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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모닝제이 Sep 09. 2016

홀로 사는 즐거움

나는 가끔 혼자이고 싶어진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삶이 시니컬해진다는 건 참 쓸쓸한 느낌이다. 그 중에서도 사랑일 경우엔 더……. 해변의 모래알만큼이나 많은 사랑이야기들이 시시해진다면 내 삶의 8할은 우울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사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아들에 대한 깜찍함도 사랑이고, 어머니에 대한 아릿함도 사랑이며, 책을 향한 나의 열망도 사랑이고, 파란하늘에 둥실 떠다니는 구름에 대한 애틋함도 사랑이다. 많은 사랑들 중에 남녀와의 사랑에 대한 감정에 점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예전부터 사랑이 쉽지 않은 타입이긴 했다. 기본적으로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남을 내 안에 받아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나 아닌 다른 사람이 나의 내면을 차지하고서 나를 움직인다는 게 싫었다. 내 감정이 내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없는 상태가 싫었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고, 그로인해 기분이 좋았다가 슬펐다가 하는 상태는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러한 모든 현상들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고, 나는 내 감정을 항상 내 뜻대로 조절하고자 애썼다.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근본적으로 힘든 타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기에 불같은 사랑을 믿었고, 나에게도 그런 사랑이 오리라고 기대했었다.


  내가 한 연애라고는 겨우 두 번이 고작이다. 연애 외에 사랑이나 그 보다 조금 모자란 것까지 포함한다면 열손가락 정도는 되려나?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서 내가 바라지 않는 것이 나에게 굴어오는 경우는 없었다. 열심히 바라고 노력해야 겨우 얻을 수 있는게 삶이란 것인데, 하물며 오지 말라고 사전에 미리 차단까지 하는 것이 나에게 찾아 들리는 만무하다.


  스마트한 사랑이란 것을 하고 싶다고 늘 생각했다. 격정적으로 좋아하지만 감정에 흔들리지 않으면, 만약 헤어지더라도 나를 잊어버리지 않는 것. 허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그 모든 게 내가 아주 겁쟁이였다는 반증이다. 이런 건 사랑이 아니다. 그냥 자기만족일 뿐이다. 사랑을 사랑하는 아주 유치한 행동이다. 그렇다는 걸 이제야 알게 되었지만 나에겐 더 이상 기회가 없다.


  그렇다고 지금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내가 그동안 꿈꿔왔던 불같은 감정은 없었다. 편하게 옆에 있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나 할까? 그게 좋다고 생각했다. 평생을 긴장 속에서 사느니 믿을 수 있는 편함을 사랑하자고 생각했다. 그게 틀렸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저마다의 개념이 다를 테니까. 단지 사랑이 무엇일까? 라는 의문에 빠져들고 있다.


 

  나는 가끔 혼자이고 싶어진다.


  사랑을 하고 함께 있고 싶어서 결혼이란 걸 했는데, 그 후에는 다시 혼자이고 싶다니……. 이 무슨 짜증나는 변덕인가 말이다. 지금까지의 내 사랑타령은 결국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 사랑을 하면서도 혼자이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마음.


  고독이란 게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고 있다. 외로움은 같이 있을 때 더욱 절실히 느끼는 것이니까 말이다. 선뜻 읽어볼 엄두를 못내는 책 중에 법정스님의 <혼자 사는 즐거움>이 있다. 그 즐거움이란 걸 지금은 알 듯하다. 지금 내가 혼자가 아님을 후회하게 될까봐? 다시금 혼자가 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힐까봐? 차마 읽을 엄두를 못내는 책이다.


“부모를 대신해줄 사람과 결혼하면 혼자서는 세상을 극복할 수 없다는 의식이 더 강해진다. 의지가 되어주고 조언을 해주고 결정을 내려주는 누군가가 늘 곁에 있으면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는 법을 배우지 않으려 한다. 배우자에게 유달리 의지했던 사람이 배우자를 잃으면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무력감을 더 많이 느낀다. (......) 그런가 하면 더 이상 의지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한 힘을 스스로에게서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남편이나 아내를 잃고 나서 더 행복하게 사는 듯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이것은 그 사람의 결혼생활이 꼭 불행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_고독의 위로에서)


  이 간단한 문장 속에서도 나는 다시금 혼자만의 고독을 꿈꾼다. 결혼생활에 문제가 있다거나 부부관계에 애정이 없다거나 하는 건 결코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느끼는 배부른 투정인지도 모른다. 결혼 후에 제일 놀랬던 것이 나를 둘러싸고 있던 많은 인간관계들이다. 결혼을 하고나서 더욱 많아진 인맥들……. 그 사이에서 내 자리를 찾으려는 열망. 나의 정체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비틀거리기도 했고, 아프기도 했지만 그 아픔보단 상처받더라도 치열한 투쟁이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나를 찾아가는 길. 그 속에서 아직까지는 즐거움보단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하는 타인이란 존재가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묶인 사람들. 그들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역시 나는 자신을 더욱 많이 사랑하도록 만들어진 인간인가보다.


  <홀로 사는 즐거움>을 무심하게 집어들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혼자 있어 즐겁고, 함께 있어 행복한 생활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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