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벽쪽지 Apr 15. 2020

엄마, 엄마는 꿈이 뭐야?

꿈이 없는 것 또한 꿈이 될 수 있을까

엄마, 엄마는 꿈이 뭐야?



어른이 꾸는 꿈이라는 게 뭔지 궁금해졌다. 엄마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저 답했다.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화목하고, 또..”
“아니 엄마, 그런 거 말고 엄마가 제일 좋아하는 거.”
잠깐 더 생각한 듯싶더니 내뱉는다는 말이 고작,
“치우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거!”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당신의 꿈은 대체 뭘까.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갈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게 아니었던가. 엄마는 몇 번을 물어도 같은 답변만 할 뿐이었다. 가족들의 건강, 화목한 가정, 그리고 청소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했다. 본인도 말하고 씁쓸했는지 어색하게 웃었다. 그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단다. 그저 조금 더 큰집에서 사는 거, 그게 다란다.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을 또 한 번 살아가야 할 텐데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단다.


나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참 많은데, 난 엄마 앞에만 서면 늘 이런 식으로 불리해진다. 가장 이루고 싶은 한 가지는 멋진 큰딸로 성공해서 엄마, 아빠 하고 싶은 소원 다 들어주면서 사는 거다. 전부를 바쳐 그늘이 되어주셨으니 그들이 힘이 없을 땐 내가 한 편의 그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이제 고생 좀 그만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근데 엄마는 벌써부터 꿈이 없단다.


엄마, 엄마는 꿈 전체가 언제부터 가족을 위한 거였어?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가족의 재가 될수록 나는 더 못되게 못을 박는다. 엄마도 엄마의 삶이 있었으면 하는데, 엄마도 간절한 바람이 있었으면 하는데 자꾸 우리에게로 기울어지니 속상해 더 뾰족한 말들을 뱉는다. 우리에게 모든 걸 다 내어주고도 불평을 듣는다. 그럴수록 더 그 못의 깊이는 깊어진다. 마음은 그렇지 않지만 자꾸만 토라지는 말의 무게들이 늘어난다.


‘엄마, 나는 내가 엄마가 되어서도 내가 하고 싶은 꿈 꼭 이루면서 살 거야.’라고 하지만
사실 나는 그만큼의 사랑을 다시는 받지도, 주지도 못할걸 안다.



아가야, 너는 이 세상에 네가 전부일지 몰라도 나는 너 하나뿐이란다.


엄마 딸로 태어난 것은, 내가 태어난 후로 느낀 첫 번째이자 죽을 때까지 간직할 마지막 감사. 태초의 인사.



언제 건네도 이상하지 않고 매번 건네도 쑥스럽지만,


영원히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평생 존경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작은 것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