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없는 것 또한 꿈이 될 수 있을까
엄마, 엄마는 꿈이 뭐야?
어른이 꾸는 꿈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졌다. 엄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저 답했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고, 또..”
“아니 엄마, 그런 거 말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
잠깐 더 생각한 듯싶더니 내뱉는다는 말이 고작,
“치우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거!”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당신의 꿈은 대체 뭘까.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었던가. 엄마는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답변만 할 뿐이었다. 가족들의 건강, 화목한 가정, 그리고 청소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했다. 본인도 말하고 씁쓸했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단다. 그저 조금 더 큰집에서 사는 거, 그게 다란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또 한 번 살아가야 할 텐데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단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참 많은데, 난 엄마 앞에만 서면 늘 이런 식으로 불리해진다. 가장 이루고 싶은 한 가지는 멋진 큰딸로 성공해서 엄마, 아빠 하고 싶은 소원 다 들어주면서 사는 거다. 전부를 바쳐 그늘이 되어주셨으니 그들이 힘이 없을 땐 내가 한 편의 그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제 고생 좀 그만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근데 엄마는 벌써부터 꿈이 없단다.
엄마, 엄마는 꿈 전체가 언제부터 가족을 위한 거였어?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가족의 재가 될수록 나는 더 못되게 못을 박는다.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었으면 하는데, 엄마도 간절한 바람이 있었으면 하는데 자꾸 우리에게로 기울어지니 속상해 더 뾰족한 말들을 뱉는다. 우리에게 모든 걸 다 내어주고도 불평을 듣는다. 그럴수록 더 그 못의 깊이는 깊어진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자꾸만 토라지는 말의 무게들이 늘어난다.
‘엄마, 나는 내가 엄마가 되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꿈 꼭 이루면서 살 거야.’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만큼의 사랑을 다시는 받지도, 주지도 못할걸 안다.
아가야, 너는 이 세상에 네가 전부일지 몰라도 나는 너 하나뿐이란다.
엄마 딸로 태어난 것은, 내가 태어난 후로 느낀 첫 번째이자 죽을 때까지 간직할 마지막 감사. 태초의 인사.
언제 건네도 이상하지 않고 매번 건네도 쑥스럽지만,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평생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