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에 관한 고찰
살다 보면 무사히 넘어가는 관계보다 오해가 오해를 낳는 관계가 더 많다.
입 밖으로 달아나는 말이 유독 늘었다. 나도 모르게 살갗에 삐죽 튀어나온 모서리가 발갛게 긁혔다. 입안에서 삼키지 못한 말들은 돌고 돌아 언젠가는 제자리로 돌아온다. 처음부터 내 것이었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실은 존재조차도 부정하고 싶을 만큼 빼곡히 자리 잡는다.
우리는 왜 서로를 오해하고,
오해받으며 살아갈까.
오해는 ‘상대와 나의 다름’에서 시작된다.
상대가 나와 얼마나 다른지를 ‘오해’를 통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상대를 ‘나’에 초점을 맞추고 볼 때 그 관계는 조금씩 흐려지게 된다. 또한 좋지 않게 엇갈린 사이는 다시 회복되기보다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몰고갈 때가 많다.
홧김에 혹은 쌓아뒀던 말이라도 내뱉지 말아야 할 말은 쉽게 누군가의 가슴에 틀어박히고 만다. 의도가 어떻든 어떤 생각에서였든 한 번 꼬여버린 실타래는 다시 풀어내기가 쉽지 않다. 누가 그랬던가. 모든 관계는 쌓아 올리는 건 한참이지만 무너지는 게 한 순간이라고. 세상은 열 번의 성공에도 한 번의 실패를 기억한다. 열 번의 좋은 말에도 한 번의 나쁜 말을 기억하는 사람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위안이 되었던 우리는 이제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어버렸다. 까마득히 멀어질 줄 알았으면 정조차도 주지 않았을 텐데.
오해는 특정한 누구의 잘못이 아니라 어느 순간, 어떤 말이, 혹은 어떤 행동이, 어떤 생각이 우리를 어긋나게 한다.
사랑했던 감정마저도 한 순간에 지워버릴 만큼 그렇다. 어렵고 또한 무섭다. 그렇기에 그 순간을 해명하는 것도 애정이 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말이다.
“오해하지 마, 그게 아니야.”라는 말은,
“우리 아직은 멀어지지 말자, 사랑해.”라는 말이기도 하다.
정말 멀어질 관계는 “오해야.”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고 끊어진다.
그 사람이 큰 잘못을 했거나 사회나 윤리적으로 비도덕적인 행동을 했다면 그건 끊어져야 마땅한 관계지만 그렇지 않다면
누군가 내게 “오해예요.”라는 말을 한다면
어느 정도는 너그럽게 용서하자.
그 사람은 아직 그 관계를 함께 노력하고 개선하고 싶다는 의지가 있을 테니까.
우리는 얼마나
서로를 오해하고
또 오해받으며
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