블로그를 하는 것은 첫 번째 외롭고, 어렵고, 힘들었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고 첫 달은 80$이어서 수익이 없었고, 두 번째 달에는 전달 것과 합해서 180$을 받았다. 돈이 뭔지, 달러가 통장에 들어오고 나는 블로그 하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마을에 글 좀 쓴다는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더니 모두 하겠다며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아무도 블로그를 하는 사람이 없다. 나는 더 외롭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외로움을 많이 느낄 때가 있는데 그때는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였다. 그러면 블로그를 하면서 재미있어야 하는데 블로그에 대해 말할 친구가 없다는 것이 너무 불편했다.

수익이 잘 나올 때쯤 카카오 화재로 블로그가 정상화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고, 잘 나오던 수익이 반토막이 나는 카카오의 시스템에 몇 번의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

나는 블로그의 수익이 늘면서 블로그로만 번 돈으로 여행을 해보고 싶었던 꿈이 이루어졌다.

지난 9월 구글에드센스로 번 돈으로 우리 가족 중 3명이 자유여행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떠났다.

로마, 피사, 피렌체, 돌로미티, 베니스를 가게 된 것이다.

돌로미티 산장 창가에서 어두운 밤에 바라본 크고 장엄한 바위산속에서 마른번개가 번쩍이는 것을 보면서 내가 블로그로 저 무시무시한 번개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에 가슴이 짜릿했다.


지금은 내가 딸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린다.

그 이유는 내가 딸보다 삶의 연륜이 많다는 것일 거다.

블로그가 나의 연금을 넘어서 여행자금으로 쓰이는 것도 좋지만 3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의 글을 기다린다고 생각하면 외롭고 심심할 여유가 없다. 내가 아는 것 중 누군가에게 정보가 될 수 있는 글들을 기록하는 것이 취미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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