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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쪽지 Aug 16. 2020

착하지 않게 살기

착한 게 죄라면 난

1. 착한 사람 증후군





착한 사람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주요 행동 패턴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자신의 안 좋은 일을 꾹꾹 눌러 담으며 잘 표현하지 못한다.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하며 어렵게 거절하더라도 곧 후회한다.

 표현을 잘하지 못하며 말을 하기보단 듣기를 더 편하게 느낀다.




                                                                                                                 출처 : 나무 위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니 사실대로 말하자면 착하게 살고 싶었다기보단 착하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어려서부터 내가 말하기보다는 남들의 말을 들어주는 게 맞는 거라고, 힘든 일이 있으면 꾹꾹 참으면서 이겨내는 게 맞는 거라고 배웠다. 이기적인 마음은 나쁜 마음이라고 여기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이해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을 사랑하는 게 착한 사람이라고 알았다. 내 감정을 죽이고 남들의 감정을 살피는 게 옳다고 여겼던 마음은 어디서부터 온 걸까.


나는 왜 그렇게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나는 거절하는데 약했다. 어릴 땐  집에서 쉬고 싶을 때 친구가 대문을 두드리면서 놀자고 하면 싫어도 나갔다. 먹기 싫은 음식이 있어도 친구가 먹고 싶다고 하면 같이 먹으러 갔다. 열심히 밤을 새우며 했던 숙제를 친구가 한 번만 보여주라고 부탁하면 어쩔 수 없이 보여줬다. 정말 말하자면 사소하고 또 말하기 부끄러울 정도의 일들이 자꾸만 쌓여갔다. 그 사람의 잘못도 아닌데, 그 사람의 문제도 아닌데 그저 내가 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상황이 뒤바뀌곤 했다.


착한 사람이 되려고 했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너는 참 좋은 사람이야."

"너는 진짜 착하다."

이런 말을 들으면 없던 용기도 생기는 듯했다. 칭찬받는 게 좋아서 자꾸 그런 사람이 되어갔고 그런 말을 한 사람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고 싶지 않아서였던 것 같기도 하다.



2. 거절하면 왜 안돼?


웃긴 게, 거절은 참 의아하다. 나는 웬만해서는 부탁을 잘하지 않는다. 정말 내가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정말 간절하게 외치곤 하지만, "죄송해요. 고마워요.." 말끝을 흐리며 부탁하는 그 상황이 참 어색하다. 처음에는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시작하는 건 줄 알았다. 그래서 상대도 부탁을 하기까지 꽤 많은 고민이 있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 쉽게 거절을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았다. 부탁을 하는 사람이 을이 되어야 하는 건데, 부탁하는 걸 꼭 들어줄 의무 따위는 없는 건데 이상하게 부탁을 하는 사람이 갑이 되고 부탁을 받는 사람이 눈치를 보며 을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들이 많다. 들어줘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부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거절을 할 때도  내가 상대의 기분을 맞춰야 한다는 게 의구심이 든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당황해하는 분위기가 싫다. 그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색해지는 상황이 싫다. 내가 꼭 죄를 지은 것처럼 작아진다. '너는 내가 생각한 것만큼 착한 사람은 아니구나' 이런 생각을 할게 뻔하다.  


어릴 때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다만 주장이 조금은 분명해진 것도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지 않는 것,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기준이 확실해졌으니 남들에게 모든 걸 맞출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부탁을 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거절하는 것에도 분명해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



3.


착한 사람에게 요구하는 착함의 기준은 점점 늘어난다. 착한 게 죄라도 되는 것처럼 '너는 착하니까.'라는 말로 사람의 감정을 짓누른다. 그 사람의 모든 걸 뜯어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나 보다. 이런 기준들은 하나로 만족하는 게 아니라 하나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를 요구한다. 끊임없이 착함을 원한다. 나는 그들이 편할 때 마음껏 찾아와도 될 만큼 넓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내 감정을 누르고 상대가 원하는 걸 다 맞춰줄 만큼의 이해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버리면서까지 착한 사람이 되고 싶지도 않다. 호의가 당연함이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


나는 말하고 싶다.

착하지 않고 싶은 순간에는 착하지 않아도 괜찮다.

이기적인 마음들이 결코 못된 것은 아니라고.


세상의 모든 착한 이들아, 그동안 참아왔던 인생을 이제는 펼쳐둬도 된다.

굳이 속앓이를 하면서까지 남들의 이해관계를 맞추며 살지 않아도 된다.


착해야 한다는 강박은 요즘도 가끔 나를 짓누르곤 하지만

이제는 착한 나보다 좋은 나로 남겨지고 싶다. 나에게 좋은 나로 남아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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